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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Jul 07. 2022

수국 만나러 천리포수목원

천리포 수목원의 여름꽃과 바다

 천리포수목원을 가장 최근에 다녀온 것이 올해 2월 21일의 일이다. 매화를 만나러 막 겨울에서 봄으로 옮겨가는 수목원을 방문했는데, 매화 말고도 예쁘게 핀 납매, 복수초를 만날 수 있어서 참 좋았다.

 천리포수목원을 설립한 사람은 미국인이지만 한국인으로 귀화한 민병갈 박사(1921~2002)다.  1945년에 한국으로 온 그는 1962년부터 부지를 매입하여, 1970년부터 수목원 조성을 시작하였다고 한다. 일반에 공개된 것은 2009년부터라고 한다.

 전체 면적 593,282㎡, 총  16 882 분류 군(21년 10월 기준)의 식물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목련, 동백나무, 호랑가시나무, 무궁화, 단풍나무 종류가 많다고 한다.

 봄에는 동백나무, 여름에는 수국, 가을에는 단풍, 겨울에는 호랑가시나무가 볼 만한 풍경을 만들어 낸다. 그 외에도 갖가지 주제별로 정원을 꾸며놓았는데, 건생초지원, 습지원, 우드랜드, 억새원, 작약원 등 27가지나 된다. 

 이른 봄에 천리포수목원을 방문한 후 다시 한번 방문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다가, 장마 사이 파란 하늘이 보이는 날을 택해서 재방문했다. 수국을 보러 가기 위함이었다.

 아침고요수목원 수국 축제 때 가서 실컷 즐기고 왔지만, 천리포수목원은 노지에 심어놓은 것이 다르다.  7월이 적기라 하여 7월 6일 손녀를 등교시키고 난 후 간단히 준비하여 바로 태안으로 향했다.

 달라진 점이 있었다. 입장료가 1인당  6,000원이었는데, 10,000원으로 바뀌었다. 65세 이상 특별 할인은 8,000원이었다. 또 하나 안전 상의 이유로 수목원 내의 화장실을 폐쇄하고, 매표소가 있는 플랜트센터 지하에 있는 화장실을 사용해야 한다고 했다.

 파란 하늘이 우리를 맞이한다. 7월이라 날씨가 매우 더울 줄 알았는데, 바닷가라 다른 곳보다 1도 정도는 낮은 편이란다. 바닷바람이 불어와 쾌적한 편이었다.

 입구정원에 수련이 예쁘게 피어있었다. 빅토리아 수련의 넓은 잎은 언제 봐도 신기하다. 꽃도 예쁘다고 하는데, 꽃은 아직 피지 않았다.

 소나무길 왼쪽으로 건생초지원이 있고, 오른쪽이 큰연못정원으로 가는 길이다. 수국은 큰연못정원 주변에 식재되어 있다.

 건생초지원 입구에 하얀 유카 꽃이 멋지게 피어있다. 

 큰연못정원에서 수국을 만난다. 큰 꽃볼이 시원한, 색깔도 보라, 파란색이 많아 더운 여름날 시원한 느낌을 주는 효자 꽃이다. 색상은 토양의 산성도와 관계있다고 한다. 

수국 에버블루밍 
수국 시로
수국 댄스파티

 모두 이름표가 붙어있는 것도 아니고, 수국 모양이 거의 비슷비슷해서 이름을 찾기 힘들었다. 알 수 있는 것만 이름을 붙여본다.

수국 마리에스

 뿌리가 숨 쉬는 나무라는 낙우송이다. 2월에 왔을 때는 잎이 하나도 없었지만, 부드러운 녹색 잎이 무성하게 나무를 장식하고 있었다. 숨쉬기 위해 땅 위로 솟아오른 신기한 뿌리 기둥은 여전하였다. 

 잎으로 보아 원추리로 생각되는데, 꽃 색이나 모양이 매우 다양하였다. 여름이면 덕유산 같은 높은 산에서 볼 수 있는 원추리를 만나서 반가웠다. 

수국 제너럴 패튼

 하늘에 구름이 그림을 그린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보다 어떻게 보면 훨씬 매력적이다.

수국 올썸머뷰티

미국안개나무라는 이름의 나무는 멀리서도 화사하게 주변을 압도했다. 

 2월에 왔을 때 잎 하나도 없이 늘어진 나뭇가지가 인상이었던 닛사나무에도 푸른 잎이 가득하였다. 포토존 하얀 의자는 치워지고 없었다.

