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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Aug 01. 2023

사라진 도시들


                        연명지


도시의 겨드랑이에서 

새 한 마리 흰 연기처럼 날아갔다.

차창을 타고 방문했던

온갖 요양의 날들


도시는 검정색 눈꺼풀을 닫고 

우리는 검은 상복을 입고 도시를 배웅했다.


우리의 도시들은 터미널에서 공회전 중이었다.

아무런 연계가 없는 도시들에

아는 얼굴 하나 데려다 놓거나

아픈 혈육 하나 데려다 놓으면

반가운 도시이거나 불안한 도시가 된다.

그러다 아는 얼굴이 모르는 얼굴이 되고

아픈 혈육이 사라지고 나면

노선들은 터미널 배차 시간표에서,

방문지에서 사라진다.


불 꺼진 생명초는 줄기를 설치하고

여름을 늘려가겠지만

내가 다 읽지 못한 포도나무가지는 

두 팔을 내리고 우거진다.

앰뷸런스에 실려 가면서도 놓지 않았던 꽃삽은

어떤 지번地番을 파고 있고

도시 바깥에 남겨진 회상의 날들

걱정스러웠던 도시,

우울한 차장에 기대던 도시가 영영 사라져 버린다.


죽은 사람을 따라가는 도시들

죽은 사람들의 도시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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