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면 싹이 트고 꽃이 핀다. 싹이 트는 건 4월부터인데, 어느새 쑥쑥 자라 꽃을 피워 올린다. 5월은 그야말로 꽃 천지다. 곳곳에서 장미, 꽃양귀비, 수레국화를 심어 꽃길을 만들어 놓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꽃길 여행을 그래서 시작했다.
산에 피는 진달래나 철쭉 자생군락지와 다른 점은 마을이나 군 단위로 꽃길을 조성하는 것이다. 품도 많이 들고 비용도 많이 드는 일을 귀찮아하지 않고 애써주는 이들이 있어 우리는 단지 그곳을 찾아가는 수고만 하면 아름답게 조성된 꽃길에서 힐링을 선물 받을 수 있다.
인터넷에 갑자기 흰색 구절초 같은 꽃이 때 아니게 많이 보이기 시작해서 알아보니 샤스타데이지라는 꽃이었다. 구절초는 주로 9월에 많이 피는데, 샤스타데이지는 5월~7월에 핀다고 한다. 그래서 샤스타데이지를 여름 구절초라고도 부른단다. 샤스타란 인디언 말로 흰색을 뜻하며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흰 눈 덮인 샤스타산의 이름을 따서 샤스타데이지라는 이름이 붙여졌다고 한다.
서산 용장천들에 샤스타데이지 꽃길이 있다고 하여 5월 26일 시간을 내어 가 보았다.
내비게이션에 '서산 용장천들'을 입력했더니 뜨지 않아서 '서산 운산교'로 입력하고 찾아갔다. 평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다. 순백의 하얀 꽃물결이 시원하게 펼쳐진 풍경을 여유롭게 만끽할 수 있었다.
마가렛도 흰색 꽃인데, 샤스타데이지가 50~60cm 정도인데 비해 마가렛은 1m까지 자란다니까, 샤스타데이지보다 키가 더 큰 모양이다. 샤스타데이지는 잎 모양이 톱니 모양인데, 마가렛은 쑥갓처럼 생겼다고 하니 잎을 보면 구분하기 쉬울 것 같다.
운산교 공영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라메 쉼터를 먼저 찾아갔다. 아라는 바다, 메는 산을 뜻한다. 용장천길을 아라메길이라고 한다.
마을 담에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흰 물감을 짠 흔적에 피어난 샤스타데이지 그림과, 환하게 웃는 두 아이 그림이 예사 솜씨가 아니다. 아이들 머리가 담장 위의 나무와 닮게 그린 센스도 돋보인다.
보호수로 보이는 느티나무는 오래전부터 마을의 쉼터인 정자 나무 역할을 하였을 것 같다. 시골 마을에는 이런 오래된 느티나무를 쉽게 볼 수 있다. 여름철 나무 그늘에 마을 사람들이 모여 더위도 피하고 이야기꽃도 피우는 그런 동네 사랑방같은 오래된 정자나무는 마을이 발전하고 모습이 바뀌어도 그 자리를 꿋꿋이 지키고 있다. 꼭 그런 느낌의 나무였다.
꽃길로 내려가는데 빨간 꽃양귀비 꽃이 먼저 인사를 한다. 샤스타데이지와 꽤 잘 어울린다.
입구 돌탑을 지나면 흰색 꽃물결이 우리를 맞이한다. 포토존도 흰색으로 색깔을 맞췄다.
흰색 샤스타데이지 꽃밭이 시야에 환하게 펼쳐진다. 꽃의 직경이 6cm 정도로 꽤 큰 편이라 시원시원하다. 모여 피어있으니 하얀 꽃물결이 넘실대는 느낌이다.
아래 사진에 보이는 작은 산이 제6경 '전라 복조'다. 전라산의 복조랭이같이 생긴 모양이라 그렇게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둑방에 있는 나무는 벚나무다. 봄에는 연분홍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마을 사람들을 행복하게 했을 것 같다. 지금은 하얗게 핀 샤스타데이지가 힐링을 선사하고 있다.
꽃양귀비와 수레국화도 군데군데 피어있어서 심심하지 않다.
둑방 위로 올라가 본다. 벚나무 덕분에 그늘도 있고, 바람이 불어 아주 시원했다.
사람도 풍경이다. 꽃 속에 사람도 꽃인듯 하다.
용장천들 꽃길은 서해랑길 64-4 코스에 속한다.
서해안을 따라 아름다운 걷기길이 있는 운산리, 예쁜 샤스타데이지 의 하얀 꽃물결 속에서 행복한 반나절을 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