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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Jul 28. 2023

봄날, 손목을 열다

     연명지


 물 잠을 자는 거니


 손목은 슬픔과 가장 가까운 곳.

 손목을 열면

 쌀쌀한 소매가 튀어나온다.

 히어리꽃 피는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뜨는


 하나둘.. 일곱 살에 가라앉은 돌.


 강물이 깨질 때

 왜 물은 쏟아지지 않을까요.

 물을 헛디딘 사람을 꺼내려고 

 아무리 물수제비를 떠도 쏟아지지 않는다.


 마지막 표정을 들고 우리는

 설렁탕 집에 둘러앉아

 환하게 열린 손목들을 본다.

 아직도 손목의 빈혈을 생각하면

 문을 잠그듯 손목을 잠가주고 싶은 기억이 

 뜨거운 국물을 뜬다.

 검은 뚝배기에서 안개가 식어가고

 누군가는 단숨에 들이마시고 

 긴밀하게 검은 원피스들을 벗어

 종이봉투에 담기 시작한다.


 왼쪽 손목의 안부를 오른쪽으로 감추며 묻는다.


 슬픔을 설명하는 일은 

 봄을 지워가는 일

 마른 꽃 속으로 너의 잠을 숨긴다.


 봄날, 손목에서 부스럭거리는 소리가 울리면 

 묵묵히 귀를 열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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