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을 다층 발표)
서 있고 싶어서, 한 그루 나무를 부러워했어요
바람이 불어도 흔들리지 않는 고사목처럼
이 시대의 욥처럼 기다리고 있었지요
나무들의 울음이 고인 물관 속으로 숨어버리고 싶은 이생이었어요
태어날 때부터 팔다리가 묶인 건 아니예요
부드러운 척추를 가진 나는, 걸을 때마다 온몸이 흔들렸어요
한 걸음 한 걸음 내디딜 때마다 사람들의 따가운 시선이 따라왔어요
모의를 알 수 없는 바람을 안고 태어났을까요
온몸이 긴장하니 자유롭지 못해 지극한 애처로움에
당신의 눈까풀은 마를날이 없었어요
가없는 사랑으로 품이 되어 준 당신
또 다른 생을 위해
당신의 울음소리가 저물어도 괜찮아요
검은 상복을 입은 당신, 먼 안쪽에서 울새 한 마리 날아가네요
울음을 묶어두는 봄, 한 이름이 빠져 나가고
아직도 왼쪽 심장에 알리움을 키우나요
당신을 당겨서 꼭 짜면 한 무더기 아픔이 수북해요
한 줄 유언이 되고 만 새벽, 엄마라는 말
당신은 늘 간절했어요
나의 어머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