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

미술에 관한 생각

by 세온


친언니가 대구에서 화가로 활동 중이다. 어릴 때부터 미술에 재능이 있어 고교 시절에는 개천예술제에서 특상을 받기도 했다.

가정 형편이 좀 더 좋았더라면 미대 진학을 했을 텐데 결국 우리 집 딸들은 선택의 여지없이 교대를 가야 했다.

교장으로 퇴직한 언니는 은퇴 후의 삶을 그림과 함께 하며 살고 있다.

내가 늦게사 그림을 시작한다고 했을 때 누구보다도 반가워하고 좋아했던 사람이 언니였다.

나도 미술에 소질이 있을까 의심스러워했을 때도 적극적으로 믿어주고 응원하였다.

작년에 캘리그라피를 시작하면서 자신 없는 그림을 좀 더 잘 그리기 위해서 시작한 수채화 기초 강좌 첫 소묘 작품.

재미를 느낀 나는 화실에 등록을 하고 수채화 기초를 잠깐 배우고 아크릴화를 배우기 시작했다.

언니는 이왕 하는 김에 유화를 배우라고 했지만, 물을 사용하는 아크릴화가 훨씬 관리가 쉬워서 아직 생각해 보지 않고 있다.

언니와 나는 5년 터울이다. 언니가 고1 때 내가 초등 5학년이었다.

언니가 한참 유화를 시작할 때였나 보다. 어려운 형편에 유화물감과 캔버스 등 미술재료가 꽤 비쌌던 것 같다.

딸의 미술 공부에 적극적으로 밀어주시던 아버지와 의견이 다른, 생계가 걱정이던 어머니 사이에서 벌어지는 전쟁으로 하루가 멀다 하고 집안은 늘 시끄러웠다.

아버지한테서 돈을 타서 산 유화물감 등을 어머니가 쓰레기통에 내다 버리면 울고불고하면서 언니가 다시 꺼내서 쓰고~

그런 상황을 지켜보면서 자란 나에게 미술은 돈이 드는 일이며, 그러므로 나는 미술을 하면 안 되며, 나는 미술을 못 해야 하며 나는 미술에 소질이 없는 아이라고 정해버렸다.

나는 돈이 안 드는 건 잘할 수 있어. 예를 들어 합창이나 글짓기 같은 것. 그런 자기 주문은 꽤 오랫동안 효력이 있어서 실제로 고교 시절까지 혹은 현직에 있는 동안까지도 영향을 끼쳤다.

결국 언니가 어머니를 이겨서 고등학교 시절 내내 미술부에서 두각을 나타내기는 했지만, 미대 진학은 실패했다. 합격은 했지만 사립 미대 보낼 형편이 못 되었던 것이다. 그래도 현직에 있으면서 꾸준히 그림을 그리고 대구로 전근한 뒤에 그곳에서 열심히 활동해왔다.

아크릴화에 재미가 붙으면서 들뜬 마음에 화실 계단을 내려오다가 넘어지는 바람에, 팔뼈가 골절되어 중단된 그림 공부는 언젠가 다시 시작할 생각이다.

봉천사 개미취
선운사 꽃무릇

지금은 아직도 자신 없는 캘리그라피 수채화 그림을 좀 더 잘 그려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이번 겨울방학 동안(3월 5번째 캘리그라피 강의 시작 전까지) 글씨 연습도 하고, 수채 캘리 연습도 해 볼 생각이다.

이제는 미술을 못한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물론 아직은 그림을 잘 못 그리는 편이긴 하지만 연습하면 잘할 수 있다고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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