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온새 Jun 19. 2022

개망초도 예쁘다

남양주 물의 정원 개망초 이야기

 양평에 자주 간다는 이야기를 브런치 글에서 한 적이 있다. 양평에서 남양주 조안면은 다리 하나만 건너면 되는 가까운 거리다.

 어제 정선 하늘길 - 무릉도원길 갔다가 양평에서 자고 아침 일찍 남양주 조안면에 있는 물의 정원에 들렀다.

 운길산 산행 갈 때 늘 이용하는 조안면 체육공원 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길을 건너 물의 정원으로 향했다. 하늘은 금방이라도 비를 뿌릴 듯 잔뜩 찌푸린 날씨라 우산도 챙겼다. 나올 때까지 이슬비만 잠시 내려서 사용할 일은 없었다.

 남양주시는 관광도시다. 남양주 8경 중에 특히 축령산(축령산자연휴양림)은 서리산 철쭉 보러 우리가 자주 가는 곳이다.

  다산 정약용 선생의 생가가 있는  조안면을 중심으로 다산과 관련된 유적지를 조성하여 많은 관광객들이 방문하고 있으며, 해마다 10월에 열리는 다산문화제 행사는 경기도의 대표적인 축제라고 한다.  

 물의 정원은 남양주시 조안면 진중리에 위치해있다. 2012년 국토교통부 한강 살리기 사업의 일환으로 총 484,188㎡의 너른 면적에 수변생태공원으로 조성되었다고 한다. 북한강 자전거길이 통과하는 곳으로 이곳을 지나 양평, 가평을 거쳐 춘천까지 자전거길이 연결되는 모양이다.

 물의 정원은 물마음길, 강변산책로, 물향기길, 진중 습지로 구성되어 있었다. 우선 입구에서 물마음길로 걸음을 옮겼다.

 메타세콰이어 가로수와 넓은 잔디, 길 옆의 갈대밭의 푸르름이 마음을 사로잡는다. 너른 잔디밭에는 곳곳에 파 골프를 즐기는 동네 어르신들의 여유로운 모습이 눈에 띄기도 했다.

  5월 한 달은 꽃양귀비의 계절이었다고 한다면 7, 8월은 노루오줌꽃의 연보라 물결이 한창 준비 중이었다. 노루오줌꽃은 산에 가면 자주 볼 수 있는 야생화인데, 군락으로 조성된 것을 본 적이 없어서 그 모습이 상당히 기대된다. 꽃대가 꽤 많이 올라와서 다 피면 장관일 것 같다.

 민들레는 이미 홀씨를 만드는 중이다. 너른 풀밭에 남아있는 민들레를 보니, 한창 때는 온 풀밭이 노랗게 빛났으리라 짐작이 된다.

  물의 정원답게 물 가의 커다란 버드나무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하늘이 아쉽지만, 대신 걷기에는 쾌적하였다. 해가 쨍쨍 나면 우산 대신 양산이 필요할 것 같은 곳인데, 날씨가 흐려서인지 생각보다 꽤 많은 사람들이 산책을 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뱃나들이교가 보인다.

 개망초도 찍어보았다.

 물의 정원 포토존에 풍경 하나를 담는다.

 물은 반영을 담는다.

 다리 밑 수련이 활짝 피고 있다.

 이건 반대쪽. 수련 섬이다.

 다산 정약용과 관련된 안내판이 있었다. 다산은 남양주시 조안면 능내리에서 태어났다.

 강변산책로에는 아직 양귀비가 남아있었다. 붉은 물결의 화려함은 맛볼 수 없었지만 녹색 풀 배경과 진한 대비를 이루어 멋스러웠다.

 아! 개망초가 생각보다 꽃양귀비와 잘 어울렸다.

 세상에 흔한 풀이 개망초가 아니던가. 나는 산행하다가 가끔 남편이 망초를 찍으려고 하면 '무슨 개망초를 다 찍냐'고 하며 말리곤 했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함안 악양둑방길 꽃양귀비를 만나러 갔을 때 보았던 하얀 안개꽃과 어울린 모습에 감탄했는데, 오늘 본 개망초와 꽃양귀비의 어울림도 전혀 부족하지 않았다.

 망초는 북아메리카에서 건너온 귀화식물이다. 일제강점기 때 철도 건설을 위해 미국에서 수입해 온 철도 침목에 그 씨앗이 함께 묻어서 들어온 것이라고 전해진다. 일본이 우리나라를 망하게 하려고 이 꽃씨를 일부러 뿌렸다고 생각하여 망국초라고 불렀다가 나중에 망초로 바뀌었는데, 망초보다 조금 더  크고 예쁜 꽃이 발견된 후 이것을 개망초로 부르게 되었다고 한다.

 옛날에 집이 망하면 쑥대밭이 된다고 표현하지만, 요즘은 버려진 밭에 개망초가 잔뜩 피어있는 것을 보면 쑥대밭이 아니라 개망초 밭이 되었다는 표현이 맞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개망초는 우리 주변에 흔하다.

 그런데 멀리서 본 개망초 밭은 말 그대로 하얀 꽃밭이었다. 처음에는 개망초라고 생각하지 않고 어떤 흰색 꽃을 일부러 심어서 조성한 꽃밭인 줄 알았다.

 개망초는 계란꽃이라고도 한다. 흰자를 닮은 꽃잎과 노른자를 닮은 꽃술 때문이다. 산방형의 꽃차례라고 부르는데, 활짝 피면 흰색 꽃잎이 쫙 펴지면서 정말 '계란 프라이'를 닮은 꽃이 된다.

 건너편 풀밭의 개망초 꽃밭이다.

 뱃나들이교 옆의 둔덕도 하얗게 개망초 꽃으로 뒤덮였다.

 인공 실개천이 조성되어 있었다. 이곳에 실개천이 흐르면 더욱 멋질 것 같다.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지만 더운 여름에는 물을 흘려보내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진중 습지에는 연잎만 무성하다. 7월이 되면 하나둘 연꽃이 피지 않을까 싶다.

 달팽이 모양의 조형물은 우리에게 천천히 쉬엄쉬엄 가라고 이른다.

'너무 그렇게 바삐 갈 필요 없어. 가끔 물멍, 숲멍도 하고 아무 생각 없이 여기 머물러 봐. 열일 하느라 늘 복잡한 머릿속 세포들을 푹 쉬게 해 주라고.'

 주차장에도 개망초가 예쁘게 피었다. 금계국만 예쁘다고 찍으라고 하던 내가 오늘은 남편에게 개망초를 주인공으로 찍어보라고 부탁한 날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금계국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