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는 봤니, 종로 여관

by 연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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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지



아프리카 사람들은 처음 맞이하는 달을

마음 깊은 곳에 머무는 달이라고 한다


세 모녀의 여행 가방을 그러안은 허름한 방

나란히 엎드려 짚어내는 서울 지도에는

처음 여행의 즐거움이 골목골목 기다리고 있었어

이별 같은 것은 건드려 본 적 없는 포근한 밤이었지


하필, 그 허름한 여관으로 종양 같은 한 사내가 홧김에 들어왔어


불문 열리는 순간을 가만히 지켜보는 사내의 눈에 술이 가득했지


마음 깊은 곳을 여행하던 세 모녀는

붉은 동그라미의 혀에 갇히고 말았어

울음 덩어리들만이 재가 되어 뒹굴고 있는 방

세 켤레의 신발만이 가만히 숨 쉬고 있었어


많은 꿈들이 잠에서 깨지 못한 아침

그을린 침묵들 납작 엎드려 몰려다녔지


저 불길을 꺼줄 착한 사마리아인의 눈물은

오래전 말라버렸고


열네 살 마술사의 꿈은 어디로 갔을까


필사적으로 웅크렸을 검은 지문들

* 종로 여관 문마다 울었다



* 2018년 1월 방학을 맞아 서울에 여행 온 34살 엄마와 14살, 11살 자매가

만오천 원 하는 허름한 여관방에서 술 취한 남자의 방화로 안타깝게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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