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서리산 철쭉 산행
예전에 왔을 때 신나무가 있었던 기억이 났다. 산에는 자생으로 자라는 신나무가 거의 없어서 신기했었다. 그 나무를 다시 보고 싶어 계속 찾으면서 걸어왔는데, 드디어 만났다. 수령이 꽤 오래된 나무다. 나무 앞에 서서 나름대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오랫동안 못 본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다음에 또 왔을 때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도 안 보여서 죽었거나, 베어버린 게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었다. 내 기억 속의 소중한 나무를 찾았다.
등산이 힘든 사람들에게 숲을 즐길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바위가 많은 산이다. 계속 오르막이고 경사도 좀 있는 편이다. 철쭉 보러 가기에 쉬운 산은 아니다. 아예 임도로 쭈욱 올라갔다 갔던 길로 되내려오는 방법이 있긴 하지만, 아직은 등산로로 다녀올 수 있다. 괜찮다.
애벌레들은 어쩜 그리도 잘 알까. 어린 나무의 어린싹이 연하고 맛있다는 걸. 어쩌면 성충이 그런 곳을 찾아 알을 낳는지도 모르겠다. 걸어가는 내내 키 작은 나무에서 구멍 뚫린 나뭇잎을 자주 볼 수 있었다. 애벌레가 자주 보이는 계절이다. 성충(대부분 나비가 아닐까.)은 예쁜데, 애벌레 만나는 건 싫다.
굴참나무가 많은 곳이다. 코르크 재료라는데 수피가 대단하다. 떡갈나무도 꽤 많이 보였다. 잎이 커서 떡을 싸서 보관했다고 한다.
철쭉 동산이 가까워지지만 철쭉보다는 병꽃나무가 먼저 마중을 나온다. 병꽃나무도 색이 여러 가지다.
화채봉 삼거리에 오니 주변에 철쭉이 많이 피어있다. 예전에 비해서 한참을 올라가도록 철쭉꽃이 보이지 않아, 너무 늦게 와서 다 진 건 아닌가 걱정했는데 다행이었다.
연달래라고 부르는 토종 철쭉이다. 연달래는 색이 귀티가 나는 분홍이다. 초암산, 일림산, 황매산에 피는 철쭉은 산철쭉이라고 한단다. 연달래는 산철쭉보다 훨씬 연한 색이다.
하늘은 푸르고 철쭉은 예쁘고. 다리 아프게 올라온 수고로움을 보상받는 시간이다.
가까이서 찍어 보았다. 천상 귀부인의 모습이다.
숲 그늘이 시원하다.
왼쪽은 낭떠러지다. 꽃은 보기 힘들지만 대신 녹색 숲이 멋지다.
철쭉 동산 비석은 이곳을 찾은 산행객에게 필수 인증 포토존이다. 우리도 번갈아가며 인증 사진을 남겼다.
드디어 철쭉 동산 전망대에 도착했다. 피크 때에 전망대 데크에 올라가서 찍으면 꽃이 한반도 모양으로 피는 것이 특징인데, 만나기가 쉽지 않다. 올해는 한반도 모양이 잘 안 나온다.
2016년 한반도 형상의 철쭉 모습 (서리산)으로 대리 만족해야겠다. 그래도 꽃이 예쁘게 피어서 좋다. 자연이 허락하는 만큼만 즐기면 된다.
서리산 정상(해발 832m)에 올랐다. 서리산 정상에는 연달래가 없다. 산철쭉 몇 그루를 식재해 놓았는데, 자라면 그것도 정상의 멋진 배경이 될 것이다. 산철쭉은 정상 근처에만 몇 그루 보이고, 다른 곳은 모두 연달래다. 정상에는 연달래가 잘 안 자라서 산철쭉을 심은 건지 궁금하다.
정상 가까이에서 가평 잣향기 푸른 숲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다.
고로쇠나무와 단풍나무를 비교해 보았다. 고로쇠나무는 나뭇잎의 갈래가 5개, 단풍나무는 7~9개 정도이다. 가을이면 고로쇠나무, 단풍나무 가릴 것 없이 둘 다 단풍이 멋지다. 가을에 단풍 산행을 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
꽤 험한 곳이었는데 계단을 만들어 훨씬 수월하였다. 손에 닿을 듯 나무들이 가까워 숲 안을 걷는 느낌이었다. 나뭇잎들이 햇빛을 받아 반짝반짝 빛이 나는 듯했다.
길은 계속된다. 길이 거기 있고, 우리는 그 길을 걷는다. 푸른 숲이 양 옆에서 우리를 맞이한다. 무한한 포용력 속으로 우리는 즐거이 걸음을 옮긴다.
