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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새 Aug 28. 2022

장항 송림산림욕장 맥문동숲

서천 맥문동 군락지

 성주 왕버들숲 맥문동 군락을 다녀온 뒤, 남편이 서천군 장항읍에도 맥문동 군락이 있다고 가자고 했다. 성주의 맥문동 군락이 활짝 피지 않아 아쉬웠던지, 인터넷에 올라온 맥문동 군락지 소식을 보고 가고싶었던 모양이다. 주로 산행 위주로 다니던 우리가 언제부터인가 꽃을 찍기 위해서도 여행을 다니고 있다.

 8월 14일 아침 8시에 출발. 내비게이션을 ' 장항 송림산림욕장'으로 입력하고 출발하면 서울에서 2시간이면 목적지에 도착한다. 연휴 중간이라 길이 별로 막히지 않았다. 다만 돌아오는 길에는 정체를 피할 수 없었다.

 입구에는 장항 송림 어울림 생태놀이터도 보이고, 산림욕장 캠핑장도 보인다. 주민들과 캠핑족을 위한 좋은 힐링 장소일 것 같다.

 송림의 모습이다. 오른쪽 숲은 그냥 풀밭이었는데, 소나무 숲 아래 녹색 융단이 깔린 것처럼 보기가 참 좋다. 원래 드센 바닷 바람을 막기 위한 방풍림으로 조성되었을 텐데, 오래된 숲이 주는 혜택이 한 두가지가 아니다.

 2017년 5월, 정부와 서천군민들은 중대한 결정을 하게 된다. 374만 평의 갯벌을 새만금 간척지처럼 매립을 하느냐 마느냐의 기로에서 매립 대신 국립생태원, 국립해양생물자원관, 장항국가생태산업단지 조성을 선택하는 '갯벌 보전과 생태 산업 중심'의 안을 수용했다. 갯벌이 사라지지 않고 보전됨으로써, 갯벌 생물들은 오염물질을 정화하고 사구식물 등은 사구의 유실을 막아 자연재난을 막아주며 계절에 따라 이동하는 새와, 사람에게 먹거리를 제공하는 다양한 생명체가 함께 공생하는 건강한 자연이 유지되는 (송림 갯벌 안내판 참고) 큰 의의가 있다.

「국가공단을 포기하고 얻은 솔바람 곰솔숲 이라는 안내판이 보인다.

 이곳 맥문동 군락은 장항읍 송림2리 주민들이 2015년 「우리 마을 해양 쓰레기는 내가」 우수마을에 선정되어 조성하게 되었다고 한다.

 뿌리가 보리와 비슷하고 잎은 부추처럼 생겼으며 추운 겨울에도 시들지 않기 때문에 맥문동이라는 이름이 붙었단다. 추운 겨울에도 푸른 잎이 남아있는 생명력이 강한 상록식물인 셈이다.

 또한 송림 내에 마사토 흙길을 조성하여, 소나무 숲의 피톤치드와 함께 흙길에서 방출되는 원적외선이 이곳을 방문하는 모든 이들의 건강을 지켜준다는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물론 송림은 복사열도 막아주기 때문에 당연히 더운 여름에도 시원할 수밖에 없는데, 바다에서 쉬지 않고 부는 바람도 즐길 수가 있어서 좋았다.

 맥문동 보라색 물결이 시작된다.

 보라색 포토존이 맥문동 색깔과 잘 어울린다.

 나태주 시인의 고향이 서천이라고 한다. 유명한 시 '풀꽃' 시비가 이었다.

 맥문동을 노래한 시가 있었다.

 '소리마다 흑진주가 된 구슬을 걸어' 라는 글귀가 마음에 와 닿았다.

 사실 처음부터 맥문동을 좋아하지는 않았다. 겨울이 가까워지면 까맣고 동글동글한 열매를 주렁주렁 달고 있는 모습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주택으로 이사를 결정하고, 맥문동이 그늘에서도 잘 자라고 지피 식물로 좋은 식물이라는 것을 알고 부터 둘레길 산책을 갈 때마다 맥문동 열매를 모으기 시작했다. 씨앗으로 발아시켜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초록색 열매가 까맣게 익기를 기다리면서, 까만 열매가 무척 반갑고 예뻐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음 먹기 달린 것이란 게 이런 건가 보다.

 별로 좋아하지 않던 까만 열매가 내게도 흑진주가 되었으니, 시인은 이미 그 흑진주 열매의 가치를 느끼고 있었던 모양이다. 매미 소리가 모여 흑진주로 매달린 맥문동. 여름 동안 보랏빛 꽃을 활짝 피우고 벌과 나비를 부르는 대신에 매미 소리를 모으는일에 더 열중을 햇을 지도 모르겠다.  

 갯벌 체험을 나가는 가족들이 보였다. 가까운 친척 모임인 모양인지, 어른 몇 명에 아이들이 여럿이 손에 손 잡고 걸어간다. 아이들은 언제나 귀엽다.

 소나무 숲에서 캠핑하는 느낌은 어떨까? 시원한 바닷바람과 소나무 숲의 피톤치드가 가득한 캠핑장이다.

 우리가 걷는 길이다. 정식 명칭은 서해랑길. 해남에서 강화까지 서해안을 따라 조성된 걷기길이다.

 갯벌에다 나무 울타리를 만들어두었다. 갯벌체험 장소를 구분한 용도인 것 같다. 가끔 갯벌체험하다가 밀물에 고립되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하는데, 그런 위험을 줄이는 괜찮은 아이디어다.

 멀리 장항제련소의 굴뚝이 보인다. 일제 자원 수탈의 상징이다. 지금은 용광로의 불이 꺼진 채로 역사적 의미만을 조명하고 있다.

 해변에 희미하게 장항스카이워크 전망대가 보인다. 맑은 날에는 바다를 보는 느낌이 정말 좋을 것 같다.

 데크길이 바다 위로 조성되어 있다.

 해안 갯벌에 구멍 구멍 다 게가 올라온 자국이다.  

 움직이지 않고 가만히 서 있는 새가 여기 저기 보였다. 먹이가 나오면 낚아챌 모양인가 보다. 새들도 생존을 위한 작전을 세울 줄 아는 걸까.

 날갯짓 하는 새는 다른 곳으로 이동할 생각인가보다.

 갯벌의 모습이다. 썰물 때는 꼼짝 못 하지만 밀물이 되면 저 배도 움직이겠지.

 철새 조망대 겸 쉼터다.

 다시 되돌아간다.

 양산을 써봤는데, 바람이 세어서 양산이 망가지려고 한다. 그나마 날씨가 흐려서 덜 뜨거워 다행이다.

 되돌아와서 다시 만난 맥문동 군락. 구름이 잔뜩 끼었는데도, 광선이 다른 모양이다. 훨씬 색감이 밝아진 느낌이 든다.

 일가족의 모습이 참 보기 좋다.

 사랑이 흐르는 시간. 추억이 만들어지는 시간이 흐른다.

 보랏빛 물결 속에서 보랏빛 추억을 가득 만들고 돌아왔다.


* 여행은 8월14일 다녀왔는데, 건강 문제로 발행이 좀 늦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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