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요 제가 이상해 보이나요?
인도네시아의 태양은 매서웠다.
선크림은 발라도 발라도 땀에 다 녹아버린다. 작렬하는 태양아래 나는 너무나 하찮은 존재처럼 타버릴 것 같았다. 바로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동안 더욱 그렇다. 동네 사람들은 자동차보다 오토바이를 타는 사람이 많다. 싱까왕은 오토바이로도 물론 충분한 이동이 가능하다. 그러나 단원들은 위험한 교통수단을 운전하지 못하는 규정으로 인해(면허도 없었지만) 자전거로 다녀야 하는 운명이었다. 그 뜨거운 태양아래서 자전거 페달을 열심히 굴리며 태양을 피하는 방법으로 고민에 빠져있었다.
당연한 일이지만 안전을 위해 오토바이를 운전하는 사람도 뒤에 앉아가는 사람도 모두 ‘헬멧’을 착용한다. 모두가 헬멧을 쓰고 다니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태양도 가려주고 안전운전에 도움도 되니 ‘일석이조’ 구나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하여 나도 오토바이 헬멧을 사버린 것이다. 헬멧을 산 뒤에는 나름 센스 있다고 생각하며 ‘헬멧’ 뒤에‘자전거 초보운전’이라고 쓰고 의기양양하게 ‘헬멧’을 착용하고 길을 나섰다.
그날따라 모두가 나를 주시하는 것 같았다. 자전거 탄 어린아이에서부터 오토바이를 탄 사람들과 길가에 앉아 기타를 치는 무리들의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며 슈퍼마켓에서 장을 보고 출발하려는데 주차요원아저씨가 나를 붙잡으며 말했다.
‘너 잘못됐어. 자전거와 그 헬멧은 맞지 않아’
인도네시아에 오기 전에 인도네시아사람들은 내가 무엇을 하던 신경을 쓰지 않을 것이다.라고 들은 적이 있는데 이 참견은 뭐지? 음식점에서 식사를 하고 나올 때 주인아주머니의 미소, 오토바이 뒤에 앉아가며 내 앞을 지나가는 여학생의 소리 없는 웃음, 대 놓고 손가락질하며 웃는 동네 꼬마 녀석을 만났을 땐 나도 덩달아 웃어버렸다. 나는 그때서야 내가 굉장히 바보 같은 짓을 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나의 부끄러운 표정과 땀범벅된 얼굴도 가려주는 이 헬멧을 벗을 수가 없었다. 태양은 아직도 너무 뜨거웠다.
‘왜 헬멧을 썼어?’ 잠시 정차하고 있는데 할아버지 한 분이 다가와 웃으며 물으신다. ‘제 마음이에요’, ‘햇볕이 뜨거워서요’ 두 가지 답을 놓고 고민하다가 내가 아직 ‘뜨겁다’라는 단어밖에 모른다는 것이 생각났다. 그 후로 사놓은 ‘헬멧’이 아까워 한 번 더 헬멧을 쓰고 자전거를 타봤는데 얼굴에 슬금슬금 뾰루지가 나기 시작했다. 햇볕은 피했지만 ‘헬멧’ 안 더운 공기로 인한 피부 트러블은 피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제야 깨달았다… 내가 얼마나 생각이 짧았는지를.. 자전거를 타고 헬멧을 쓰면 더 덥다는 것을…
자전거 타고 헬멧 뒤집어쓴 내 모습은 사람들에게 엄청 이상하게 보였을 것이다. 할아버지는 그런 내게 걱정을 담아 얘기해 주신 거겠지... 나는 그 뒤로 ‘헬멧’은 고이고이 모셔두고 싱까왕의 햇빛에 적응해서 열심히 동네를 쏘다니며 자전거 타기를 즐겼다. 단원들을 만나면 이야기해 줄 웃긴 에피소드 하나 챙겼다고 생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