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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Aug 05. 2024

함백산 야생화 산행

 여름이면 꼭 한 번 이상 가 보는 산. 함백산이다.

 6월에는 어느 산이나 야생화를 보기가 쉽지 않다. 더운 여름이 무르익는 7월과 8월이 되면 그제야 산속의 온갖 야생화가 미모를 다투며 피어나기 시작한다.

 함백산은, 들머리인 만항재와 함께 온갖 야생화의 천국이 된다. 그리고 이때쯤 만항재의 야생화 축제도 시작된다. 7월 27일(토)부터 8월 4일(일). 어제가 야생화 축제 마지막 날이다.

 우리는 729일 함백산을 찾았다.

 야생화에 관심을 본격적으로 가지기 시작한 것이 22년 선자령 여름 산행 이후다. 그때는 고려엉겅퀴와 산비장이도 제대로 구별하지 못한 실력이었는데, 사실은 지금도 야생화 이름이 많이 헛갈린다.

 함백산은 흰 눈 같은 눈빛승마를 만난 이후 해마다 여름이면 찾는 산이었는데, 올해는 보지 못했다. 눈빛승마뿐이 아니고 분취도 볼 수가 없었다. 눈빛승마는 시기가 안 맞다 치더라도 각시취가 사라진 것은 참 아쉬웠다.

 도로 건너 만항재는 하산 후에 가 보기로 하고 바로 들머리로 오른다. 만항재가 해발 1330m이니까 높이가 1572.9m인 함백산이 그리 힘든 산행 코스는 아니다.

 여우오줌풀은 대덕산 검룡소 부근에서 많이 볼 수 있는 야생화인데, 함백산에서 만나 반가웠다. 입구에 많이 분포된 것을 보니까 어느 산행객의 등산화에 씨앗이 묻혀서 왔을까 싶다. 함백산도 여우오줌풀을 쉽게 볼 수 있는 산이 되는 게 아닌가 궁금하다.

여우오줌플
송이풀

 처음 보는 야생화를 만났다. 주황색의 강한 빛깔이 보자마자 한눈에 들어왔다. 검색해 보니 이름만 들었던 산송방망이. 우리도 드디어 만났다.

산솜방망이
둥근이질풀
솔나물

말나리와 하늘말나리를 구별하는 법? 하늘말나리는 하늘을 향해 힘 있게 꽃대를 세운다. 위에서 보면 여섯 잎의 별 모양이 뚜렷하다. 이것은 말나리인 걸로.

말나리
노루오줌

 새며느리밥풀꽃과 며느리밥풀꽃의 차이. 며느리밥풀꽃은 밥풀 두 개가 선명한데, 새며느리밥풀꽃은 흰색 밥풀이 없이 같은 색이다. 시어머니가 며느리 눈치 보며 사는 시대이니 밥풀 훔쳐먹다가 죽은 며느리는 더 이상 없을 게다.

새며느리밥풀꽃

 개시호가 꽃이 덜 피었다. 하늘하늘하니 노랑꽃이 참 예쁜데.

개시호
 나비나물
동자꽃
참나물
단풍취

 산꿩의 다리는 꽃이 지면 연분홍 열매를 맺는다.

산꿩의 다리
산꿩의 다리

 가을이 앞서 오고 있다.

 부담이 덜 되는 산행코스라고 했으나, 만만한 산은 아니다. 오르막 돌계단이 꽤 길게 이어져있다.

 새며느리밥풀꽃이 지천이다.

 원래 여로는 자주색 꽃이다.

푸른 여로

 흰색 밥풀 두 알이 선명하다.

며느리밥풀꽃
일월비비추
도둑놈의 갈고리
긴산꼬리풀

 동자꽃길이다.

모싯대

지리강활일까? 지리강활을 실제로 본 적이 없다. 이런 종류의 야생화(구릿대, 궁궁이, 어수리)를 이제는 좀 구별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아직은 자신이 없는 야생화 종류다.

꽃층층이꽃
마타리
미역줄나무꽃

기원단에서 보니 함백산 정상이 구름에 갇혔다.  

큰뱀무
노랑물봉선

 동자꽃 마을.  

 큰뱀무는 꽃보다 열매가 더 많이 보인다.

 모싯대 마을. 야생화마다 풍년이다.

 산죽의 수명이 5-7년이라고 한다. 산죽의 왕성한 번식력에 별로 좋아하지 않는 식물이었는데, 이번에 검색해 보고 새로운 사실을 알게 되었다.

 < 산죽은 다른 나무들이 왕성하게 자란 후인 6월 초에 비로소 잎을 틔우고 키 큰 나무들이 낙엽을 준비하는 9월에 활동이 급속도로 진전된다. 다른 나무들이 잎을 다 떨구고 휴식기에 드는 시기인 10-12월에 최고의 활동기를 보낸다.

