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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Aug 01. 2023

머나먼 안녕

                         연명지



스크린도어에 매달린 스파이더맨

그가 남긴 지문이 지하의 어두운 골목을 돌아

안개 속에서 깊게 울리는 아침


떠나지 못하는 별 

눈물방울이 되어 알리움에 스며들었다


끝없이 슬픈 알리움 멀어지며

안녕, 이라고 말하지 않는 영혼을 위로하기 위해

꽃을 들고 우리는 그에게로 간다


상처로 빛나는 스크린도어에서 낯선 슬픔이 쏟아진다


아픈 영혼들이 서로 부둥켜안고 

목 놓아 울 때 유월의 장미는 죽음 쪽으로 

조금 더 붉어진다  


미술관 가는 길을 잃어버린 잿빛 물방울들

그늘 깊은 구의역에 앉아 하모니카를 분다


잠깐 동안에 열아홉 해의 시간을 잃어버린

단 한 사람을 위한 진혼곡


나머지 기억은 유월의 서랍 속에 넣어둘게

이젠 안녕 우리들의 스파이더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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