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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자령 여름 산행

장마 사이에 만난 선자령 바람

by 세온

해마다 여름 선자령을 찾는다. 도시가 더운 여름의 열기에 휩싸일 때도 선자령의 기온은 서늘함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가지 이유로 여름이 시작되고도 아직 선자령을 찾지 못했다.

장마전선이 남북을 오르내리면서 비소식도 오락가락하던 사이에 대관령은 아침 8시부터 갠다는 예보를 접하고 선자령을 향했다.

하지만 양평을 출발하자마자 억수로 쏟아지는 비 때문에 걱정이 되었다. 다행히 대관령마을휴게소에 도착하니 비가 오지 않았다. 하늘은 회빛으로 흐려 있었지만 비가 안 오는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하며 국사성황사 주차장에 차를 두고 산행을 시작했다.

주차장에 못 보던 컨테이너가 있었는데, 근무자가 있었다. 어정쩡하게 목례를 하려는데 먼저 아는 체를 하며 조심히 다녀오라고 말을 건넨다.

"선자령 일기예보는 안 맞을 때가 많습니다."

우비도 준비해 가지고 간다고 하고 잘 다녀오겠다며 인사를 하고 비에 젖은 숲길을 걷기 시작했다.

평소에는 국사성황사에서 임도로 올라가 선자령 정상으로 간 다음, 계곡길로 내려오는데, 이번에는 반대 방향으로 갔다.

혹시라도 산행 도중에 폭우가 쏟아지면 물을 건너는 구간이 많은 계곡길이 위험할 수 도 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산행 중에 비는 오지 않았다.

꿩의다리. 우리 집에 키가 매우 큰 금꿩의 다리도 있고 은꿩의 다리도 있다. 산꿩의 다리라고 도 불리는 여리여리한 이 식물은 키가 작은 편이다.

산꿩의 다리
동자꽃

맑은 날씨에 하는 산행과는 또 다른 느낌이다. 숲이 젖어있듯 숲에 젖어들어가는 느낌이랄까. 숲이 더 가까이 느껴지는 기분이다. 뺨에 습기도 촉촉하게 느껴진다. 흐린 날의 산행은 사진 찍기에 다소 불편할 뿐이다.

노루오줌

저 숲길을 걷는다.

영아자
쉬땅나무

지는 꽃도 예쁘다.


선자령 계곡길은 속새밭이 일품이다.

꽃이 하늘을 보면 하늘말나리. 아래를 보면 그냥 말나리.

말나리

숲이 젖은 날은 녹색이 더 짙게 느껴진다.

올해 선자령에 물봉선이 많이 없었다.

물봉선
흰물봉선
짚신나물

물속의 이끼섬 바위가 재미있어서 찍어보았다.

반대 방향으로 오던 길에서 만나 여러 번 쉬었던 쉼터다. 경쟁이 심한 곳인데, 오늘은 빈자리지만 지나친다.

참좁쌀풀
여로

세 쌍둥이 노루오줌.

잔대

이렇게 예쁜 참취꽃을 처음 보았다.

참취

다리를 놓으려는지 자재와 미니포크레인까지 있다. 징검다리도 이제 새로 만든 다리 밑으로 사라지겠지.

미역줄나무꽃도 예쁘다.

미역줄나무

선자령 등산로에는 이렇게 편하고 예쁜 길도 있다.

풍력발전기를 관리하는 차가 다녀야 하기 때문에 포장도로는 아니지만 넓고 편하게 만들어놓았다.

하늘이 아쉽다.

거꾸로 내려오던 등산로를 이번에는 올라간다. 경사가 다소 있는 편인데, 내리막보다 오르막이 걷기가 좀 더 낫다.

올라가는데 바람이 심하다. 사진도 제대로 못 찍고 겨우 올라갔다. 모자는 아예 벗어서 배낭에 걸고, 어찌나 바람이 센지 스틱 잡은 두 손에 힘을 주어 버티면서 한발 한 발 움직였다.

정상에 사람이 '있다, 없다'로 내기는 안 했지만 의견이 달랐는데, 생각과 달리 두 팀이나 있었다. 바람이 장난 아니다. 정상 부근이 넓어서 보통 점심을 먹고 움직이는데, 더 내려가서 먹기로 하고 바로 통과한다.

초지에 누운 풀의 모습에서 바람의 세기가 느껴진다.

구름에 갇힌 풍력발전기가 있는 풍경이 신비스럽다.

나무의 가지도 바람 부는 방향으로 자란다.

멀리 보이는 건 하늘목장. 마차와 울타리의 모습이 아스라하다.

큰까치수염
쥐털이슬

동자꽃 마을이다.

보기 어렵던 영아자가 지천이다.

꿩의다리가 많이 피어있는 곳이다.

새봉전망대에서 본 강릉시의 모습. 선자령 하늘은 회빛인데, 강릉은 파란 하늘이 보인다.

강릉무인항공표지소

박완서 님의 소설 제목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를 생각나게 하는. 선자령에는 싱아가 많이 자란다.

싱아

종비나무숲. 예전에 있던 종비나무 안내판이 없어졌다.

노루오줌 마을.

뱀무

참좁쌀풀이 모여 피었다.

잠자리가 매우 많이 보였다. 카메라에 찍힌 것의 수십 배는 되는 것 같다.

임도에서 국사성황사 쪽으로 하산한다.

8.5km, 4시간 20분(휴식 시간포함)의 산행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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