 벌채 또는 산불 등 여러 가지 이유로 나무들이 사라져 버린 환경에서 빗물에 의한 토양의 유실을 막고, 많은 양의 잎을 생산하여 바닥으로 보내어 토양의 질을 좋게 한다. 그렇게 개선된 토양 속에서 쉽게 싹을 틔우는 종류의 나무들의 씨앗이 새로 정착하게 된다.> (서윤숙 티스토리 '조릿대(산죽)' 참고)

 산죽의 번식력이 강해서 이러다가 숲 전체가 산죽으로 잠식당하는 것 아니냐고 걱정한 것이 기우였던 셈이다. 7년마다 꽃이 핀다는 대나무 종류는 꽃이 피고 나면 죽는다고 한다. 실제로 산죽이 꽃 핀 모습을 몇 번 보았는데, 그 뒤로 산죽이 모두 죽어버린 현장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었다.

새잎으로 다시 시작하는 산죽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자연의 질서는 정말 오묘하다.

기린초
큰뱀무
긴산꼬리풀

 계단이 계속되는 중. 사이사이 나무도막으로 된 계단이 발의 피로를 줄여준다. 몇 년 전 공사하는 모습을 보고 감사하다고 인사를 했는데, 오를 때마다 그 고마움을 늘 느끼게 된다.

바위채송화
짚신나물
배초향
쥐털이슬

 등산로는 가파르지만 야생화 천지다. 힘은 들지만 보람 있는 코스다.

참나물
둥근이질풀

 드디어 구름 속을 들어갈 차례다. 야생화와 인사하는 숲길에서는 전혀 상관없지만 정상의 탁 트인 곳에 오르면 파란 하늘이 정말 아쉽다.

 우리는 곧잘 "산신령님이 안 도와주시네."라고 말한다.

 산신령님이 허락해야만 볼 수 있는 산정상의 푸른 하늘이 이번에는 못 만났다.

 구절초가 시작이다.

 분취일까? 은분취일까? 꽃이 피어봐야 알겠다.

 구름이 꽉 찬 하늘에 바람도 심하다. 이런 날씨에도 불구하고 한발 한발 내딛으며 즐기는 산행은 스릴을 느끼게 한다.

 만나는 사람들마다 저절로 반가운 인사를 나눈다.  

 정상에서 그냥 서있기가 힘들다. 양손의 스틱을 드는 순간 바람이 심해서 넘어질 뻔했다.

 헬기장 쪽으로 내려간다. 심하게 부는 바람을 뚫고 가는데 기분이 좋아지는 이유는? 자주 만나는 상황이 아니기 때문이다. 도전하는 기분이랄까 살짝 흥분이 된다.

 처음 보는 야생화. 검색에서 가장 비슷한 식물의 이름이 벌등골나물이다.

 헬기장에 바람이 심해서 점심을 먹을 수가 없었다. 늘 쉬었다 가는 장소였는데, 이번에는 그냥 지나가기로.

 섭섭할까 봐 구름 사이로 보여주는 귀한 풍경.

 중함백으로 가는 길.

멀리 고한읍 시가지가 잠깐 보인다.

초롱꽃
병조희풀

 노루오줌은 원래 꽃대가 빳빳하게 힘이 있는데 살짝 숙이고 있는 이 꽃은 숙은노루오줌이라고 한다. 드물게 흰색도 나타난다고 했는데, 함백산에서 제법 볼 수 있었다.

숙은노루오줌

 초록 숲길은 언제나 좋다. 더운 여름철에도 함백산 숲길은 시원하다. 적절히 바람까지 불어주니 여름 산행이라도 전혀 힘들지가 않다. 함백산 등산로 구간에서 남편이 특히 좋아하는 곳이다.

멸가치

 잔대와 모싯대는 꽃 모양이 비숫하다. 하지만 꽃 크기가 더 작고, 잎 모양이 다르다.

 모싯대가 많은 편이었고, 잔대는 한 번 밖에 보지 못하였다.

잔대

 산솜방망이를 다시 만났다. 오래 기억에 남을 꽃이다.

 처음 함백산에서 알게 된 둥근이질풀이다 우리는 '함백산 야생화' 하면 먼저 둥근이질풀을 떠올린다.

풀거북꼬리

 함백산 산행을 끝내고 만항재 산상의 화원으로 건너왔다.  

자주꽃방망이

 이름표가 있어서 큰 도움이 되었다. 대부분 이름표와 야생화를 매치하기 힘든데, 바로 옆에 있어서 좋았다. 만항재를 한 두 번 온 것이 아닌데, 자주꽃방망이도 처음 보았다.

구릿대
참취

 노루오줌이 한창이다.

 축제 기간이라 버스킹 공연을 볼 수 있었다. 숲 속에서 생음악을 듣는 일이 쉽지 않은 경험이라 주변에 한참을 머물면서 감상을 했다. 원래 버스킹 공연 관람이 목적인양 자리 잡고 앉아서 구경하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큰까치수염

 함백산 여름 산행은 야생화 산행이다. 자주 보이던 야생화를 보지 못해 아쉬웠지만, 새로 만난 야생화들도 제법 있어서 괜찮았다.

 앞으로도 해마다 여름이면 함백산을 찾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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