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딸네 식구들 셋이 와서 1박 하고, 늘 외식으로 해결하던 점심을 집에서 먹는 것으로 하는 게 어떠냐고 의논하던 중이었다.
휴대폰으로 뉴스를 보던 남편이 갑자기 비행기가 추락했다는 소식을 알린다.
안그래도 시국이 어수선해서 2024년 보내기가 속시끄러운데, 참사 소식에 기가 막혔다.
딸네는 TV를 보지않는 집이라, 궁금했지만 평소처럼 아이와 캘리그라피를 하면서 오전 시간을 보내고 점심을 해 먹이고 서울로 보냈다.
거실로 들어오자마자 바로 TV를 켜고 상황 파악을 했다. 아마 하루종일 TV를 켜두었던 것 같다. 여러 전문가들의 의견을 곁들인 추락에서 충돌, 화재 발생까지의 과정을 상세히 보도하는 동안 사망자 수가 20여명에서 계속 증가하여 탑승자 수에 가까워졌다.
관제탑과의 교신내용을 확인하여 대강 정리된 사실은
버드스트라이크, 콘크리트 로컬라이저 충돌, 화재로 생존자 2명을 제외한 179명 전원 사망.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자식이기도 한 탑승자들. 예상하지 못한 갑작스런 사고를 당해 황망할 유가족들의 슬픔에 마음이 아려왔다.
온라인 카페에 들어가보니 회원 중에 탑승자가 있었던 모양이다. 친하게 지내던 이가 그 소식을 올리고 안타까워 하는 많은 댓글이 달렸다. 나도 명복을 빈다는 댓글로 마음을 보탰다. 잘 알지는 못했지만 댓글을 주고 받기도 했는데. 친구들과 여행을 떠났다가 남편과 자식을 남겨놓고는 집으로 돌아오지 못했다. 주인없는 게시글을 찾아 읽다가 눈물이 핑 돈다. 그이의 마지막 게시글에는 예쁜 꽃 사진이 가득했다.
크리스마스 연휴에 가족, 친구, 직장 동료와 함께 즐거운 여행을 하고 돌아오는 길이었을텐데. 팔순 기념 여행으로 9명의 가족이 함께 희생된 집안, 세 살 밖에 안 된 어린 아이도 있었고, 퇴직하는 동료와 함께 떠난 교육청 직원들의 참사 소식에 안타까움이 더했다.
2025년 1월 1일은 집에서 평소처럼 지내고,
2일에는 첫 산행으로 강원도 태기산을 다녀왔다. 집으로 돌아온 후, 늘 전화로 소소한 이야기를 주고받는 지인에게 카톡을 보내고 전화 통화를 했다.
1월 1일부터 안좋은 소식을 전하지 않으려고 하루를 꾹 참았다고 했다. 카페에서 알게된 동생처럼 지내던 이의 남편이 탑승자였다고 한다.
처음에는 바로 못 알아들었다. 말문이 막혔다. 카톡도 여러 번, 전화통화도 꽤 나눈 친한 사이다.
착한 심성이 말끝마다 묻어나는, 이제 첫 꽃밭 만들 재미에 들떠있던 그이다. 모종과 꽃씨를 주고받으며 정이 들어, 남편이 더 좋아한다면서 고맙다고 언제건 광주에 오면 부부끼리 밥 한 번 같이 먹자고 했는데. 그 남편이 이번 사고로 하늘의 별이 되어버렸단다.
어떤 위로의 말도 위로가 될 것 같지 않아서 카톡을 썼다가 보내지 않고 삭제해 버렸다.
작년에 직장에서 퇴직하고 제2의 인생 설계에 들어갔을, 이제 이쁜 아내와 함께 꽃을 가꾸며 여유있는 삶을 꿈꾸었을텐데. 조기축구회에 오래 활동했다니 건강한 사람이었을텐데.
뉴스에 나오는 사건 사고 소식을 접할 때마다 그들이 당한 불행에 마음 아파하지만, 직접 알지 못한 추상적인 상대이기 때문에 아무래도 충격이 덜한 편이다.
그런데 아는 사람일 경우는 이렇게 다르다.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이고, 어떤 말이나 행동을 했고, 나와 어느 만큼 밀접한 사연이 있느냐에 따라 그 충격의 정도가 커지는 법이다.
어제 오후부터 잠자기 전까지, 또 자고 일어나서 지금까지 생각만 하다가. 차마 본인에게는 못 하는 위로의 말을 글로 써 본다.
아침 식사 후 어제 사온 더덕을 손질하여 건조기에 말리는 동안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나는 뜨개질을 하고 남편은 휴대폰으로 관심거리를 찾아보며 시간을 보냈다.
이런 게 평화로운 일상이지. 남편 말에 동의하면서 그 평화로운 일상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실감한다.
이번 사고로 아내를 잃고 남편을 잃은 두 가정은 더 이상 이런 평화로운 일상을 누리지 못한다. 배우자 상실 스트레스가 가장 크다는 말을 들었다.
내가 잘 알지 못 하는 희생자도 누군가의 아버지, 어머니, 남편, 아내, 자식이다. 그들을 잃고 평화롭던 일상이 깨어진 가정이 너무나 많다. 가신 분들도 안타깝지만, 남은 유가족의 아픔에 가슴 속까지 아려온다.
세월이 약이니, 산 사람은 또 어찌 살아내는 법이니,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 이 글을 읽어보라고 보여줄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