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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Jul 04. 2022

홍천 수타사 산소길 트래킹

 7월 초. 날씨는 덥지만 야생화가 많지 않은 계절이라 딱히 어디를 선택하기가 어려웠다. 설악산 수렴동 계곡을 가려고 인제를 찾았으나, 폭우가 내려 도로 안전 문제로 셔틀버스가 운행하지 않는다고 해서 포기하고, 여기저기 찾아보다가 결국 비교적 안전한 홍천의 수타사 계곡을 가기로 했다. 수타사 산소길은 3번 정도 방문한 곳이다. 계곡을 끼고 걷는 길이라 더위를 피하기에  좋은 곳이다.

 수타사 입구에는 주차장이 많이 있다. 하지만 우리는 다리를 건너 공터에 주차를 했다. 그나마 나무가 있어서 그늘을 조금 만들어 주기 때문이었다. 여기저기 헤매다 와서 벌써 10시 반이 넘었다. 슬슬 더워지기 시작한다. 

 우리는 계곡(덕치천)의 왼쪽으로 걸어 올라가서, 귕소를 지나 귕소출렁다리를 건너서 수타사 생태공원 쪽(계곡의 오른쪽)으로 걸어 나오기로 계획을 세웠다.

 계곡에는 많은 비로 불어난 물에 풀들이 잠겨서, 마치 수초처럼 누워서 물결에 몸을 맡기고 있었다. 

 숲길 시작에 멋진 나무 울타리를 만났다. 내가 많이 좋아하는 자연친화적인 울타리다. 어디를 가든 이런 울타리를 만나면 정다운 느낌이 들어서 기분이 좋아진다.

나무들이 계곡에 쏟아질 듯 기울어져 살고 있는 모습이 연속된다. 계곡과 푸른 숲은 보기만 해도 시원하다. 실제로도 시원한 길이다. 

 자라가 나타났다! 

 자라와 거북이를 인터넷에서 찾아보았더니, 자라는 등껍질이 말랑말랑하고, 거북이는 두껍다고 한다. 자라는 코가 뾰족하고 거북이는 둥근 편이고. 자라는 민물에서만 살고, 거북이는 민물과 바다에서 다 살 수 있다고 설명이 되어있다. 코가 뾰족한 것하고, 등껍질을 보니 자라인 것으로 생각이 된다. 일광욕을 하러 나온 모양이다.

 구름도 물속에서 파스텔로 그림 그리기에 동참한다. 아직 물의 양이 많고 물색이 흐린 편이다. 하늘은 금방 맑음으로 회복되는데, 계곡물은 맑아지려면 좀 더 시간이 필요하다.

 쪽동백나무가 많이 보였다.  

 숲 속에 테이블을 많이 갖다 두었다. 산림 치유센터라는 명칭이 붙어있다. 그냥 앉아만 있어도, 숲멍만 하고 있어도 마음의 치유뿐이 아니라 몸도 건강해질 것 같다. 한 가족이 숲 속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홍천에서 태어난 정희왕후는 세조의 비다. 세조를 보필하는 왕비로 13년, 예종(몸이 약하여 즉위 1년 만에 돌아가심) 모로서 대왕비로 1년, 뒤를 이은 성종 조모로서 성종이 성장할 때까지 대왕대비로 수렴청정을 하며 14년을 지내고, 66세 되던 해에 생을 마감하였다 한다. 이곳을 태봉이라고 부르기도 하는데, 정희왕후의 아기태를 묻은 매태지로 보고 있다고 한다.  

 약수봉과 공작산이 있는데, 약수봉에는 21년 7월에 다녀온 적이 있다. 공작산의 이름에서 딴 공작교에 공작 조각이 예쁘게 장식되어 있었다. 

 공작교를 건너면 생태숲이다. 우리는 다리를 건너지 않고 계곡의 왼쪽 길로 간다. 

하늘나리가 예쁘게 피었다. 요즘 산에서 자주 만나는 꽃이다.

 가래나무 잎은 굉장히 큰 편이다. 키 작은 어린 나무인데도 잎사귀만큼은 주변의 나무들을 압도하고도 남는다. 몇 년 지나면 큰 나무로 자라게 될 것이다.

