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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Aug 06. 2024

덕유산 우중 산행 1

장대비 속에서 오수자굴 코스로

 아침에 출발할 때만 해도 덕유산 소나기 5~60mm 예보를 비 조금 오다 그치는 정도로 해석했다. 우리 편한 대로~
 아침 7시 20분쯤 양평을 떠나  덕유산 무주리조트 곤돌라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9시 50분.
 설천봉에 구름이 많아서 전망 보기가 힘들 거라는 방송을 들으며 곤돌라 편도 탑승권을 발권했다.
 곤돌라를 타고 올라갈 때는 생각보다 시야가 좋았다. 내려서도 구름의 양이 많아서 전망이 잘 안 보일 뿐 비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았다.
 여름에는 소나기가 갑자기 내리기도 하는 것이 산악 날씨라 보험처럼 우비를 들고 다닌다. 그 보험을 오늘 탄 것이다.
 남편이 1시와 2시 사이에 소나기 예보가 있다고 했다. 비의 양은 그리 많지 않을 거라고~
 잘 하면 어려운 코스를 지나고 오수자굴에 닿을 때쯤 비가 잠깐 올 수도 있으리라 생각했다.
 중봉을 지나 오수자 굴 쪽으로 하산하는 등산로는 그렇게 쉬운 코스가 아니기 때문에 도중에 비를 만나지 않는 것이 좋았다.
 하지만 12시 반이 지났을 때쯤 비가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굵은 빗줄기가 사정없이 땅으로 내려꽂힌다.
 잠깐 오고 말겠지 하고 그냥 가려다가, 아무래도 금방 끝날 비 같지가 않아서, 보험처럼 들고다니던 우비를 꺼내 입기로 했다. 탁월한 선택이었다!
 그 뒤로 세 시간 정도 조금 약해지기도 했지만, 대부분 장대비라고 표현할 만큼 쏟아지는 비 속에 우중 산행을 하게 되었다.
 출발할 때 끈이 달린 모자(바람이 심하게 불 때 사용)를 두고, 캡을 가지고 온 것이 얼마나 다행이었는지. 우비 모자가 얼굴을 가리지 않게 하려면 모자의 캡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카메라도 배낭 속으로 집어넣었다. 세 시간 동안 사진이라고는 오수자 굴 몇 컷뿐. 오로지 걷기만 했다.
  미끄러운 경사로, 물탕이 된 등산로에 조심조심.
 또 우비 밑으로는 무방비라, 숲속을 걷기 때문에 긴 바지를 입고 온 것이 완전히 젖어서 다리를 휘감아 달라붙었다.
 비가 와서 기온은 조금 내려갔지만 우비 속이라 온몸은 습기인지 땀인지 젖어가고~
 신은 지 몇 년이 되어 방수 기능이 떨어진 등산화 틈새로 물이 새어 들어왔는지 질퍽거리는 느낌이다.
 극기훈련이 따로 없었다.
 중봉에서 백련사까지는 4.2km. 그 구간의 대부분을 우중 산행을 한 것이다.
 우리와 같은 코스로 산행 중에 만난 팀은 딱 두 팀. 둘 다 우리처럼 부부 산행객이었다.
 백련사 일주문에서 잠시 휴식을 취하면서 양말을 벗어서 짜 보았더니 물이 제법 나온다.
 이렇게 많은 비가 오는 우중 산행은 세 번째. 그중에서도 가장 비가 많이 온 날이다.
 덕유산 국립공원 탐방 안내소로 나오니 입산통제란다. 하산하는 사람들 외에는 아무도 출입을 허락하지 않는 것이다. 산 아래도 비가 많이 온 모양이다.
 우중 산행은 아무래도 에너지를 더 쓰게 되고 그래서 피로를 더 느끼게 된다.
 휴양림에서 저녁을 먹고 블로그에 우중 산행글을 쓰고는 바로 잤다.
 두고두고 이야기할 추억 거리가 또하나 생겼다.
 아래 사진들은 내가 휴대폰으로 찍은 것이다.

 남편이 찍은 사진은 집에 가서 '덕유산 산행기2'에 올릴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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