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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Jul 25. 2023

빈 방에 부는 바람

                             연명지



엄마는 새끼들 손가락에서 피가 나면

갑오징어 뼈를 갈아 상처를 덮어주었었다.


늘그막의 엄마는 온통 압통점이어서

생의 눈꺼풀 위 묵직한 바위 하나 올려놓았었다.

당신의 뼈 아래서 놀던 우리를 남겨두고

마지막으로 잡았던 손들

하나도 데려가지 않고 혼자 갔다.


무언가 두고 갈 것이 있다는 걸

기뻐하라는 글을 남긴 어떤 이는 

새의 눈물을 흘렸고

어미 앞에 죄인인 새끼들은 눈물을 꾹꾹 숨겼다.

누구도 눈물을 찾지 못하도록 바삐 숨겼다

누군가를 가슴에 묻어 본 사람들은

눈물을 열고 잠그는 방법을 안다.


잘 울어야 한다는 교리가 있는 것도 아닌데

처음본 입술은 깔깔 울었다. 

엄마의 흔적은 사흘 만에 바람으로 불려갔고

살아서는 방에만 있던 엄마는

이팝나무 가지에, 바람 속에 숨어있다.


새끼들 손가락에 피가 나면

얼른 오징어 뼈를 들고 나타날 것만 같은

엄마는, 죽어서도 엄마

그 엄마라는 말로 여전히 우리를 다독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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