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장 아닌 김치 담기
12월 초 전후해서 블로그와 카페에 너도 나도 김장하는 소식을 올리느라 바쁜데.
올해는 김장하지 말라고 해서 진짜 김장 안 하고 놀았다.
재작년에는 야심 차게 배추를 심어 길러서 김장을 해보려고 항암 배추라는 품종을 모종으로 사서 심었다가 쌈 배추만 수확하고 끝났다.
작년에는 아예 양평 하나로마트에서 배추 3포기 한 망을 사다가 김장(?)이란 걸 해보았다. 다른 집에는 80포기 100포기 넘게 한다는데, 나는 3포기 이상 김치를 담가 본 적이 없다.
결혼 전에는 대학교부터 서울로 올라와 자취하느라 친정어머니의 김장에 동참해 본 적이 없고, 결혼 후에도 시어머니께서 늘 출근한 사이에 김장을 다 해놓으시고 가지고 가라고 챙겨주셨다.
어느 해 김치를 나름 연구해서 담가보았는데, 하필 경험 부족으로 (나중에 생각해 보니) 좋지 않은 소금과 배추로 담는 바람에 김치가 물러서 못 먹는 사태가 생겼다.
"그냥 사 먹어."
그날 이후로 거의 김치는 사서 먹었다.
그 뒤로 가끔 김치를 조금씩 담그긴 했지만 주로 사서 먹었다.
한국 사람은 김치가 없으면 밥을 못 먹는다는데, 나는 김치를 매 끼니 찾는 편이 아니다. 신 김치를 좋아하지 않기 때문이다. 자랄 때 친정어머니는 멸치젓을 달여서 말간 멸치젓국물을 만들어 두시고 생김치를 자주 만들어 주셨는데, 그 영향인지 김치가 조금만 시어도 먹지 않았다. 지금은 나아져서 약간 시어도 먹는다.
시집와서 처음 맛본 김치 맛은 내가 예전에 먹던 김치 맛과 달랐다. 멸치젓을 넉넉히 넣고 생굴, 생갈치 등 여러 가지 재료를 넣고 풍부한 맛을 내던 친정 김치와는 완전히 다른 맛. 시어머니는 젓갈을 거의 넣지 않고, 부재료도 해물을 일체 넣지 않고 김치를 담으셨다. 그 맛을 나는 아직 그대로 내지 못한다. 남편은 젓갈 냄새가 조금만 진해도 김치를 입에도 대지 않는다.
결국 이 상표, 저 상표 바꿔보며 남편 입맛에 맞는 시판 김치를 찾아 구매하게 되었다.
장아찌나 다른 밑반찬은 그럭저럭 남편 입에 맞는 레시피를 정해서 사 먹지 않고(시판 밑반찬은 입에 안 맞는단다.) 내가 다 하는 편인데, 김치는 아직도 어렵다.
배추를 반으로 갈라 물과 소금을 10:1로 하여 7~8시간을 절여서 헹궈서 건져놓고, 무, 쪽파, 양파, 마늘 등 여러 가지 재료로 양념을 만들어 켜켜로 속을 넣어 포기김치를 담는 일은 몇 포기 안 되는 데도 하루를 잡아야 한다.
김장을 수십 포기 하는 집은 여러 사람이 모여 품앗이로 하는 데도 이틀이 꼬박 걸린다고 한다.
이렇게 시간이 오래 걸리고 힘이 드는 일이라 사 먹는 게 낫다고 남편이 입버릇처럼 말한다. 시간과 노력 대비 가성비가 낮다는 것이다.
김장하는 집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김장 재료로 많이 쓰이는 통영 생굴이 예전보다 많이 안 팔린다는 뉴스를 접하기도 했다. 갈수록 김장 안 하는 집이 늘어날 것 같다.
어영부영하다가 수은주가 영하로 치닫는 겨울에 들어섰다. 김장 시장도 끝난 마당에 슬그머니 김치를 담가먹자고 했다. 생김치가 먹고 싶었다.
하나로 마트에 갔더니 생각보다 배추가 비싸지 않았다. 김장 시장 직전에 배추가 폭염과 가뭄으로 가격 폭등했던 때에 비하면 괜찮은 가격이다 싶어 한 포기 사갖고 와서 막김치를 담았다.
썰어서 하니까 2시간 정도만 절였는데도 괜찮은 것 같아서 양념 준비를 해서 바로 버무렸다. 겉절이와는 조금 다르지만 거의 비슷하게 만들었다.
내일은 칼국수 거리를 사 와서 생김치와 같이 맛있게 먹어야겠다.
생김치를 담그면서 돌아가신 두 어머니 생각이 많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