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명지
몰아치듯 겅중한 걸음걸이 낯익다
무엇을 써야 할지를 아는 듯한 뒷모습이다
어떻게 써야 할지를 묻는 발걸음 몽환적이다
태양과 섞인 바다, 영원을 찾아 떠난 그가
한 권의 몸이 되어 인사동에 나타났다
한가로운 청춘들을 불러들이는 *또옹 카페에 앉아
천사의 날개를 불경스럽게 훔쳐보고 있다
당나귀 귀를 들추어보며 모자 속의 두 귀를 쫑긋거린다
무수한 질문을 손바닥으로 가리며
느긋하게 입가에 고인 침을 닦아낸다
불현듯, 지퍼를 내리고
카페의 탁자에 오줌을 갈기며
사과나무는 혼자 키우는 거야,
치명적인 독백이다
나는 오늘 인사동에서 한 권의 비밀을 만났다
* 인사동 쌈지길에 있는 카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