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녀의 캘리그라피

손녀의 캘리그라피 공부

by 세온

8월이 시작되었다.
낮에는 30도를 훌쩍 넘겨 무덥지만 아침은 앞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이 아직은 시원하다.
평소보다 30분 정도 늦게 옆 동으로 출근한다.​
지난 27일부터 손녀 학교도 방학이다. 이제부터는 오후에 학원 가는 시간이 될 때까지 꼼짝없이 둘 중의 한 사람은 손녀와 같은 공간에 있어야 한다. 오전에 함께 산책 가는 일도 당분간 중단이다. 학교에서 해결하던 점심 한 끼는 할머니 담당이다. 방학이 되면 손녀 돌보미 일이 더 많아진다.
딸은 이미 출근했다. 아직은 아이 혼자 집에 두는 일이 없어서 미리 가 있던 남편을 산책 갔다 오라고 등 떠밀어 보내고 손녀를 느지막하게 깨워 아침을 먹게 했다.
며칠 할머니를 못 봤다고 그 사이 자기가 한 새로운 일을 보고한다.
"할머니, 나도 이제 캘리그라피 해."
갖고 나온 제작물이 그럴싸하다.
일전에 할머니가 쓰던 캘리그라피 펜 중에 몇 개를 얻어 가더니 붓펜은 아직 부담스러운지 다 되돌려주고, 사인펜으로 쓰고 그린 것 같은데 제법이다. 나는 겨우 기존의 작품을 보고 그대로 쓰는 수준인데, 이 녀석은 자기가 글씨체를 생각해서 썼으니 나보다 낫다.

글은 뭘 보고 썼냐니까 그냥 자기가 생각한 거란다.
평소에 창작동화니 명작동화보다 과학 관련 책을 많이 보는 녀석이라 자연에 대한 관심이 많다. 식탁에 나란히 앉아, 아이 공부시켜놓고 옆에서 캘리그라피 연습을 하는데, 짧으면서도 좋은 뜻을 담는 캘리그라피의 특성을 어깨너머로 파악한 듯 글귀가 제법 감성적이다.
나태주 시인의 <끝까지 남겨두는 그 마음>을 필사하려고 밀리의 서재에서 다운받은 지 오래인데, 아직 자신이 없어서 캘리그라피로 필사를 못 하고 있었다. 어제 확인해 보니 서비스 기간이 5일밖에 안 남았다. 부랴부랴 내 글씨체로 우선 옮겨 써 놓고 나중에 캘리그라피로 필사하기로 마음먹었다.​
어제 나태주 님의 명시 '풀꽃'을 옮겨 써 보았다.
자세히 보면 이 세상에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아무리 차림새가 허름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집에 가면 누군가의 사랑하는 아빠요, 엄마요, 소중한 아들이요, 딸인 것과 마찬가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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