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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Mar 21. 2024

양평에서 맞는 두 번째 봄

봄이 오는 중

 2023년 3월 30일은 우리집 사용 승인이 떨어진 날이다.

 그전에 조금씩 짐을 옮기고 하루씩 숙박하기도 하여 정식 이삿날인 5월 15일 전에 이미 양평 생활이 시작된 셈이다.

 사용 승인 떨어지자마자 그리 싸지 않은 비용으로 조경공사를 시작했고, 꽃나무와 상록수 등을 심었다.

 아파트에서부터 공을 들였던 모종들도 화단이 만들어지는 대로 옮겨 심었다.

 물길을 제대로 못 만들어 장마철에 화단 가운데가 늪처럼 발이 푹푹 빠지는 봉변까지 당하기도 했지만.

 첫 꽃밭 치고 화려한 꽃잔치로 3 계절을 보낼 수 있었다.

 겨울은 참 지루했다.

 처음 생각에는 아파트에서처럼 모종도 준비하고, 노지월동이 안 되는 식물들을 무사히 건사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쉽지 않았다. 남향으로 창을 크게 낸다고는 했는데, 썬룸에 가려 햇빛 양이 차단되고, 썬룸조차 영하의 날씨에 전기료 많이 드는 라디에이터의 가성비를 의심할 정도로 어려웠다.

식물들은 그저 연명 수준으로 버티거나 더러 죽어나가기도 했다.

 겨울에도 꽃을 볼 수 있는 건 가온 온실에서나 가능한 일이라는 것도 깨달았다.

  무가온 미니 온실에서는 수국도 노지월동이 어려웠다. 다행히 삽목한 장미는 다 살아남은 듯하다.

 2월이 되자 따뜻한 날씨가 가끔 찾아왔다. 하지만 속지 않으려 마음을 다잡았다.

 3월이 되자 가끔씩 찾아오는 영하의 날씨에도 3월은 봄이라는 생각에 무장이 해제되는 유혹을 강하게 받는다.

 화단의 흙 사이로 올라오는 새싹들을 손으로 만지작거리고, 덮어준 낙엽 아래에 뭔가 초록빛이 보이지 않는지 쑤셔보기도 하고.

 영하로 내려간다는 예보만 있으면 걷어주었던 보온덮개천을 다시 덮어주느라 법석을 떨었다.

 이제 3월 하순. 10일 이상 영상의 날씨가 예보되었다. 썬룸에 창고 물건처럼 보관했던 노지월동이 안 되는 식물들을 화단으로 옮겨 심었다.

 식물에 따라서는 영하 1도만 되어도 얼어 죽는 것이 있는가 하면 영하 2~3도까지는 견디는 것이 있다고 하니. 모험이지만 오늘부터 하나둘씩 꺼내어 보려는 것이다.

 작년에 이미 몇 년을 살아온 이웃 주민이 노지월동 안 되는 식물은 안 심는다고 하더니, 그 심정이 이해가 된다.

 아마 올해부터는 노지월동 안 되는 식물을 겨우내 끌어안고 지내는 일을 나도 기피할 것 같다.

 차라리 봄에 화원에서 준비된 모종을 사는 것이 속편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가을부터 씨앗을 뿌리고 추식 구근을 심는 수고로움과 기다림은 그렇다쳐도.

 봄에 심어야 하는 구근을 잘못 보관하여 달리아, 칸나 등이 애써 보관했는데도 썩어나간 모습을 확인한 순간의 실망감. 화분에 심은 화초를 햇빛 쬔다고 내어놓았다가 갑자기 내려간 기온에 얼어버린 일 등. 이런 것들로 힘이 들었다.

 생각해 보면 나는 전원주택의 초짜가 아닌가.

 식물은 날씨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봄이 오는 것을 사람보다 먼저 느끼는 것 같다.

 실내에서 키우던 많은 식물들이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동안, 노지월동이 되는 식물들이 하나둘씩 흙 밖으로 초록의 모습을 나타내고, 몇 녀석은 꽃대까지 자랑한다.

 한참을 뜸 들이던 홍매화도 제법 피었다.

 언제 피려나 감이 안 오던 산수유도 어느 날 갑자기 노란 꽃잎이 터졌다.

 열흘만 있으면 4월이다. 4월이면 봄꽃의 대표 격인 벚꽃도 피는 시기다

 더 이상 봄이 언제 오려나 의심하지 않기로 했다.

 우리 집 화단 구석구석 이미 봄이 와 있다.

 양평에서 맞는 두 번째 봄은 좀더 현명하게 맞이해야겠다. 작년의 경험이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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