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리뷰>페인트(이희영)

부모를 선택할 수 있을까

by 세온

Parient's interview에서 따온 <페인트>. 책 제목의 유래다. 부모 면접. 부모를 선택한다는 것이다. SF 적인 환상 소설은 아니지만, 훗날 일어날 수도 있는 상상을 기반으로 한 미래 소설이다.

돌고 돌아 <밀리의 서재>다. 전자책을 선호하는지라 밀리의 서재를 신청했다가, 볼 게 없다는 이유로 그만두고 예스24 e book을 신청했다가 다시 나왔다. 전자책 발행이 다양하지 않은 게 그 이유였다.

독서 습관이 한 번 읽은 것을 다시 찾지 않는 편이라, 서가를 채우는 종이책을 선호하지 않는다. 그래도 원하는 책을 쉽게 만나기 힘들어서 가성비 있는 월 구독료에도 불구하고 쉬 스며들 수 없었다.

양평에 새로 도서관이 생겨서 가보자고 몇 번 벼르기만 하다가, 결국은 다시 <밀리의 서재>를 만났다.

그 첫 책. 페인트다.


부모를 선택할 수 있을까? 또는 자식을 선택할 수 있을까?

어린 시절 한때 나는 미국에서 태어나지 못한 것을 속상해했다. 조금 더 큰 다음에는 아버지가 서울로 전근 갔으면 하고 무척 바랬다.

내가 어린 시절에는 몇 여유 있는 가정을 빼고는 대부분 어렵게 살았다. 할 수 있는 일이 많이 없는 어려운 생활에서, 미국 아이들이나 서울 아이들의 생활을 꽤나 동경했다.

그러나 부모를 선택하고, 자식을 선택할 수 있다는 생각은 해본 적 없다. 혈연은 운명이니까.

살아가면서 내게서 부모님의 닮음꼴을 찾아내고, 나를 닮은 자식을 키우면서, 아무런 조건 없는 사랑을 느낀다. 내 부모니까~내 자식이니까.

요즘 TV에서 아이들과 행복한 순간을 보여주는 공익 광고가 자주 보인다. 젊은이들의 결혼, 육아를 장려하려는 정책의 일환이다. 그래서 우리나라 인구가 많이 늘었으면 좋겠다.

결혼을 안 하고(비혼 주의) ,해도 자식을 갖지 않으려는 젊은이들의 사고가 보편화된 지 오래다. 이러다가는 정말 나라에서 아이들을 책임지고 길러주는 NC(Nation's children) 제도가 생길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이를 낳기만 하면 국가에서 영양, 체력 관리는 물론 교육까지 맡아서 책임져 준다.

고아원은 부모가 없는 아이들이 어쩔 수 없이 가게 된 시설이라면, NC는 부모가 양육을 포기하여 국가에서 길러주는 시설이다.

만 14세가 되면 부모를 선택할 수 있는 페인트를 할 수 있다. 부모가 아이를 선택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가 부모를 선택한다. 부모는 아이를 입양하게 되면 양육수당과 연금을 챙길 수 있다.

완벽하게 준비한 홀로그램으로 먼저 만나고, 직접 대면 인터뷰 후, 마음에 들면 합숙 후 입양이 되는 조건이다. 나이가 들어도(20세?) 부모를 선택하지 못하면 시설에서 나가야 하는 것도 현재의 시설에서 18세가 되면 자립하는 것과 같다.

주인공 '제누301'은 그냥 아무런 계산이나 꾸밈이 없는 상대를 원했고, 아무 준비 없이 그저 NC의 아이가 궁금했던 글 쓰는 '하나'(작가의 시선?)를 만나 마음을 연다. 세 번의 인터뷰가 끝나고 합숙 직전에 입양을 포기한 것이 약간 의아했지만, 제누와 하나 부부가 친구로 지내기로 한 것으로 만족스럽다.

제누의 보호자 역할인 가디 박은 어린 시절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린 피해자였으며, NC에서 아이들이 잘 생활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했다. 마지막에 늙고 힘 빠진 아버지와 화해를 하며 부모 자식 간의 오랜 응어리를 해결한다.

평소 페인트에서 부모 점수를 보통 15점 밖에 주지 않던 제누가 하나 부부에게 85점을 주는 부분에서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나는 내 아이에게 몇 점짜리 부모일까. 내 부모는 내게 몇 점 짜리 부모였는가.

아버지 어머니가 주어진 환경에서 내게 최선을 다하셨듯이 나도 내 아이에게 최선을 다한 것이 맞다. 아무리 내 맘에 충분하지 않았어도 그분들은 할 만큼 하셨다는 것을 안다. 아이도 내가 최선을 다한 것을 알기 바란다. 몇 점? 중요할까?

이건 비교 대상이 아니다. 내 부모이고 아이니까. 사랑에 무슨 조건이 필요한가.

미래에~자식의 양육이 귀찮아서 국가에 맡겨버리거나, 마음에 드는 부모를 찾아 페인트를 기다리는 NC의 아이들이 적었으면 좋겠다.

제누의 룸메이트인 아키가 첫 페인트에서 할머니 할아버지 나이의 부모를 만나 서로 사랑을 확인하고 한 가족이 된 것이 무척 반갑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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