쥐뿔도 모르면서

by 연명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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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명지


쥐뿔도 모르면서 , 하는 말


너무 당연한 말이라는 생각이 든다.


쥐를 생각하면 벽에다 반달을 뚫어놓고


캄캄하게 드나드는 밤의 꼬리가 생각난다.


반달을 열고 그 속에서 숨어 있다가


혐오의 시간대에 먹이를 찾는 쥐


건물마다 으슥한 곳에는 다 반달이 떠 있다.




쥐는 동화 속에서 물길을 뚫거나


줄을 끊는 장면으로 바쁘다.


반달 속에는 부끄러운 뺨들이


서로 빨갛게 쥐뿔을 맞대고 있다.


고양이는 누군가의 비밀을 좋아해서


깊어지는 소문에 끌려


입가에는 늘 비릿한 수염이 쫑긋거린다.




우리는 쥐에 대해선 너무 잘 알고


다만 쥐뿔에 대해선 모른다.


그러다가도 찍찍 거리는 소리를 들으면


그 소리가 마치 뾰족한 뿔 같다는 생각을 하는 것이다.




쥐는 크기를 잴 때


수염에 힘을 주고 자나 각도기로 사용한다.


집안 곳곳에 숨어있는 반달의 크기는


쥐의 수염이 재놓은 크기다.


쥐가 좋아하는 달은 11월


짐승들은 다 맨발이지만 쥐는 유독 빨간 맨발.




쥐뿔도 모르는 것은 당연한 일


그러니, 당신들 입술이나 개켜서


고방 시렁에 얹어두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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