 잠시 간식 타임을 갖는다. 휴게소에서 일찍 아침 식사를 한 후 11시가 다 되도록 아무것도 못 먹었기 때문에 에너지 보충이 필요한 시점이다. 날이 더워서 이제 보온병에다 냉커피를 준비해 온다. 계곡의 시원한 물소리는 자연 카페의 배경 음악이 된다.

 계곡 왼쪽 길이 계곡에 더 가까워서 이 길로 걷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어린 떡갈나무도 만났다. 잎이 꽤 넓은 편인데, 그 잎에 떡을 싸가지고 다니면 잘 쉬지 않는다고 해서 이름이 떡갈나무가 되었다고 한다. 

 까치수염의 계절이다. 까치수영, 큰까치수염. 어느 이름이 맞는지 잘 모르겠다. 

 이름을 검색해서 열심히 알아보기는 하는데, 사진상으로 비교를 하는 거라 정확하다고 말하기가 힘들다. 지난번 금대봉/ 대덕산 글에서도 사진을 보고 이름이 맞는 줄 알고 올렸다가 다시 수정하는 일도 있었다.

 산 쪽에서 개울이 생겨서 작은 폭포처럼 시원하게 내려온다. 개울이 통과하는 작은 다리 위에 서 있으니 그냥 가만히 있고 싶을 정도로 매우 시원하다. 하지만 가야 한다. 우리의 갈 길이 있으니까. 

 벤치는 가장 자연적인, 인공의 기술이 최소한으로 들어간 모습이다. 만들기도 쉽겠지만, 친환경적인 모습이 더욱 숲길과 어울린다. 

나무 벤치에 앉아있던 부부도 우리와 같은 느낌으로 이 길을 지날 것 같다. 시원하게 흐르는 계곡의 물소리와 푸른 숲을 즐기는 마음으로 좋은 시간을 채우고 있는. 그 부부도 우리 부부처럼 둘이 함께 하고 있는 이 시간을 언젠가 추억하면서 이야기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귕소라는 특이한 이름의 소다. 안내판 글을 그대로 옮겨본다. 

「옛부터 아름드리 통나무를 파서 만든 소여물통을 '귕'이라고 불렀는데, 암으로 이루어진 협곡이 귕과 같이 생겼다고 해서 귕소라고 부른다.」

 이곳에서 쉬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계곡 물소리가 이곳에 오니 더 커졌다. 더위도 느낄 수가 없다.

귕소를 지나면 귕소출렁다리를 바로 만나게 된다. 산소길 반환점인 셈이다. 

 출렁다리에서 풍경을 담아본다.

하늘에 구름이 그림을 멋지게 그린다. 구름 한 점 없는 파란 하늘도 좋지만 구름이 선사하는 멋진 그림은 종종 감동적이다.

출렁다리를 지나서 수타사 생태공원 쪽으로 걸어간다. 숲은 산소를 만들어 우리에게 선사한다. 아무런 대가 없이. 대신 우리는 숲을 잘 보전하고 사랑하기만 하면 된다. 

 잎 모양이 다 다르다. 처음 보았을 때 참 신기했는데, 뽕나무였다. 오디가 생기는 계절에 보고 뽕나무인 줄 알게 되었다.

나무뿌리만 남아 예전의 영화를 노래하는 듯하다. 뇌두가 있는 인삼 뿌리 닮은 모습이다.

 산에서 생각보다 연리지를 많이 만나게 됩니다. 분명히 다른 두 나무가 한 나무인 것처럼 자라는 연리지. 사랑나무라고 부른다. 나무 틈새에 다른 나무가 뿌리를 내려 크고 있는 건지도 모르겠다. 수피로 보아서는 참나무 종류와 때죽나무나 쪽동백나무로 보인다.

생태숲에 도착했다. 홍천군에서 관리하는 넓은 정원이다. 

 꽃이 적은 생태숲에서 빨갛게 익은 보리수가 빛나고 있었다. 

 숲에 쪽동백나무가 많더니 열매가 어마어마하게 많이 달린 쪽동백나무를 만났다. 옛날 할머니들이 머리에 바르던 동백나무 기름의 원료가 바로 이 나무 열매다. 어렸을 때 할머니가 머리를 까맣게 염색하시고, 동백기름을 발라 반질반질하게 윤이 나게 만드시던 기억이 난다. 동백꽃의 열매가 아니라 쪽동백나무 열매라는 것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원추리가 피기 시작했다. 그 옆에는 부처꽃도 피기 시작하고. 팔월이면 이 생태숲을 화려하게 장식할 준비를 한창 하고 있는 중이다.

