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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행

(2025. 가을, 다층)

by 연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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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지 (하얼빈, JUNYI HOTEL)


지난가을을 속독으로 끝내고 긴 여행을 시작한 사람

겨울을 넘기지 못한 창가에 팬이 도는 소리만 세상을 긁어대네


억세게 돌아가는 팬의 날개를 멈추는 방법을 몰랐을까


다른 행성으로 떠나는 뒤꿈치를 생각하다 아무것도 궁금해 하지 말라는 기사를 내려놓는다


아무도 없는 방, 등 돌려 바다를 보던 새 한 마리 그리고 다른 새 한 마리 어쩌면 두 마리 새는 어릴 적 한동네에 살았을지도 몰라


바다 건너 흘러온 사생팬을 피하지 못하고, 눈물 항아리로 남겨진 그는

의로운 칼잡이였어

그의 이름을 베어 먹은 팬들이 덜덜 거리며 돌아가는 세상에 서 있는 나는,

깊은 바다를 건너 간 그의 이야기를 더 이상 미행하지 않기로 했어


긴 여행을 시작한 그가 감추고 싶었던 무대를 보지 않기로 했지

그 사람의 배역에 기대어 살던 눈물 항아리를 봉해 버렸어


그는 죽어 슬픔에서 구출된 사람

왼쪽 옆구리로 몰린 슬픔을 달에게 옮기기 위해 긴 여행을 떠났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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