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읍 구절초축제는 9월 29일부터 10월 16일까지 열린다. 우리가 방문한 때는 딱 중간이었는데, 만발한 구절초 군락지를 제대로 만나고 온 느낌이었다. 가을에 내린 하얀 눈 같은 꽃 무리가 나지막한 언덕 전체를 뒤덮은 모습이 정말 장관이었다.
아침 8시부터 시작한다고 해서 조금 늦게 출발하였는데, 주차장 도착 시간은 7시 10분쯤이었다. 입구에 가장 가까운 1 주차장은 벌써 만차라서 하는 수없이 2 주차장에 주차를 하였다. 덕분에 징검다리도 건너고. 추령천 물안개도 만나게 되었다.
4 주차장까지 있는데, 주차비는 무료다.
정읍 구절초축제가 시작된 지 꽤 유래되었다. 올해가 벌써 제15회다.
입장료가 있었다. 성인 7,000원인데, 4,000원은 정원사랑 상품권으로 되돌려 받게 된다. 축제장 안에 있는 가게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을이면 대표적인 꽃이 국화, 코스모스라고 생각하는데, 산에 가도 보라보라한 개미취, 쑥부쟁이를 먼저 생각하게 되는데, 구절초가 들으면 서운할 이야기다.
어떻게 보면 5~6월에 피는 샤스타데이지와 많이 비슷하지만, 잎 모양이 국화와 비슷한 점이 다르다. 또, 가운데 노란색 부분이 샤스타데이지가 좀 더 크고 통통한 것 같고. 둘이 하도 비슷해서 샤스타데이지를 여름 구절초라고도 한단다.
샤스타데이지
구절초
샤스타데이지는 전부 흰색이지만 구절초는 연한 분홍색을 띠는 것도 있다.
소나무 숲 아래가 온통 구절초다. 입구부터 눈이 부시다.
바위와 유달리 잘 어울리는 구절초. 음력 9월 9일(중양절)이 되면 아홉 마디가 된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라고 한다. 한약재로 주로 줄기와 잎을 많이 쓰는데, 한방에서는 음력 9월 9일에 땄을 때 약효가 가장 좋다는 설이 있다.
효능이 꽤 많은 편이다. 따뜻한 성질이 있어서 몸이 찬 사람에게 좋고, 부인병, 위장병에 효과가 있고, 시력 향상에도 도움이 되고, 혈압을 조절해 주며, 항균작용까지 있다고 한다.
구절초 꽃길 따라 걸어간다. 꽃구름 사이로 거니는 듯한 느낌이 든다. 흰색은 순결한 색깔이다. 구절초의 꽃말이 순수, 어머니의 사랑, 그리움, 기다림이라고 한다.
웬만한 산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돌무더기, 돌탑도 정겹고,
천하대장군, 지하여장군도 환한 미소로 맞이한다.
이곳을 구절초 하늘공원이라고 이름을 지었다. 솔향과 구절초 향기가 넘실대는 아름다운 공원이다. 이때까지는 그래도 잘 몰랐다. 구절초 향이 그렇게 진한 줄.
길을 따라 사람들이 줄을 지어 서 있다. 뭐 하는데 저렇게 줄을 서 있는 것일까? 우리도 빨리 가서 줄을 서야 할 것 같았다.
햇살이 소나무 사이를 비집고 들이닥치고 있는 중이다. 그러고 보니 햇빛을 받은 구절초가 더 하얗게 빛이 난다.
내려가 봤더니 햇살이 들기를 기다리는 사진작가들이었다. 어딜 가나 예쁜 꽃 군락지에서는 이른 아침부터 멋진 작품 사진 한 장을 위하여 시간과 정성을 쏟는 그들을 자주 만나게 된다. 뭘 찍는 걸까?
우리도 한번 같은 장소에서 찍어보았다. 카메라 수준이 같을 리 없고, 기술도 미치지 못하여 과연 그들이 찍은 작품 사진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해진다.
나중에 해가 완전히 뜨고 나서 다시 돌아와 보니, 모두 떠나고 없었다. 딱 그 시간에, 딱 그 장소에서 오래 인내하여 작품을 만들고, 그들은 뒤풀이라도 하러 간 걸까. 새벽부터 나와서 시간을 보내느라 배가 고파서 아침 식사를 하러 간 걸까.
햇살이 제법 들면서 긴 그림자가 꽃밭에 드리워진다.
