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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Jul 20. 2023

머리를 뒤로 묶는다는 것은

    연명지

   

머리를 뒤로 묶으면

포니테일, 어린 말이 뛰어논다.

세상의 모든 바람은 다 자유의지라서

머리핀의 종교가 있다.


일요일의 주인은 머리핀 

어린 유다도 열한 시를 묶는다.       


머리카락은 풍향의 이정표이거나

어린 바람의 산실産室이기도 하다.

머리카락을 뒤로 묶는 일은

힘없이 가라앉아 있는 

바람의 부스러기들을 분발奮發시키는 일

집 안의 미적분을 평수로 편입시킨다.


머리카락을 흘렸던 장소들이 있었다.

헝클어진 선을 다듬거나

가렸던 얼굴을 들춰내

뒤로만 가는 자유의지에 순응했었다.

깔끔하다는 것은 

바람의 틈틈이 넓어졌다는 말.

내가 잘라냈던 바람의 끝이

가시나무들마다 따끔따끔 돋아나고 있다


빗질을 뒤로 넘기다 보면 

내게 와서 가지런해지는 것들을 알게 되지만

그런 생각들이 싫어

쓰러져 누운 생각들을 묶어놓고 정독하는

바람에 휩쓸리는 풀밭을 빗질 중이라 여기는 날들

한쪽으로 흐르는 물을,

그 길고 긴 길이를 

어디쯤에 가서 묶으려 하는 것이라 여기기로 한다.


풀밭에, 물줄기에

예쁜 머리핀을 선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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