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지
눈치 없이
죽은 엄마가 불쑥 불쑥 잘 나타난다
눈 속에 그렁그렁 고인다
비밀이 없어진 장소에
울면 안 되는 곳에
또 눈치 없이 들썩이는 어깨로 나타난다
명랑한 어깨,
죽으면 말이 필요 없다더니
말대꾸는 더더욱 모른다더니
이기적으로 내 어깨를 흔들어댄다
어젯밤 꿈속에서 엄마는
아카시아 꿀을 먹고 있었다
천국으로 가면서 엄마는
절반의 엄마를 두고 갔다
천연덕스럽게 돋아나는 숱한 엄마를
들키지는 않는 날이 올 것이지만
친구와 점심을 먹는 창가에
눈치 없는 엄마가 이십대 생머리를 하고
카톡창에 나타났다
지우지 못한 엄마 번호가
빨간 스웨터를 입고 웃고 있다
잘 지내고 있느냐고 묻고 싶은 검지
번호로 조합된 숫자들은
죽음과 삶을 동시에 돌아다닌다
굳은 엄마의 꿀을 흔들어 본다
단내를 품고 있는 엄마의 꿀
죽으면 눈치가 없어진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