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백의 하얀 꽃물결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여유롭게 만끽하였다고 표현했던 서산 용장천 샤스타데이지와의 만남은 그야말로 환상적이었다.
샤스타데이지는 순백의 꽃 색도 아름답지만, 화형이 커서 시원시원한 느낌을 준다. 군락으로 꽃을 키웠을 때 눈부시게 흰 꽃잎들이 한꺼번에 무리 지어 보여주는 풍경이 매력적이다. 흰색이 주는 이미지 자체가 순결, 순수함인데, 샤스타데이지의 꽃말도 순수, 천진난만, 희망이라고 한다.
흰 샤스타데이지 군락지에 서 있으면 마치 하얀 눈 세상에라도 온 듯 보는 사람들의 마음을 환하고 차분하게 만들어주는 기분이다.
보통 흰색 꽃 무리 하면 구절초를 생각하게 되는데, 구절초는 가을에 피고, 샤스타데이지는 5~6월에 피는 것이 다르다. 그래서 샤스타데이지를 여름 구절초라고 하기도 한단다.
서산 용장천 샤스타데이지 군락지의 풍경을 잠깐 소환해 본다.
꽃의 직경이 6cm로 꽤 큰 편인데, 모여있으니 눈부시게 예쁘다.
같은 해 6월 19일에 정선 하이원 무릉도원길을 찾았다. 샤스타데이지 군락지를 또 찾아간 것이다. 콘도가 가까워서인지 포토존이 많이 있었다.
일부러 사진 촬영을 위해 의상을 갖추고 온 아마추어 모델들도 꽤 많이 눈에 띄었다.
올해는 거의 꽃 여행을 다니지 못했다. 진달래, 철쭉이 이상 기온으로 제대로 개회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사람들이 가꾸는 장미는 개화 성적이 좋아서 5월에는 장미꽃 찾아 여행으로 부지런히 돌아다녔다.
6월에 들어서면서 샤스타데이지가 제법 개화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평창 청옥산 육백마지기로 향했다. 피크를 잘 만나 멋진 샤스타데이지 꽃 여행을 할 수 있었다.
도심은 폭염주의보로 뜨거운데, 청옥산 육백마지기 꽃 군락지는 딴 세상인 듯 서늘한 기온이었다.
샤스타데이지는 계란꽃이라는 별칭을 가지고 있다. 흰 꽃잎과 노란 통상화(가운데 부분)의 모습이 마치 계란 프라이를 닮은 꽃이다.
꽃의 직경이 6cm로 꽤 큰 편이라 군락으로 모여서 피면 눈부시게 하얀 풍경이 마치 눈이 온 것처럼 보인다.
집에도 샤스타데이지를 심었다. 작년에 한 포기 사서 심은 것이 얼마나 번식이 잘 되는지 잔뜩 늘어나서 서쪽 화단을 하얗게 장식하였다.
샤스타데이지 군락지가 산 높은 곳에 잘 자라는 것은 서늘한 기온 덕도 있겠지만, 사방을 가리는 것이 없는 탁 트인 해가 잘 비치는 곳이라 더 잘 사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우리 집 화단은 보리수와 앵두나무 사이라 약간 그늘이 진다. 그래서 샤스타데이지가 해를 보기 위해서인지 목을 길게 빼고 자라서 키가 많이 커졌다. 키가 커진다는 것은 그만큼 줄기에 힘이 없어진다는 뜻이니 꽃대가 많아질수록 자꾸만 드러눕는다.
급기야 제법 많은 양의 비가 내리더니 아예 드러눕는 것들이 많다. 웃자란 것이다.
할 수 없이 샤스타데이지를 반 정도의 키로 잘라주었다.
간혹 반으로 잘라주면 다시 싹이 나와서 꽃을 보여주는 식물들도 많이 있던데,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다.
키를 반으로 줄여놓고는 괜히 안쓰러운 마음에 그쪽으로 자꾸 눈이 간다. 하얗게 빛을 발하고 있던 꽃무리 대신에 어설픈 녹색지대로 바뀌었다.
내년에는 웃자라기 전에 미리 키를 낮추어 키워보려고 한다. 그러면 웃자라지 않고 좀 더 짱짱하게 잘 커서 예쁘게 하얀 꽃무리를 보여주지 않을까 싶다.
꽃 찾아 여행을 다니는 것도 즐겁지만, 내 화단에서 내 꽃으로 키우는 것이 더 좋다.
어린 왕자와 장미꽃의 관계처럼 '그 꽃을 위해 내가 소비한 시간만큼' 소중하게 다가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