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미스코리아가 아닙니다만
내 이름은 '인드리'
내가 싱까왕에서 지낼 곳을 찾는 동안 한 달가량 신세를 졌던 선배단원의 집 옆에는 공사가 한창이었다. 아침에 출근을 할 때면 인부들이 어김없이 ‘할로, 오랑 꼬레아!(안녕, 한국사람!)’하고 인사를 한다. 나보다 반년정도 먼저 싱까왕에 파견온 선배는 코이카가 싱까왕에 파견한 첫 번째 단원으로 유아교육분야 단원이다. 선배는 이미 그 동네의 유명한 한국인이었기에 선배네 집에서 나오는 나도 당연히 한국사람인줄 알았던 것 같다. 싱까왕 시내에 나가면 한국사람이라는 것을 인지 못하고 싱까왕 중국인으로 알고 중국어로 말을 걸어오는 것이 보통이다.
또 어떤 무리들은 인사말 대신 휘파람으로 아는 체를 하는데 그 무리들은 한가로이 동네 한 귀퉁이를 차지해 오토바이를 세워놓고는 불철주야로 앉아서 노닥거리고 있는 젊은 남자아이들이다. 나는 귀국할 때까지도 그것이 캣콜링이라는 것인지 몰랐다… 그냥 내가 인사를 먼저 해야 하는 건가… 아마 내가 본인들한테 한참 누나뻘인걸 알아도 휘파람을 불까? 이런 생각만 하며 다녔다. 아무튼 인부 아저씨들은 인사를 안 받으면 내가 못 들었나 싶어 ‘미스꼬레아’ 라며 목소리를 높인다. 아니…저 미스코리아 아닌데요…. 저는 ‘인드리’에요 하고 인사를 하면 한국인이 왜 인니식 이름을 가지고 있는지 어리둥절한 모습도 보인다.
우리 동기들은 한국 훈련소에서부터 각자 인니식 이름을 지어가졌다. 본명은 현지인들이 부르기도 힘들거니와 현지이름이 있으면 빨리 친숙해지기 때문에 인니어 선생님이 추천해 주신 것이다. 전에 한비야 작가님 책을 읽으면서 어떤 외국인들도 어렵지 않게 부를 수 있는 작가님 이름을 동경한 적도 있다. 그런 이름을 짓지는 못했지만 ‘제 이름은 인드리입니다’할 때마다 반가워하는 현지 사람들이 보기 좋았다.
‘인드리’는 강하고 인내하며 깊게 생각하는 이름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사는 ‘인드리’의 남자형제들은 보통 ‘인드라’라는 이름을 갖는다고 한다. 나는 남동생이 와서 친구들에게 자신을 ‘인드라’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상상을 하며 피식 웃었다.
언니라고 불러주세요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친구들은 어쩌다 보니 나이가 한참 어린 친구들이 대부분이었는데 많게는 10년 아래인 친구들도 제법 있었다. 누가 봐도 내가 언니고 누나였지만 그 아이들은 나를 그냥 ‘인드리’로 불렀다. 나는 내가 한국식 나이 서열이 뼛속까지 박혀있는 사람인지 그때 깨달은 거 같다. 좀 친해지고 나서 나는 아이들에게 ‘인드리’ 뒤에 언니를 좀 붙여달라고 했다. 그들에게 나의 이름은 ‘인드리언니’, ‘인드리누나’에 불과하더라도 나는 그렇게 불리며 편안을 찾게 되었다. 그때보다 나이가 훨씬 든 지금 생각해 보면 왜 그랬을까 싶다. 그냥 젊게 이름만 불리며 살걸…. 2년 동안 잘 사용한 인도네시아 이름은 한국에 돌아와서도 부캐이름처럼 사용했다 다만 ‘인드리’에 한국의 감성을 첨가하여 ‘인들이’라 한 것은 안 비밀.
인도네시아 3억 가까이 되는 인구(2019년 기준 2억 6691만 명) 중에 ‘인드리’가 몇 천명은 있더라도 한국인으로서 ‘인드리’라 불리는 사람은 나밖에 없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