 QR 코드가 곳곳에 마련되어 있다. QR 코드를 휴대폰으로 찍으면 나무나 야생화에 관련된 이야기를 들려주는 모양이다. 삼지구엽초 말만 들었는데, 실물을 처음 보았다. 그래도 다음에 산에서 따로 만나면 알아보지 못할 것 같다. 

작은 연못에는 어리연꽃이 한창이다. 

꽃창포로 보이는 꽃도 예쁘게 피었다.

우산나물은 삿갓나물과 비슷하지만 훨씬 크고 꽃도 화려하다.

은행나무를 많이 심어놓았다. 홍천 은행나무숲이 유명한데, 여기도 잘 길러 놓으면 멋진 명소가 될 것 같다.

 오미자도 가을에 빨갛게 익으면 예쁘겠다. 지금은 햇빛 샤워 중이다.

생태숲을 한 바퀴 돌고 수타사 쪽으로 나간다.  

신나무가 많이 있었다. 단풍나무과라 단풍나무와 열매가 비슷하다.

나리꽃이 예쁘게 피었다.

백당나무 꽃(수국을 닮은 흰색 꽃)은 다 지고 그 아래 산수국이 제철을 만났다.

 생태공원에 여러 가지 나무들을 많이 식재해 놓았다. 산사나무는 봄에 하얀 꽃이 예쁘게 피고 가을에는 열매가 빨갛게 익는 아주 매력적인 꽃이다. 나뭇잎이 특징이 있어서 잘 기억할 수 있다.

 튤립나무도 있었다. 잎도 튤립처럼 생겼는데, 봄에 나뭇가지 끝에 피는 하얀 꽃이 튤립처럼 생겨서 붙여진 이름이다. 예전에 근무하던 학교 후문에 이 나무가 있었는데, 어느 날 가 보니 아파트를 새로 지으면서 후문 공사를 다시 하는 와중에 튤립나무도 베어져 없어졌다. 어찌나 섭섭하던지. 과천서울대공원에 가면 가을에 노랗게 물든 예쁜 튤립나무를 쉽게 만나볼 수 있다.

 마가목을 꽤 많이 심어놓았다. 가을이 되면 마가목 단풍이 멋지다. 열매는 빨갛게 익는다. 정원에 한 그루쯤 심고 싶은 나무인데, 너무 키가 커질까 봐 망설여진다. 우리 아파트에 마가목 여러 그루 있는데, 봄에 하얗게 꽃 필 때도 예쁘지만 가을엔 정말 환상적이다.

 양반만 심어야 한다는 능소화는 요즘 어디서나 쉽게 볼 수 있다. 옛날에 평민이 심었다가는 곤장을 맞았다는데.  

 동글동글한 모양의 댑싸리 밭도 조성되어 있었다. 가을에 빨갛게 물들면 정말 예쁘겠다. 씨앗을 잔뜩 나눔 받았다가 파종해 보았는데, 정말 무시무시하게 발아가 잘 되었다. 물론 아파트에서 더 크지는 못하였지만. 주택에 가게 되면 줄을 세워 심어볼 생각이다.

 생태숲이 끝나간다. 길은 하나도 어려운 곳이 없이 그냥 트래킹 수준이다. 숲 속 길 계곡길이 좋아 여름이면 한 번씩 찾아오는 곳이다. 

연못에 연꽃이 하나도 안 피었다! 7월이라 혹시 한두 송이라도 피었나 기대를 했었는데, 더 더워야 피려나보다.

2019년 7월 30일 모습

때 이른 코스모스가 피어서 위로를 한다.

버찌는 벌써 빨갛게 익는 중이다.

 정희왕후와 세조의 금슬이 참 좋았다고 한다. 세조가 벼슬을 내린 정이품송의 자목을 2021년에 이곳으로 옮겨 심었단다. 잘 자라서 정이품송만큼이나 오래 살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본다.

  총 걸은 거리는 5.4km, 3시간 20분 동안 운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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