태기산 겨울 트레킹

2025년 첫 산행

by 세온

나이 70에도 산행을 할 수 있는 것은 확실히 다행한 일이다. 예전처럼 높은 산, 험한 산을 가리지 않고 눈만 오면 다음날 배낭을 꾸려 떠날 정도는 못 되지만, 무릎 아프지 않고 산길을 걷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하다.

가장 좋아하는 겨울 눈 산행 코스는 소백산이다. 올해는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치악산, 덕유산을 첫 산행지로 저울질하던 남편이 태기산으로 목적지를 정한다. 태기산은 만만하다. 재작년 겨울에 '태기산 겨울 산행은 쉬워요.'라는 글을 올린 적 있다.

눈이 온 지가 일주일이 넘어서 산에 눈이 거의 없을 줄 알았다. 하지만 태기산의 눈은 녹지 않고 기다렸다가 우리를 반겨준다.

2025년 첫 산행. 태기산 눈 산행으로 시작한다.

아직 안개가 산 입구에 머물러 있었다. 희뿌옇던 하늘이 점차 파랗게 벗겨지고 새해 첫 산이 우리에게 상쾌하게 다가왔다.

태기산은 거의 전 구간이 임도로 되어있다. 정상 부근의 군부대 덕분에 제설이 잘 되어 있어서 아이젠 없이 다녀왔다.

태기산은 바람의 산이다. 바람이 있는 곳에는 풍력발전기를 흔하게 볼 수 있다. 태기산 풍력발전단지라는 이름으로 이곳에도 꽤 많은 풍력발전기가 설치되어 있다.

풍력발전기를 거대한 바람개비라고도 말한다. 바람개비의 산 태기산 언덕에 바람개비 포토존 언덕이 있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남편이 카메라로 풍경을 담는 동안 나는 휴대폰에 큰 바람개비와 작은 바람개비를 열심히 찍어 인스타그램에 올렸다.

흰 눈은 파란 하늘을 배경으로 보는 것이 옳다. 그래서 눈이 오는 당일보다는 눈 온 뒷날 맑게 개었을 때 산을 잘 찾는다. 눈이 있으리라 기대하지 않고 갔던 태기산에서 흰 눈과 파란 하늘의 멋진 어울림을 실컷 감상했다.

춥지 않았다. 겨울 산행에서 영하 4 도는 따뜻한 편이다. 방한모와 방한복으로 단단히 무장하고 올라가다 보면 운동하면서 체온이 올라 오히려 덥기까지 하다. 얼굴을 스치는 바람이 열기를 적당히 식혀주면서 상쾌한 겨울 산행의 즐거움을 느낀다.

들머리는 횡성군 둔내면 양구두미재 고개다. 길 건너 경찰전적비와 중계탑이 보인다. 아직은 안개가 내려앉아 시야가 흐린 회색이다.

첫 풍력발전기와 인사하고.

우리의 목적지인 정상의 모습이 보인다.

파랗게 드러나는 하늘. 쌓인 눈이 더 하얗게 느껴진다.

바람개비 언덕. 풍력발전기 모양의 바람개비들이 귀엽다. 작은 바람개비들도 돌지 않는 것을 보니 장식용으로만 만든 조형물인가 보다.


이건 풍력발전기.

본떠서 만든 조형물.

이번에는 태기분교 터까지 들어가 보았다.

태기분교의 시작에는 이명순 선생님(당시 26세 처녀 선생님)의 열정과 헌신이 있었다고 한다. 내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엄두도 낼 수 없는 대단한 용기다. 진심으로 존경스럽다.

태기분교의 기록물들도 찬찬히 훑어보았다. 예전에는 그냥 지나쳤던 태기분교에 들러보기를 참 잘했다.

6.25 전쟁 당시도 피란민촌에서 아이들을 위해 천막 학교를 운영했던 우리나라다. 우리나라가 이만큼 잘 살 수 있게 된 것도 이런 교육자들의 헌신이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태기산의 '태기'는 진한의 마지막 임금인 태기왕에서 따온 이름이다. 진한은 고구려, 백제, 신라의 삼국시대가 막이 오르기 전의 크지는 않지만 국가의 모습을 갖춘 고대국가 중 하나다. 그 태기왕이 신라에 대항하여 이곳으로 스며들어 나라의 재건을 꿈꾸다 결국 소멸해버리고 만 슬픈 역사가 있다. 4.5km, 2시간 20분 거리의 '태기왕 전설길'이 조성되어 있다.

풍력발전기와 겨울나무들이 잘 어울린다. 나뭇가지의 선에서도 바람의 흔적이 느껴지는 듯하다. 바람이 불 때마다 그렇게 어울려 함께 춤을 추었을까.

2025년 1월 1일에 다녀갔을 산행객의 덕담 하나 올려본다.

나도 한 번. 스틱으로 쓰니 글씨가 삐뚤빼뚤 잘 안된다.

'2025년! 건강하고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빌어본다.

태기산 정상석 도착. 바람은 심한 편이 아니다.

먼저 다녀간 산행객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친절히 일러준 덕분에 정상석을 지나 허용된 곳까지 임도로 더 올라가 보기로 한다.

능선을 따라 늘어선 풍력발전기 모습이 장관이다.

호랑이와 사슴들과 사슴만 한 달팽이가 있는 겨울 숲에서 잠시 휴식. 간단히 요기를 하고 커피도 한 잔.

'양치식물길'이라는 이름이 붙었지만 지금은 눈밭이다.

부스러기라도 있나 궁금해 방문한 까마귀 한 마리.

다시 내려가는 길.

태기산 겨울 산행은 참 쉽다.

이번처럼 춥지도 않고 바람이 덜한 날은 더 쉽다.

설해를 입기 쉬운 침엽수들. 여러 나무들이 폭설에 부러져 있었다.

9.8km, 우리 같은 시니어 산행객도 4시간이면 다녀올 수 있다.

새해 첫 산행으로 2025년 건강 산행을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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