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는 순서

사촌동생을 보내고

by 세온

울산 장생포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데, 갑자기 경주에서 사촌동생의 부고장이 카톡으로 왔다.

나와는 17살이나 차이 나는 사촌 형제간에 가장 막내다.

몇년 전 작은 집의 장남인 사촌 오빠가 지병으로 명을 달리 하더니 이번에는 막내가 갔다.

오는 순서는 있어도 가는 순서는 없다는 말이 있더니, 이처럼 실감나는 일이 또 있으랴 싶다.

형제 간에도 사방 팔방으로 흩어져서 살아 각별하게 지내지 못하는 사이인데, 사촌 간이니 오죽하랴.

어떤 성격인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이유로 그 젊은 나이에 명을 달리하게 되었는지 잘 알지 못하는 막내 사촌 동생이지만, 부조금만 보내지 않고 내려가 보기로 했다.

하루 일찍 울산으로 가서 짧은 여행을 끝내고 경주 장례식장으로 갔다.

가끔 만나 그나마 친한 편인 세살 터울의 사촌 동생에게 들은 바로는 암투병 중이었는데, 재발한 상태에서 항암 치료를 거부하고 자연요법을 선택했단다.

하려면 제대로 했어야 효과가 있을텐데, 실천이 잘 안 되었던 모양이다.

프랑스에서 여행가이드로 소믈리에 공부를 하면서 혼자 지내다가 병을 알고나서 귀국했다는데, 사촌 오빠 장례식장에서 항암 치료 때문에 모자를 쓰고 있었지만 밝고 명랑하던 그 표정이 눈에 선하다.

9살 차이가 났던 바로 위의 언니가 막내를 꽤 챙겨주었던 모양이다. 돈이 필요하면 대출을 받아서, 치료처를 찾아갈 때도 데려가고 데려오고 지극히 동생을 챙겨주던 그 동생도 할 만큼 하고 지쳤던 모양인지 표정이 담담하다. 손만 꼭 잡아주고 애썼다고만 위로하고 나오는데, 막내가 그냥 그렇게 살다가 갔구나 하는 안타까운 감정 외에 더 보탤 것이 없어서 미안했다.

그래도 남은 사촌 동생들에게 직접 가서 위로의 시간을 함께 한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이가 들어가다 보니 갈 날이 가깝다는 생각을 가끔 하게 된다.

몇 년 전부터 시어머니, 당고모, 사촌 오빠, 작은 어머니를 보내드렸다. 내 위의 집안 어른의 수효가 자꾸만 줄어드는 것이다.

명절이 되어도 찾아 뵐 어른이 사라지고, 아이들이 우리를 찾아뵙는 나이.

아무리 의학이 발달하고 생활 환경이 좋아졌다 하더라도 나이 90이 넘으면 급격하게 노화가 진행되고 몇년 못 가서 돌아가시는 경우를 자주 보게 된다.

백세까지 살고싶은 생각은 없으니 좀 일찍 가더라도 사는 동안 건강하게 살기를 바란다.

내가 늘 말버릇처럼 하는 '88까지 팔팔하게' 살더라도 앞으로 20년이 채 안 된다.

주택 살다가도 아파트로 이사가는 나이인데, 이 나이에 주택에 와서 꽃 키우고 사는 생활을 하고 있다. 내가 원해서 즐겁게 살고 있는 시간들이 귀하고 고맙다.

가는 순서가 언제가 될 지 모르지만 귀하고 고마운 이 시간을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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