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하다는 말의 집은 어디일까요

by 연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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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지


십이월 잠 속으로 누군가 다녀갔다

살아서 겸손했던 날들에게

기억 속에 저장된 미소를 삭제해달라는

메모를 두고 갔다


푸른 미소를 오래 기억하겠다는 기일

염려로 묶일 대화에 대해서

먼 훗날 낯선 골목에서 우연히 스쳐가자고 했다


구부러졌던 손가락을 펴며 환하게 웃던 잠이었다

뒤통수를 치고 혹으로 전언을 남긴

당신의 세계는 자주 물방울이 흘러내린다


입술을 벗어나 허공에 떨어져도 도착하지 않을 말


미안하다는 말의 집은 어디일까


둥그렇게 무언가를 감싸고 있던

십이월의 겨드랑이에서 깃털이 날아가고

버려야 채워진다는 문장은

빈집의 골목을 떠나지 못하고 있다


호박넝쿨 뿌리를 깊숙이 묻어달라던 말

귓가에 남아 미어지는 첫 기일이다

가족의 가장자리 여백으로 살던 아버지

잠 속을 드나들며 하얀 국화를 흔드는


이 얼마나 속 깊은 뒤통수의 혹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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