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동요가 궁남지의 배경 이야기다. 백제의 무왕과 신라의 선화 공주 이야기는 누구나 고교 시절 국어 시간에 향가를 공부하면서 알게 되었을 것이다.
충남 부여군 부여읍 동남리에 위치한 궁남지는 백제 무왕의 출생 설화와 관계있는 곳이다. 궁남지 부근에는 백제의 별궁이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용의 아들로 묘사된 서동은 백제 임금의 아들로 짐작된다. 신라의 선화공주와 결혼을 한 후 무왕 35년(634년)에 궁남지를 만들고 인공 정원을 조성했다는 기록이 삼국사기에 전해진다고 한다.
제20회 부여서동연꽃축제는 '스무 살 연꽃 화원의 초대, 빛나는 이야기를 담다'라는 주제로 22년 7월 14일~7월 17일까지 열렸는데, 우리는 축제 마지막 날 방문을 하였다. 13,000평이나 되는 넓이의 궁남지에는 연꽃 송이만 천만송이라는데, 계속 피고 지기 때문에 축제가 끝나도 한참을 아름다운 연꽃 감상하는데 지장이 없을 것 같다.
무료주차장에 차를 대고, 오른쪽 통로로 들어가니 '시와 연꽃의 만남'을 제목으로 시화전이 열리고 있었다.
공원이 넓은 데다가, 연밭의 규모가 꽤 크고, 연꽃의 종류도 다양하였다. 백련, 홍련을 비롯하여 여러 가지 연꽃들이 아름답게 피어있는 멋진 궁남지에서 제대로 힐링을 한 것 같다.
작년만 해도 우리는 더운 여름에 연꽃을 찾아다니는 여행을 하지 않았다. 연꽃의 특성상, 숲 속이 아니고, 연못에서 자라기 때문에 연꽃을 보려면 땡볕을 각오해야 하기 때문이었다.
꽃 여행기를 쓰기 시작한 것은 봄이지만, 꽃양귀비, 샤스타데이지, 금계국을 찾아다니다 보니 7월이 되었고, 7~8월이면 연꽃 축제가 여기저기서 열리기 시작하는 바람에 연꽃단지를 찾아 나서게 되었다.
송나라 유학자인 주돈이의 표현처럼 <진흙 속에서 태어나 자랐어도 때 묻지 아니하고, 맑은 물에 늘 씻기어도 요염하지 아니한> 연꽃은 보면 볼수록 마음을 차분하고 온화하게 만들어주는 재주를 지녔다.
연꽃은 연잎이 너무 크기 때문에 잘 눈에 띄지 않지만, <우뚝 솟아 깨끗하게 서 있어 멀리서 보아도 좋고 가까이 근접하여도 감히 희롱할 수> 없다. 다른 꽃은 만지고 향기를 맡는 시늉을 쉽게 하는데, 왠지 연꽃은 만져보기조차 아까운 느낌이 든다.
하지만 주돈이의 글을 보면 옛 중국에서는 국화나 모란 같은 꽃을 좋아하고 연꽃은 별로 환영을 받지 못했나 보다.
궁남지의 연못에 가꾸고 있는 연꽃의 이름표가 있어서 찍어보았다.
그 외 물양귀비, 적수련, 홍수련, 열대수련 등을 식재해 놓았다고 한다.
백련
홍련
백수련
홍수련
부레옥잠
가시연꽃
아마존빅토리아연꽃
물양귀비
열대수련도 색이 다양하였다.
궁남지는 역사서에 기록된 우리나라 최고(最古)의 인공정원이다. 삼국사기에 “무왕 35년(634) 3월에 궁남에 연못을 파서 물을 20여 리나 끌어들였다. 네 언덕에는 버드나무를 심고 연못 가운데에는 섬을 만들어 방장선산을 모방하였다.” 또 같은 왕 “39년(638) 봄 3월에는 왕과 왕비가 큰 연못에 배를 띄웠다.” 는 기록이 남아있다 하여, 1965년부터 준설, 발굴 조사, 수양버드나무 심기, 연꽃 단지 조성을 꾸준히 해 온 결과 오늘날 아름다운 궁남지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고 한다.
궁남지의 스토리텔링이 마련되어 있었다.
궁남지 용의 아들로 태어남.
마 장수를 하는 서동
서동요를 부르는 아이들
왕궁에서 쫓겨난 선화공주
무왕의 비가 된 선화공주
백련은 깨끗하고 청초하다. 눈에 잘 띄지는 않지만, 기품이 있다.
홍련은 백련에 비하면 화려한 편이다. 그러나 넘치지 않는다.
흰색은 한 가지 색만 있다 하여 순수함을 뜻하여, 불교에서는 백련을 더 선호하는 편이라고 한다. 그에 비해 진분홍부터, 연분홍까지 다양한 아름다운 색으로 인하여, 연꽃단지에서는 홍련이 더 인기가 많다.
때로는 오리들의 찬조 출연이 있기도 하다.
염색천으로 연출한 설치미술도 돋보였다.
포토존이 추억을 만들기 준비를 끝내고 고객을 기다리는 중이다.
수련과 하와이 무궁화가 잘 어울린다. 여기는 여러 가지 조형물이 설치되어 있어서 방문객들에게 인기 장소다.
궁남지 한가운데 큰 연못이 있었는데, 가운데 포룡정이라는 정자가 있었다. 건너가는 다리도 전통 양식이다.
연꽃을 담기 위해 사진작가들이 많이 모였다.
파란 하늘이 드러나 멋진 배경을 연출해낸다.
때마침 분수도 뿜어 나오기 시작하였다.
별빛 찬란한 내 인생. 야간 개장도 한다는데, 밤에 봐도 멋있을 것 같다.
바람 참 좋다. 하늘의 구름이 바람처럼 느껴진다. 시원한 바람이 내 마음을 흔들고 지나가는 듯하다.
천년의 사랑처럼, 천년을 이어온 연꽃 사랑처럼 우리 서로 이렇게 사랑하며 살아야겠다.
아름다운 궁남지에서 연꽃과 함께 멋진 추억을 또 하나 만들고 돌아 나오는 데, 주차장 하늘 가득 구름이 이야기를 부지런히 만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