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 빛의 구역(김준녕)
빛의 구역 희망을 찾다
인류는 자연을 상대로 문화를 만들어 냈다.
그뿐이 아니다. 문학에서 SF라는 공상과학 영역을 만들어냈다.
현재 자연의 사물에 인공을 가해서 사용하고 있는 모든 것이 문화라면, 공상과학은 현재를 뛰어넘어 미래를 상상하는 재미를 가상체험하게 한다.
소설은 소설가가 생각하는 어떤 이야깃거리를 본인이 원하는 대로 구성하고 서술할 수 있는 무대라면, SF 소설은 한 술 더 떠 현재까지 있어본 적이 없는 새로운 공상의 세계까지 손댈 수가 있다.
다만 환경오염, 핵전쟁의 위험, 기후 변화, 식량 등의 풀기 어려운 문제 때문에 미래의 세상이 별로 밝게 그려지지 않는 경향이 있다.
소설 <빛의 구역>도 제목에 있는 '빛'과는 거리가 먼 어둡고 무거운 미래를 상상하여 지어 놓고, 그 속에서 사는 사람들의 괴로운 생활과 벗어나고자 하는 몸부림을 담아 이야기 전체가 밝고 희망찬 미래와는 거리가 멀다.
옛날의 과학적 상상이었던 우주선, 로봇, AI 등이 실현되는 현실이니 어둡게 그려지는 미래의 모습을 그저 재미로만 읽기는 어렵다.
생각해 보자는 의미이리라. 지구가 망하지 말고, 인류가 멸종하는 일이 없도록. 지구의 운명을 AI에 맡기는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각성하자는 외침이리라 믿는다.
작가도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가치 중에 희망이 있다는 데에 기적을 꿈꾼다.
이야기의 시작은 붉은 구역이다. 인공위성 에테르나라는 후반부에 그 정체를 나타낸다.
거꾸로 가 보자.
지구 온난화로 평균기온이 임계점을 넘어서서 지구의 멸망이 초를 다투게 되자 각국의 지도자들은 에테르나라의 양자컴퓨터 '코스모큐브'에 모든 결정권을 일임해 버린다.
인간이라는 종의 종속을 위해 컴퓨터가 결정한 방법은 구역을 나누어 생산 구역을 정하여 살게 하고, 인구수까지 인위적으로 조절하며, 반발하거나 경계면에 가까이 오면 드론 형태의 무기나 우주에 있는 레이저 무기로 제압하였다.
모든 구역에서 모든 사람들의 일거수일투족은 정부라고 칭하는 에테르나라 컴퓨터에서 훤히 알고 있으며, 심지어 붉은 구역에서 자주 일어난 혁명까지도 예측하고 처리하였다.
"지구의 생산구역은 크게 네 구역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초록 구역은 농업을, 푸른 구역은 식수 관리를, 흰 구역은 공산품 제작을, 그리고"
붉은 구역은 활성탄 탄광이었다. 그들은 갱도에 들어가 활성탄을 캐거나, 좀 더 어린 이들은 오염 물질 정화를 위해 페달을 하루종일 밟아야 했다. 식사는 하루 한 끼. 검은 죽 형태의 음식. 사람답게 행복하게 사는 것과는 거리가 먼 힘든 노동과 열악한 환경 때문에 분기마다 혁명이 일어났다.
혁명파와 반혁명파가 서로를 죽이고 아수라장이 끝나면 인원수만큼 아이들이 보충되는 악순환 속에 혁명수장 상과, 혁명파였다가 마름(관리자)이 된 이아와, 다음 세대인 피아로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아 덕분에 붉은 구역에서 탈출하게 된 피아는 출산을 위한 구역인 검은 구역을 알게 되고 거기서 하나를 만난다.
생산 능력을 잃으면 도태시키는 비인간적인 검은 구역은 알려져 있지도 않다.
아이들은 태어나면 감별사에 의해 갈 구역이 정해지고 아카데미에서 어느 정도 성장한 다음 그 구역으로 보내진다. 본인의 의사는 고려 대상이 아님.
그곳을 벗어나 간 곳은 푸른 구역. 물을 관리하는 곳이지만 바다에서 물질을 하는 해녀들이 사는 곳이다.
혁명의 필요를 알리고, 보급선에 올라탄 것까지는 좋은데, 동력을 끊어버리는 바람에 곤욕을 당하게 되는 사람들. 죽음 직전에 보라 구역에 당도한다.
보라 구역은 유전자 변형 생물들이 사는 섬.
돼지가 두 발로 걷고 말을 하고 도구를 사용한다. 새로운 대체 인류일까. 결국 피아와 하나, 례는 돼지 족을 몰살시키고 식량으로 삼는다. 그리고 모든 보라 구역의 섬으로 미식 여행을 한다.
이아는 마름이지만 혁명을 외친다. 혁명의 성공을 위해 씨앗을 어렵게 구하고, 그것을 발아시켜 식량으로 삼고 이제껏 실패했던 혁명의 성공을 꿈꾼다.
빛의 구역 에테르나라의 집정관이 된 건과 곤은 자신이 인간이 아니라 프로그램이라는 것을 알게 되고. 희망을 찾아 지구로 전송되어 피아와 이아를 만나기로 한다.
례 마저 죽고 둘만 남은 피아와 하나. 둘은 서서히 죽음을 맞는다. 그때 나타난 비행기는 건이었다.
한편 곤은 채굴용 로봇의 몸으로 들어와 이아를 만나게 된다. 만나자마자 전원은 끊기지만, 이미 이아는 모든 것을 알게 된다.
이아와 곤이 만나면서 인류의 생존에 희망을 걸어도 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미래는 나쁘고 망하고 소멸되는 수순일 거라는 어두운 상상보다는 훨씬 더 나은 밝은 미래를 꿈꾸어도 좋지 않을까.
인간답게 살아야 인간이다. 부정적으로 올 미래가 아니라 인간의 존엄을 지키고 살 수 있도록 스스로의 삶은 스스로가 결정해야 한다. 비록 그 끝이 멸망일지라도.
푸른 지역의 서로 의지하는 해녀들 명줄처럼, 아무리 어려워도 모두가 함께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인간이라는 종의 멸종? 안 할 것 같다. 걱정하고 대비하고 함께 할 수 있을 테니까.
- 다산북스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