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호미문학대전 은상 수상)
연명지
서랍 밖이 그리운 꽃무늬 옷들 서로의 냄새로 봄을 주고받으며
달맞이꽃 피던 시절을 중얼거린다
한 계절을 지나온 어제의 울음이 차곡차곡 접혀 빛이 바래도 꽃은 꽃이다
지금 꽃은 다른 얼굴을 하고도 꽃시절이다
그녀의 하얀 얼굴을 웃게 하던 꽃무늬 잠옷,
얼룩을 품은 어떤 꽃들 빨강색 립스틱을 들고 거울을 본다
봄날에 잃어버린 사람들 서로 다른 하늘에 잇대어 닮아가고
피고 지는 것들이 두 눈 가득 차오른다
꽃들이 돌아눕는 새벽 몰래 서랍을 빠져나간 낡은 진달래꽃이 바스락 눈물을 쏟는다
서너 명의 엄마가 서랍을 떠나지 못하고 봄마다 꽃망울을 피워낸다
엄마를 벗고 부활한 꽃들, 본래 엄마는 꽃의 뿌리여서 봄마다 홀로 눈부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