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지
점말 할머니 말투는 동굴을 닮았지
동굴은 그 수명이 다하고 나면 자연사 박물관이 된단다. 이렇게 크고 우거진 등을 본 적이 있니? 갈참나무, 화살나무 동굴의 등에는 온갖 수종들의 나무가 자란단다. 혀를 닮은 이파리 다 떨어진 겨울엔 동굴의 등에 얼굴을 묻고 잠을 잔단다.
똑, 똑 초침이 떨어지는 소리가 울리는
동굴의 안쪽은 늘 배가 고프지.
박쥐 몇 마리 외엔 물방울 울림만 먹고 살지.
그 옛날에는 모닥불과 아이의 울음소리를 먹고 살았다는 전설이 있단다. 내부가 지루한 시대가 지나면 너른 들판과 별들의 밤이 새로운 시대를 판서判書했을 것이고 타고 남은 불의 토막 끝으로 토끼와 아이들의 웃음을 그렸단다.
지금도 그곳에서 기침을 하면
어린아이 울음소리가 들린단다.
식인이었다는 학설, 사람의 뼈와 밥그릇과 동물과 자연의 접속사 같은 흔적이 발견되는 동굴, 웅크린 시간을 펴지 않아 내부는 온통 엉킨
뼈들이 비좁단다.
오래 공복이었던 내부로 한 무리의 사람들이 관람하고 동굴은 다시 우적우적 제 속을 채울 것이지만 점말 할머니의 목소리엔 동굴 속 메아리가 붙어있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은 오래오래 따뜻하단다.
*점말동굴: 충청북도 제천시에 위치한 '점말'이라는 곳에 있는 구석기 시대의 동굴 유적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