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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Mar 09. 2024

<책리뷰> 산으로 간 고등어(조성두)

고등어 한 손의 의미

처음 이 책을 소개하는 글에 '전혀 다른 파친코'라는 문구가 내 눈길을 끌었다.
파친코를 읽은지 얼마 안 되었기 때문에 당연히 호기심이 생겨 서평단을 신청했고, 선정되었다.
파친코와 비슷한 점은 배경이 되는 시기와 그 시절 회오리 같은 역사의 질곡 속에서 우리 조상들이 살아남는 이야기를 쓴 것이다. 그리고 그 줄거리의 가운데에 여인이 있다. 파친코에 선자가 있다면, 산으로 간 고등어에서 초향과 송이와 유화가 그 중심에 자리잡고 있다.
 그 시절은 혼돈이었고, 재앙이었고, 그럼에도 사람은 살아남아 사랑을 하고 대립을 하고 이루어낸다.
사람은 위대하며, 사랑 또한 위대하다.
천안의 성거산에 있는 숨어사는 천주학쟁이 마을의 초향과 백석 포구에서 고등어 염장을 하는 간잽이 집안 등짐장수의 아들 성원이의 만남에 상징처럼 고등어 한 손이 등장한다.
 고등어 자반은 소금에 절여 두 마리를 포개어 한 손이라고 부르는 단위로 판매한다. 산으로 간 그 고등어 한 손의 의미. 바로 사랑이다.
 산으로 간 고등어는 핍박을 피해 숨어든 천주교 신자들을 뜻하기도 하고,
 바다가 고향인 고등어의 끝없는 여행은 천안 성거산에서 백석포구로, 청송으로, 서울로, 부산으로, 중국 상하이로, 충칭으로, 미국까지 헤엄쳐 다니다 드디어는 하늘로.

 -향기 있는 사람을 만나거라. 기왕이면 등이 푸른 . 할 수만 있다면. 가슴에 푸른 반점이 살아있는 인생을 고르렴.

-한 많은 조선 여인네들의 삶이란. 소금밭 염전이었고, 당신들의 생은 그리하여 자반고등어였소.

-속 창시 다 빼내고 빈 마음으로 서로의 몸 딱지를 받아들이는 거지

 사이 사이 고등어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며 , 고등어를 비유에 자주 이용한다.

 고등어는 이 집안의 삶의 기반이기도 하고, 이 집안의 정신과 통하기도 한다.

 여인네들은 하나같이 화를 입는다. 그것도 일반적이지 않은, 매우 위태로운 고난을 당한다.

 초향은 시어머니의 고발로 부모님을 비롯한 천주교인들의 학살되었음을 알게된 후 반미치광이가 되었고, 모던걸이던 송이는 민영민의 폭행을 벗어나려 몸부림치다가 한쪽 손에 큰 화상을 입는다.

아기 때부터 죽을 뻔한 고비를 넘긴 유화도 이승만 하야 데모에서 또 한번 화를 당한다.

남자들. 성원과 춘삼. 민영민과 고요한. 임현과 그녀들 사이의 사랑, 이별의 역사는 단순한 멜로가 아니다. 애절함과 애끓음의 연속이다.

많은 역사적인 사건과, 그런 역사의 소용돌이에서 엄청난 일들을 겪으면서 살아나온 그들의 이야기가 만만치 않다.

 정구시합에 대한 세밀한 묘사나, 결혼식 장면, 송이와 요한의 첫 만남, 송이의 사위 오브라이언과의 이야기는 웃음을 띠게 만드는 유머러스한 에피소드다.

때로는 구한말 소설체 느낌도 나고, 혹은 굿 마당의 무당이 한풀이 하는 듯. 구수한 사투리 묘사도 재미있다.

 유화와 임현의 결혼식으로 마무리 짓는 건, 요즘 보기 드문 해피엔딩이라 위로가 된다.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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