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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명지 Aug 30. 2023

리얼 스페인

 


 길은 나를 매일 불러내 물 흐르는 소리를 들려준다, 나무와 풀밭 사이에서 흔들리는 꽃들을, 납작하게 엎드려 기어가는 곤충들을 만나게 한다. 


2021년 남편과 스페인 산티아고 은의길을 걸었다. 은의길은 세비야 대성당에서 출발해서 산티아고 대성당까지 1007Km를 걷는 순례길이다.

은의길은 살라망카까지 걷고 레온으로 와서 프랑스 길을 걸었다.


 스페인 순례길을 걷고 오면 많은 것을 버리게 된다

배낭 하나로 달포를 살면서 단순한 삶의 자유로움을 누리게 해준 기억들이 나를 헐렁하게 만들어 주었다. 이전에 잘 보이던 다른 사람들의 단점이나 얼룩들이 보이지 않는다. 순례길은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는 길이다. 숨을 헉헉거리며 언덕을 오르던 수 많은 날들, 족저근막염으로 아픈 발바닥, 퉁퉁 부은 무릎을 달래가며 도착한 산티아고에 대한 감동이 사라지지 않는다. 몸은 돌아왔는데 마음은 아직 그곳에 있다. 감자를 깎다가, 화분에 물을 주다가, 불현듯 산책을 하러 나간다. 길의 침묵을 들여다보고 말을 건다. 길은 매일 매일 다르게 서술된다. 산티아고 길은 한 번도 안 간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간 사람은 없다고 한다. 그리움에 냉찜질이 필요한 날 백현동의 리얼 스페인을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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