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일요일에는 남편이 사진을 컴퓨터에 옮겼는데도 열어보지 않고 하루를 보냈다. 수렴동계곡 트레킹 글은 그래서 만 하루 늦게 포스팅했다.
지난주 금요일 아침 일어나 보니 왼쪽 겨드랑이 가까이에 벌레 물린 자국이 여러 군데 생겼다.
집이 산에 가깝다 보니까 가끔 집게벌레나 노린재 같은 것들이 방문하곤 한다. 모기에게 물린 것 같지는 않고, 날씨도 습하고 해서 집게벌레한테 물렸나 했다. 간단히 파스 바르고 그냥 일상생활을 했다.
수렴동계곡 갔다가 양평 일박하고 집으로 와서도 잘 낫지 않는다. 계속 가렵고 따가웠다. 파스를 바르니까 오히려 더 후끈후끈하다.
화요일 고대병원 내시경 결과 보러 간 김에, 약국에 들러 약사에게 보여주고 연고 하나 달라고 했더니, '대상포진'이라고 피부과 가 보라고 했다. 대상포진은 예방주사를 몇 년 전에 맞았다.
집으로 돌아와, 우리 집 주치의 동네 병원으로 갔더니,
"진작 오셨어야지. 늦었습니다."
걱정이 되었다.
"네?"
" 병원에서 해 줄 게 없어요."
가슴이 철렁한다. 대상포진이 매우 아픈 병이라고 들었기 때문이다. 몇 년 전 아래 동서가 심하게 앓은 적이 있어서 알고 있었다.
"다 나아가요."
의사 선생님이 친절하고 유머도 있으신 분이다. 예방주사를 맞아서 그 정도 아픈 거라고, 수포가 생겼다가 딱지 앉는 중이니까 치료할 게 없다고 했다.
대상포진을 검색해 봤다.
대상포진은 수두-대상포진 바이러스가 몸속에 잠복상태로 존재하고 있다가 활성화되면서 발생하는 질병이다. 보통은 수일 사이에 피부에 발진과 특징적인 물집 형태의 병변이 나타나고 해당 부위에 통증이 동반된다. 대상포진은 젊은 사람들에게는 드물게 나타나고 대개는 면역력이 떨어지는 60세 이상의 성인에게서 발생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대상포진이 매우 아픈 병이라고 들었는데, 이 정도로 그치는 것은 예방주사를 맞았기 때문인가 보다. 그래도 계속 가렵다가 따갑다가 온갖 신경이 그쪽으로 몰려서 일상생활하기가 예전 같지 않다.
직장 다닐 때 해마다 한 번씩 독감으로 심하게 앓았다. 독감에 걸리면 한 일주일 그렇게 고생을 했다.
우리 세대는 함부로 결근을 못 했다. 결근하면 동학년 교사에게 '보결'이라는 민폐를 바로 끼치게 된다. 교과 전담이 없었을 때는 본인 반은 자습시켜놓고 그 반을 한 시간 동안 맡아 수업해 주기도 했다. 교과전담이 생기고 나서는 빈 시간을 보결 수업으로 뺏긴다. 그 시간 동안 업무 처리나 학습결과물 처리를 계획했던 것을 못 하게 되니 미안한 마음이다.
그래서 입원할 만큼 아프지 않은 이상 그냥 출근하게 된다. 그러고 살았다. 기어 나가서라도 내 반 수업하고. (아이들 보면 없던 힘이 생긴다.) 끝나고 나면 드러눕는다. 정 힘들면 조퇴를 하고.
요즘은 시간제 강사로 보결 수업을 하니, 그만큼 부담감이 줄었다. 나도 퇴직하고 1년간 열심히 시간제 강사를 했다.
몸이 말을 하나 보다. 힘이 들면 병이 찾아와 쉬게 하는 건가 보다. 그래서 겨울이 되면 일 년 치를 모아 한 번씩 독감을 심하게 앓았나 싶기도 하다.
퇴직하고 6년 넘게 감기 한 번 안 했다. 몸이 고단하지 않으니 쉴 필요가 없었던 게다.
처음 생각과 달리, 블로그나 브런치에 글 쓰는 것이 일이 되고, 그 양이 늘면서 몸이 힘들었던 모양이다. 어느 주에는 세 편이나 글을 쓰기도 했는데, 내 글의 대부분인 여행기는 한두 시간에 뚝딱 써지는 글이 아니다. 저녁 먹기 전에 시작한 글이 밤 12시 넘어서야 끝나는 일이 다반사였다. 취침 시간이 1시 전후가 된 지 꽤 되었다.
몸에 열이 나고 염증이 생기는 것은 몸에 들어온 나쁜 균과 백혈구가 싸우기 때문이라고 한다. 생물학 전공한 딸이, 열이 나도 아주 심하지 않으면 해열제 먹지 말라고 한다. 그래야 감기가 빨리 낫는다고 한다. 나는 미열만 있어도 해열제를 찾았는데.
나도 모르게 그냥 한 템포 늦추고, 분갈이니, 파종, 삽목 하면서 놀았다. 구독한 작가님들의 새 글도 안 읽고, 답방도 안 했다. 잠도 일찍 자고.
그게 몸이 말을 하는 거였다. 잠시 쉬라고.
아직 상처 부위가 가렵고 아파서, 오늘까지 산책도 안 나갔다. 멍 때리기 하는 것처럼 집안의 식물들 잘 살고 있나 살피고, 느릿느릿 움직이고, 편하게 소파에 앉아 쉼을 즐기고 있는 중이다.
나는 잠시 휴식 중이다.
* 좀 더 쉬고, 몸이 이제 괜찮다 말을 하면, 그때 브런치에 올라온 작가님들의 글도 읽고 라이킷도 할 생각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