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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Jul 24. 2023

빈 어깨를 만지는 것처럼

연명지


공허한 눈빛에서 냉정함이 느껴지는

어깨가 외로운 사람을 사랑한 적이 있어

그는 *절대 고독을 만지작거리며 걸어왔지

들숨 날숨 定命정명 같은 끌림이 있을 때마다

머리에서 가슴으로 가는 길에 천 개의 계단이 놓였지

날개바람의 발톱에 걸린 눈덩이처럼

계단마다 붉은 비명이 몸 밀어오네

깊고 말랑말랑한 눈빛에 갇힌 

그의 눈빛에 녹아든 내 눈은 별이 박힌 우물이 되곤 했지

그는 내 눈물을 먹고 사는 유리멧새가 되고 싶다고 했어

굳어가는 희망에 물을 주기 위해 하얀 와이셔츠를 입던 날

헤드라이트 불빛이 곤두박질쳐왔어  

죽음과 맞서며 조각난 다리뼈를 맞추는

그를 두고 바다를 보러 갔었지

예리한 조각칼 목판화 속으로 걸어가고

정물이 되어버린 유리멧새의 표정과 해가 지고 난 바다 

절름거리는 시간의 스위치는 내려졌어

다시없을 비밀은 절뚝절뚝 폴더에 저장되고 


그의 영혼을 잡아 가슴에 밀납했어


오랫동안 나는 천 개의 계단을 오르지

붉어서 깊은 어둠의 정원에서 당신을 기억하네


* 절대고독: 김현승의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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