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지
나비가 그리워 이마가 아픈 날에는 아토차역으로 간다
어느 구간과 구간 사이로 속옷을 잃어버린 나비 한 마리 아찔하게 날아다녀도
나비의 생각을 가져오지는 말아
기울기가 다른 구름이 모여드는 오후, 누군가 놓아버린 바람의 한때가 무심하게 흘러간다
날개 안의 나비는 가끔씩 실종된 속옷을 찾아 허둥대는 악몽을 꾸고,
날개 밖의 나비는 소란으로 가득 찬 아토차역을 서성인다.
너는 조금 부끄러워도 괜찮은 거니
사람들 눈을 잠그고 싶구나
아슬아슬 보였다 사라지는 나비의 숨결을 두고 기차는 떠나가고, 남겨진 눈들 서로의 시선을 비껴간다
먼 곳에서 온 순례자들만 모르는 들큼한 풍경이 민망하게 지나가고,
마드리드 나비도 한때는 누군가의 딸이었다는 생각을 듣는다
바람에 일렁이는 은어들이 그렁하니 떨어지고
너는
말할 수 없는 것을 말하기 위해
생급스레 美쳤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