2월 21일 모습
수국 프라우 미카코

 애나벨수국은 흰색이다. 노지 월동이 되는 데다가 꽃볼이 풍성하여 수국을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인기 있는 품종이다. 나도 다른 이름은 몰라도 애나벨수국은 전부터 들어서 알고 있었다.

수국 애나벨

 에키네시아도 여름을 아름답게 장식하는 화초다. 씨앗을 얻게 되어서 열심히 파종해 보았으나, 발아에는 실패하여 서운함을 안겨주었던 꽃이다. 하기야 발아되었어도 아파트에서는 키우기 힘든 꽃이다. 내년에 주택으로 가게 되면 꼭 심어서 꽃을 보고 싶다.

 아가판서스라는 이름을 알고 나서 꽃이 매우 궁금하였는데, 하얀 꽃이 그 이름표를 달고 있어서 반가웠다. 보라색 꽃도 있었다. 백합과의 구근식물이다.

 태산목이라는 나무는 잎이 동백처럼 두껍고, 꽃은 목련을 닮았다. 한창 꽃이 피고 열매를 맺는 중이었다.

 천리포수목원은 천리포 해수욕장에 인접해 있다. 바닷가이기 때문에 다른 곳보다 시원하고, 겨울에는 덜 추운 곳이다. 내륙보다 일교차가 적은 해양성 기후인 셈이다.   

 날씨가 좋아서 바다를 실컷 찍어보았다는 남편의 말처럼 사진의 수가 너무 많아 고르기 힘들 정도였다. 파란 하늘과 바다의 색이 시원한 느낌을 주기도 했지만, 하얀 구름이 그리는 그림 또한 저절로 힐링이 되는 느낌이었다. 갈매기 몇 마리가 그 시원한 풍경 속을 헤집고 다녔다. 평화로웠다. 

 평일이고 날씨가 더워서 사람들이 적게 찾은 것 같은데, 조용한 분위기를 즐길 수 있어서 우리는 더 좋았다. 그리고, 바람이 계속 불어와서 별로 덥지도 않았다.

 다만 땡볕에서는 모자를 쓰고도 땀이 나서 그늘을 열심히 찾아다녔다.

 작은 연못 가에 궁궁이? 이 종류도 정말 이름 알기가 힘들다. 전호, 천궁, 구릿대, 어수리 등등. 검색해보니 그래도 궁궁이에 가까운 듯하다.

 뿔남천이라는 나무도 있었다. 남천은 가을에 단풍이 예쁘고 열매도 빨갛게 익는데, 뿔남천도 그런지 궁금하다. 연보랏빛 꽃이 한창이었다.

건생초지원에 부들이 보였다. 핫도그를 닮은 열매가 인상적인 습지 식물이다. 잎이 부드러워서 부들부들하다고 부들이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연밥 위에 잠자리 한 마리가 한참을 앉아있다. 더위에 지친 날개를 쉬게 하려나보다. 

 부처꽃도 요즘에 피기 시작하는 꽃이다. 

 노을 쉼터에 사람들은 없고 빈 의자만 있었다. 아름다운 하늘과 구름, 바다 멍을 할 수 있는 멋진 곳이다. 

 가우라가 많이 피어 있었다. 흰색 가우라가 바람에 일렁거리는 모습이 마치 춤을 추는 듯 흥겨워보였다.

 나오는 길에 노란 꽃을 환하게 달고 있는 나무를 만났다. 여름에 예쁘게 피는 모감주나무였다. 서울로 돌아오는 고속도로 주변에서도 노랗게 핀 모감주나무를 볼 수 있었다.

 천리포수목원. 아마 바다 때문에 또 오고 싶을 것 같다. 또한 수목원은 봄, 여름, 가을, 겨울 철마다 색다른, 멋진 풍경을 보여주는 곳이다. 

 출구로 나가는 길에 귀여운 곰돌이가 포토존 준비를 하고 있다. 

 꽃 이름을 찾아보니 리아트리스라는 이름이 나온다. 수국을 찾으러 천리포 수목원을 갔지만, 수국뿐이 아니라 예쁜 여름꽃들과, 구름이 멋진 하늘과 그저 바라보기만 해도 힐링이 되는 바다를 실컷 만나고 온 하루였다.

 정말 하늘이 예쁜 날이었다. 오는 길에 행담도 휴게소에서 구름이 예쁜 하늘을 찍어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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