하늘은 점점 파래진다. 구름 한 점 없는 하늘을 만나기 힘든데, 순수 그 자체의 하늘빛을 만났다.
채 햇빛을 보지 못한 꽃에는 이슬이 한가득이다.
보랏빛 아스타도 이슬을 머금었다. 환상적으로 표현이 되었다.
구절초 군락지 한 켠에 조성된 아스타 꽃밭이 꽤 넓다. 흰색과 보라색이 잘 어울린다.
하늘이 예쁘다.
전망대도 있어서 올라가 보았다. 빨간색 부스는 향기부스다. 대품 국화를 부스 안에 넣어두었는데, 향이 아주 진했다.
요즘 어딜 가나 미모를 자랑하는 가우라 밭도 있었다. 전에는 보지도 못했던 꽃을, 군락지를 다니면서 친해진 것들이 많다. 사포나리아, 버들마편초, 가우라, 털부처꽃 등등.
꽃 속에 꽃 벤치. 구절초 벤치다.
아스타 꽃밭에도 사진작가들이 모여있었다.
산 아래 천변으로 내려가 보았다. 억새밭은 자생이리라. 아직은 부드러운 느낌의 은빛 억새다. 씨앗이 생기게 되면 약간 거친 느낌이 나지만, 이때쯤의 억새는 한없이 부드럽고 따스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좋아한다. 민둥산에서 만났으면 하던 파란 하늘과 부드러운 은빛 억새를 여기서 보아서 반가웠다. 민둥산만큼의 감동적인 풍경은 아니지만 충분히 아름다웠다.
너른 벌판에 백일홍이 끝도 없이 피어있었다. 길가에는 코스모스를 심었다.
댑싸리가 이렇게 이쁜 줄 몰랐다. 같은 종류인지, 청댑싸리와 홍댑싸리를 섞어 심은 건지. 묘하게 그라데이션된 색이 환상적이다.
'꽃길만 걷자'라는 말을 많이 한다. 오랜만에 코스모스 꽃길을 만났다. 예전에는 시골에 코스모스 길을 많이 본 것 같은데, 요즘은 잘 보기 힘들다. 척박한 땅인 길가에 코스모스가 예쁘게 피게 하기 위해서는 손이 꽤 많이 가야 해서 그런가 보다. 바쁜 농촌에서 그런 여유가 없어서인지 자꾸만 사라져 가는 모습을 여기서 맘껏 보았다.
코스모스 꽃길을 걷는 내내, 앞날이 '꽃길만 걷게 되기'를 기원했다.
산 위는 아스타, 산 아래는 코스모스.
여기도 향기부스가 있어서 들어가 보았다. 아니 들어가기도 전에 향이 코를 찌른다. 국화꽃처럼 향기가 있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공원을 한 바퀴 도는 예쁜 기차도 풍경에 담아보았다.
되돌아오는 길, 우리는 구절초 진한 향기에 깜짝 놀랐다. 우리만 그렇게 느낀 게 아니었다. 우리가 이 말을 하고 나자 마자 지나가는 사람이 똑같이 말해서 둘이 마주 보며 웃었다.
"아까보다 구절초 향이 더 진한 것 같아. 해가 떠서 그러나 봐."
햇빛을 받아서 정말 구절초 향기가 진해진 걸까?
정식 명칭이 구절초 지방정원이라고 한다. 동네 이름이 참 예쁘다. 산내(면)는 산 안쪽 마을, 매죽(리)은 매화와 대나무를 뜻하나보다.
'꽃바람 아가'라는 조형물은 다섯 살 어린 소녀 시절의 꿈을 담았다.
우리가 들어온 곳은 후문이고, 이곳이 정문 방향이다.
방문객들이 꽤 많아졌다.
폭포가 있는 곳으로 내려왔다. 시원한 물줄기와 구절초를 함께 찍으려면 엎드리는 자세가 기본이다.
구절초 공원이니까 구절 폭포라는 이름을 붙였나 보다.
생태공원이다. 지금은 꽃이 많이 안 보이고 여러 가지 사초와 가우라가 색을 더하고 있다.
홍띠
습지 데크를 돌아가면 제2주차장이 나온다.
아침에 보았던 물안개는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맑고 깨끗한 추령천에 반영이 멋지게 비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이 입장할 때쯤 우리는 관람을 끝내고 나온다. 나올 때 시계를 보니 12시가 안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