예전에 왔을 때 신나무가 있었던 기억이 났다. 산에는 자생으로 자라는 신나무가 거의 없어서 신기했었다. 그 나무를 다시 보고 싶어 계속 찾으면서 걸어왔는데, 드디어 만났다. 수령이 꽤 오래된 나무다. 나무 앞에 서서 나름대로 반가움을 표현했다. 오랫동안 못 본 친구를 만난 느낌이다. 다음에 또 왔을 때 사라지지 않고 그 자리를 지켜주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도 안 보여서 죽었거나, 베어버린 게 아닌가 걱정을 했는데 다행이었다. 내 기억 속의 소중한 나무를 찾았다.
이정목에 잣향기 푸른 숲 안내 표지판이 있다. 왼쪽 길로 가면 가평 쪽으로 가게 된다. 다음에 시간을 내어 걸어볼 생각이다. 나이가 들면서 등산할 수 있는 산이 줄어드는 대신에, 걷기 길에 대한 정보를 모으고 여행 계획을 늘리는 중이다.
계단을 올라가면 축령산으로 가는 등산로가 연결된다. 축령산 등산은 2018년에 했다. 또 갈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의자 모양의 남이 바위를 또 만나보고 싶다.
이번에는 서리산 산행만 하기로 했기 때문에 우리는 임도로 내려간다.
벼락 바위라고 한다. 1998년 집중호우로 산사태와 하천 범람으로 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있었는데, 그때 실제로 벼락이 떨어진 바위라고 한다. 이 바위를 본 모든 분들께 '건강 벼락', '돈벼락' 덕담을 안내판에 적어 놓았다.
전망대를 아주 멋있게 지어 놓았다. 2층 구조인데, 바닥도 꽤 넓은 편이다. 점심 먹기 딱 좋은 장소라 우리도 여기서 준비해 온 점심을 먹고 꿀 같은 휴식을 취한다.
전망대 아래에 멋진 소나무와 널찍한 바위가 있었다. 전망대 만들기 전부터 이곳은 산행객들이 사랑하는 전망 좋은 쉼터였을 것 같다.
평일인 데다가 일찍 왔기 때문에 산행객을 많이 못 만났는데, 한 사람이 왔다가 휙 한번 둘러보고 그냥 간다. 사람이 많을 때는 여러 사람이 쉼터에서 함께 북적이며 쉬기도 하는데, 사람이 적을 때는 누가 먼저 와 있으면 그냥 가는 사람이 있다. 혼자 조용히 쉬고 싶어 하는 사람인 모양이다.
충분히 쉬고 난 다음, 정리를 하는데 또 다른 산행객이 전망대로 들어왔다. 우리는 빨리 짐을 챙겨 나왔다.
화합 바위. 갈라진 두 개의 바위를 합치면 한 개의 바위가 되듯이, 사이가 안 좋았던 부부가 금슬이 좋아지고, 연인 간에는 사랑이 깊어지고, 친구 간에는 우정이 깊어지라는 의미로 지은 이름이란다. 긍정마인드는 성공의 보증수표다.
꽃비가 내렸다. 벚꽃도 아니다. 하얀 꽃잎이 바람이 불 때마다 연신 꽃비로 떨어지고 있었다. 나무가 너무 높아서 무슨 꽃인지 알 수도 없었다. 먼 빛으로 보아 아마 야광나무가 아닐까 짐작만 해 본다.
등나무가 있었다. 처음엔 칡인 줄 알았는데, 등나무 꽃이 맞다. 양평 물소리길 3코스 아신 갤러리에 등나무 터널이 있는데, 지금쯤 이런 멋진 모습으로 피어 있겠구나 짐작해본다.
승천 바위라고 이름을 붙였다. 옛날 옛적에 이무기가 이 바위에 있는 구멍으로 승천했다는~설화가 전해 내려온단다. 스토리텔링에도 정성을 다한 느낌이다.
까치박달나무가 주렁주렁 달고 있는 것은 아직 열매가 아니라 꽃이다. 모양이 특이하다. 높은 산에서 많이 볼 수 있는 나무다.
팥배나무도 하얗게 꽃을 달고 있다.
임도로 계속 가지 않고 목교를 건너면 산림휴양관이 나온다. 하얀 철쭉이 멋진 산림휴양관에서 우리는 여러 번 숙박을 했다.
수형이 멋진 소나무와 빨간 영산홍을 같이 심었다. 바위에 덩굴 식물까지 멋지게 어울려 작품이 되었다. 솟대도 일일이 깎아 만든 작품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