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반낭만길, 연꽃마을
7월의 한가운데, 7월 16일 토요일. 우리는 어김없이 길을 떠난다. 한여름의 트레킹은 아무래도 물가를 찾게 된다. 이번 트레킹은 대청호 오백리길로 가기로 했다.
1980년 완공된 대청댐은 대전광역시와 청주시의 식수, 생활용수, 공업용수를 공급하고 있는 우리나라에서 세 번째 규모의 호수라고 한다. 대청호를 한 바퀴 도는 길이가 200km 정도 된다. 승용차로 드라이브하는데도 3시간이 걸린단다.
대청호 오백리길 중에서 이번에 택한 코스는 호반낭만길이라는 별칭이 붙어있는 4코스다. '슬픈 연가' 등 드라마 촬영지가 있어서 더 유명한 그곳을 찾았다. 총길이 12.5km, 6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하는데, 여름철이라 날씨에 맞추어 힘들면 되돌아오기로 했다.
우리의 여름 트레킹의 준비는 이렇다. 옷은 최대한 시원한 쿨링 소재 옷감이어야 하고, 반팔을 입되 팔토시도 준비한다. 손수건과 모자, 양산을 반드시 갖춘다. 시원한 생수 2병(한 병은 얼린다.)과, 아이스커피를 타기 위한 얼음이 든 보냉병, 수분이 많은 수박 같은 과일을 밀폐용기에 넣어 아이스팩과 함께 작은 보냉 도시락에 준비한다. 이번 간식은 간단히 먹을 수 있는 샌드위치를 준비했다.
여름 한낮은 걷기 힘들다. 그래서 우리는 일찍 시작한다. 마산동쉼터 주차장에 도착한 것이 아침 8시 10분경. 하늘은 흐린 건지 덜 갠 건지 뿌옇게 보였지만, 흐리면 덜 더워서 좋고, 맑아지면 하늘이 예쁘겠지 하는 긍정마인드를 가지고 출발한다.
시원한 들판이 눈에 먼저 들어온다.
4코스의 시작은 마산동 쉼터에서 1km 정도 떨어진 윗말 메(마산동 삼거리) 주차장이지만, 마산동쉼터에는 화장실도 있고, 데크가 잘 조성되어 있어서 이곳에 주차한 다음 걷기 시작하는 사람들이 많다.
예전에는 그냥 동네 언덕 어디쯤이었을 텐데, 물에 잠기고 드러나고 하는 사이에 멋진 모래톱 무늬가 생겼다. 자연이 그린 그림이다.
포토존에 비친 풍경은 아직 뿌연 안개 속이다. 마을 언덕이거나, 밭이거나, 혹은 누구네 집 터였을 수도 있는 산자락은 무심한 듯 자연의 풍경을 만들어낼 뿐이다. 물에 담긴 반영은 그저 아름답기만 하다.
달맞이꽃이 여기저기 피었다. 여름에 들판 곳곳에 지천으로 피던 꽃이 아닌가.
하늘색이 드러나기 시작한다. 녹색 숲의 시원함과 탁 트인 호수의 풍경에 하늘까지 도와준다면, 오늘 하루 또 행복한 힐링의 시간을 경험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명상정원이라고 이름 붙은 곳이다. 아담한 정원을 조성하여 아름다운 휴식 공간을 마련했단다. 키 작은 초화 정원과 담장과 장독대로 이루어진 한식 정원을 마련해 놓았다.
드라마 창궐의 촬영 장소에 귀여운 포토존이 마련되어 있었다.
사람도 풍경이 되면, 그 풍경은 그저 자연의 모습이 아닌 낭만적인 이야기가 곁들여진다.
때맞추어 파란 하늘에 폭죽을 터뜨린듯한 하얀 구름이 우리를 즐겁게 한다.
2005년도에 방영된 '슬픈 연가' 촬영 장소 포토존이다. 호수 위에 섬처럼 남아있는 언덕이 남녀 두 주인공이 어린 시절을 함께 보낸 언덕이었단다. 그 외에도 2017년 '트루 픽션', 2018년 '7년의 밤', '창궐' 등의 드라마를 촬영했다는 안내가 있었다.
물속마을정원에 가까워지니 우물의 모습이 보였다. 예전에 마을에서 사용했던 우물일까.
1980년 대청댐이 완공되었을 때 물속에 잠긴 마을은 총 86 마을 4,075세대라고 한다. 지척에 있어도 갈 수 없는 고향 마을에 대한 그리움을 담은 물속마을정원이 위치한 곳이다.
다람쥐 먹이 테이블이 있었다. 누군가의 솜씨가 지나는 방문객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든다.
호숫가를 잠시 벗어나 도로 쪽으로 나오는 추동소한지에 촬영지 코스에 대한 안내판이 있었다. 여기까지만 걸어도 되지만, 추동습지까지 좀 더 걸어가기로 했다.
노란색 꽃이 많이 피어있었다. 검색해보니 기생초라고 한다.
추동습지까지 왔다.
추동 가래울마을에서 되돌아가기로 하고 도로를 따라 걷기 시작하였다. 인도가 따로 없어서 어려웠지만, 차량 통행이 많지 않아서 걸을만했다.
마산동 쉼터로 되돌아온 우리는 준비해온 간식과 아이스커피로 시원하게 휴식을 취했다. 다소 아쉬운 마음으로 일어나려고 하는데, '예술가와의 산책'이라는 테마를 운영 중인 해설가와 운전기사의 이야기를 듣고서 가까이 있다는 연꽃마을을 찾아가기로 했다.
주산동 양짓말을 찾으면 되는데, 금방 찾지 못하고 약간 헤맸다. 마산동 쉼터에서 대청호 수변생태공원을 지나 조금만 가면 마을이 있었는데 발견하지 못하고 다른 마을까지 갔다가 되돌아왔다. 되돌아오면서 보니 양짓말마을 비석과 샘골농장 간판이 눈에 띄어 오른쪽 길로 들어섰다.
한국사진미술회 한옥 건물을 지나 조금 더 들어가면 집이 10여 가구 정도 된다는 아담한 마을이 나온다.
대청호반 구간 중에 특히 아름다운 5개의 백미를 오백미로 선정하였다고 한다. 연꽃마을에서 조금만 더 가면 볼 수 있다는 황새바위는 덜 더울 때 다시 와서 보기로 하고 이번 여행은 연꽃마을에서 마무리하기로 했다.
아버지의 뒤를 이어 연꽃을 20년째 가꾸고 있다는 주인의 손길이 구석구석 느껴지는 연꽃마을의 정원이다. 부부로 보이는 두 사람이 작은 컨테이너 안에서 조용히 차를 마시고 있었다. 우리를 비롯하여 카메라를 들고 다니면서 연꽃을 찍는 사람들을 방해하지 않으려는 듯 나와보지도 않는다. 고맙고 미안한 마음에 살짝 목례를 하니 따뜻한 미소로 답례를 한다. 아무 욕심 없이 아름다움을 함께 누리고자 하는 연꽃정원지기 분들에게 감사하다.
칸나를 물속에서 키우고 있었다. 가능한 모양이다. 다른 꽃들도 함께 찍어보았다.
연꽃마을을 제외하고 마산동 쉼터 - 슬픈 연가 촬영지 - 추동 습지- 마산동 쉼터까지 5.2km, 2시간 20분 운동하였다. 연꽃마을에서는 30분 정도 머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