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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Jul 13. 2023

손에 묻은 이름


                        연명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생명보험 수급을 신청했다.


동생이 들고 온 증서에는 동백꽃 한 송이, 어머니 이름 옆에 꽃물 번

져 있었다. 손가락으로 문질러 보았다 붉은 사월이 지나간 자리 홑잎

으로 날리다 만 이름 하나 번져 내 손가락 끝에 묻어왔다.


수급신청란에 내 이름을 찍었다. 이름은 싱싱한 핏기로 둥근 도장의

원을 넘쳐 겹쳐진 꽃송이처럼 접힌 두 생 사이에 묻기까지 했다.


손에 묻은 이름을 천천히 휴지로 닦아내었다.


엄마는 아픈 이름을 오래 사용한 듯, 봄이라 여긴 곳마다 꾹꾹 찍어

놓고 갔다. 뒤늦은 꽃소식처럼 이곳저곳에서 엄마 이름이 자꾸 날아온다.


엄마가 찍어놓고 간 이름의 온기로 한겨울 같은 봄을 견뎌야 하겠지만

왜 낭떠러지 끝 같은 곳마다 붉은 꽃 찍어놓고 갔을까. 발밑은 아득해서

어떤 꽃잎은 땅에 닿기까지 몇 년은 걸릴 것 같은데


봄날은 간다,  즐겨 부르던 엄마의 연분홍 치마 풍으로 바람이 또 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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