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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가면서
그녀가 사는 법
인사동 전시회
by
세온
Sep 1.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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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식구들 모두가 퇴직을 했어요. 다들 나름대로 잘 살고 있지요.
그녀 1- 지금
브런치 하고 있는 저. 남편과 함께 산과 걷기길, 이제는 꽃길까지 누비며 여행하고, 브런치에 여행기 쓰고 바쁘게 살고 있지요.
그녀 2 - 맞벌이 딸을 대신해 손자가 어릴 때부터 4학년이 될 때까지 열심히 키우시고, 손자와 같이 자주 여행을 다니며 손자에게는 다양한 체험을, 딸 부부에게는
둘만
의 시간을 선사하신다고 해요. 그리고, 건강을 위해 필라테스를 하신대요. 멋쟁이지요.
그녀 3 -
남동생이 같은 단지 아파트로 이사를 했대요. 결혼한 자녀들도 한 동네 살아요. 매주 토요일 모여서 즐겁게 지내신대요. 그녀는 민요를 배우셔요. 매주 민요 1시간, 장구 1시간을 하는 모임에 꾸준히 나가신대요. 공연도 가끔 하시더군요.
그녀 4가 오늘의 주인공입니다. 막내 나이라 아직 현직에 있어도 될 나이인데 조금 일찍 퇴직을 했어요. 시작한 지는 20년쯤 되었대요. 그녀는 동양화 화가입니다.
코로나 때문에 3년 동안 만나지 못했어요. 가끔 카톡으로 안부나 묻고 했죠.
올봄에 만나려 했는데, 갑자기 오미크론
사태로10만 명이 넘어가는 확진자 수 때문에 다시 묶여 버렸어요.
확진자 수가 주춤하는 요즘에 만날까 말까 재고 있는데, 반가운 연락이 왔어요.
인사동에서 부스 전시회를 한다는 소식이었어요.
시간 맞추기가 어려울까 봐 각자 가는 걸로 할까 하는 사이, 그녀 중 한 분이 모여서 방문하자고 제안을 했어요. 이틀 만에 번개팅처럼 오늘 모임을 가지기로 했어요.
인사동이 처음이라고 하면 웃으실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그런데 우리 부부는 산을 좋아하고, 걷기 길도 주로 지방을 다녀서(서울 둘레길도 관악산, 안양천 밖에 몰라요.) 서울 인사동, 북촌, 고궁 등을 가보지 않았어요.
종각 3번 출구에서 만나 그동안 못 만난 회포를 풀고, 인사동 인사아트플라자 갤러리 4층을 찾아갔어요.
와! 여기저기 전시회가 많이 열리고 있더군요.
그녀 4가 기다리고 있는 부스 전시회에 가서, 반갑게 3년 만의 인사를 나누고, 작가의 해설을 들으며 작품 감상을 했어요.
100호짜리 대작이에요. 경주에 있는 기림사래요. 작은 절이지만 이 장면이 작가의 마음에 쏙 들어왔대요. 사진에 담아온 이 장면이 작가의 손에서 예술 작품으로 승화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시간과 생각과 노력이 필요했을까요.
산사의 정취
화순 연둔마을 숲정이의 초봄 풍경이랍니다. 홍수로부터 마을을 보호하기 위해 만든 인공림이라고 하는군요. 여백이 많은 수묵담채화를 그리기에는 녹음이 우거진 여름보다 초봄의 풍경이 더 좋겠다는 생각을 잠시 해 보았습니다.
숲정이
경주 양동마을의 심수정은 조선 중종때 문신이며 학자인 형 이언적을 대신해, 부모님을 모시기 위해 벼슬을
마다하고 평생 고향을 지킨 동생을 기리기 위해 후손들이 지었다고 합니다. 취화선의 촬영지였다고 하네요.
심수정
모악산 금산사는 우리도 가 본 곳이라 반가웠어요. 군산 적산가옥 이영춘 가옥, 해남 대흥사 가는 길에 았는 유선여관의 모습도 작품에 담아냈어요.
봄의 길목1,2/오래된 쉼터/발자취
작가인 그녀 4가 현직에 있을 때는 마음대로 그림을 그릴 수가 없었겠지요. 부족한 시간을 쪼개어 그림을 꾸준히 그려오는 동안 그녀
가 얼마나 예술 활동에 목말랐을까 싶어 안쓰럽기까지 하네요. 사실 본인이 말해주지 않았으면, 우리는 그녀가 그림을 하는지도 몰랐을 거예요.
그런 어려운 여건 속에서도 20년 동안 포기하지 않고 계속 그림을 붙들고 있었던 것에 스승님이 그러시더래요. 고맙다고.
이제 시간은 오롯이 본인 하고 싶은 대로 쓸 수 있게 되었으니, 훨훨 날아오를 일만 남았을까요.
그녀 4의 양 겨드랑이에 멋진 두 날개를 선사하고 싶은 마음입니다.
또 다른 그녀들인 저를 포함한 세 사람도 이제는 온전히 쓸 수 있는 내 시간을 후회 없이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자고 입을 맞추었습니다.
아, 두 그녀의 남편들은 모두 외국 장기 여행을 하신답니다. 한 달 또는 135일간을 외국 여행을 다니신대요. 그렇게 오래 여행 다닐 체력이 못 되어 함께 가지는 못 하고, 남편이 하고 싶은 대로 하게 해 주는 것이 후회가 없을 것 같다고 말씀하십니다.
직장 일로, 육아로 바쁜
사람들이 가끔 부럽기도 합니다. 일이 있고 바쁠 때가 가장 전성기이니까요.
일이 없고 바쁘지 않은 퇴직한 그녀들이 사는 법은 이렇게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기'입니다.
인사동을 걸어보았습니다. 멋진 가게가 많더군요. 옷 가게, 소품가게, 음식점.
커피숍 찾기가 힘들었어요. 전통찻집이 많았어요. 제가 은근 카페라테를 좋아해서 한참을 걸었네요.
그런데 늘 자연을 찾아, 녹색에 익숙해진 제 눈이 많이 어색해해요. 길거리 화분에 여러 가지 꽃을 심어 장식해 놓았지만, 그걸로는 양이 안 차요.
아, 그녀 1인 제가 사는 법은 아무래도 산으로 들로 자연 속을 걸어야 할래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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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온
여행 분야 크리에이터
<이야기가 있는 산행기>, <일상 에세이>. 39년간 초등교사를 했습니다. 퇴직 후 남편과 함께 산과 걷기길을 여행하며 살다가, 양평에 집을 지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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