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투게더, 그 지독한 사랑의 열병

영화 감상평-2

by 스몰유니버스

해피투게더(춘광사설)


구름 사이로 갑자기 비추는 봄 햇살


역시 왕가위 영화다. 미장센은 말할 것 없이 아름다우며, 너무 아름다워 어딘가 위태로워 보인다.

아휘와 보영은 어떻게 사랑에 빠지게 된 걸까? 사실 이는 전혀 중요하지 않다.

일단 그들이 서로 사랑하는 게 더 중요하니까


처음에는 막무가내에 제멋대로인 보영을 아휘는 왜 사랑하는 걸까? 왜 항상 ‘우리 돌아가자’ 이 한마디에 다시 보영을 받아주는 걸까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가슴속에 남아있는 미련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그 둘은 다시 만났다. 그렇지만 난 아휘의 눈빛에 항상 비추는 불안함을 볼 수 있었다.


‘사실 보영에게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그의 손이 빨리 낫지 않길 바랬다

아픈 그와 함께 있을때가 가장 행복했기 때문이다’


손이 나으면, 보영은 여태것 그랬던 것 처럼 아휘를 떠나갈테니까


선녀옷을 숨긴 나무꾼처럼, 아휘는 보영의 여권을 숨겼다.

새벽 2시에 갑자기 담배를 사러 나가서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을까봐 1년치 담배를 다 사놓기도 했다.

보영이 돌아갈 곳이 없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아니 오직 돌아올 곳이 내가 있는 이 곳 이기만을 바랬다.


감기에 걸려 덜덜 떨고 있는 아휘에게 밥을 해달라는 보영을 보고 참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염치가 저렇게 없을 수가 있나?

당연히 아휘도 화를 냈지.

“너가 그러고도 인간이야?”


그래도 사랑이 뭔지, 정신 차려보니 보영을 먹일 밥을 하고있더라

그게 사랑일까? 사랑이겠지?



영화를 보면서, 두 가지 해석을 할 수 있는데

하나는 홍콩반환에 관련한 해석, 하나는 그냥 두 사람의 사랑이야기다.


중경삼림에서는 홍콩반환에 대한 뉘앙스가 많이 풍겼는데, 해피투게더에서는 그냥 두 사람만 보였다.


요즘에야 동성애에 대한 편견이라던지, 그런 시선이 많이 없어져서 이 영화를 좋아하는 사람이 많지만, 97년 당시에 이런 영화를 상영할 생각을 하다니

왕가위 생각보다 대단한 사람이다.


보영없이는 못사는 아휘인 줄 알았는데, 아휘없이 못사는 보영이더라


위태로운 보영과 그의 옆을 지키며 불안해하는 아휘를 볼 수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영화


난 오늘도 다시 한 번 양조위에 빠졌다.


장첸이 준 녹음기를 들고, 주위에 아무도 없는데도 차마 토해낼 수 없는 그 마음이 느껴져서 너무 슬폈다.

아휘가 남긴 물건들을 붙잡고 서럽게 우는 보영이 계속 생각나는 영화


춘광사설, 해피투게더


P.S. 왕가위 감독의 인터뷰를 꼭 읽어보길 바란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이터널 선샤인, 영원한 사랑은 존재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