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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영국에 보내며, 약사 엄마가 준비한 상비약 가방

많이 필요하지 않길 바란다.

by 이미경

장기 해외 체류를 앞둔 사람이라면 상비약도 꼭 챙겨야겠지요.


20250918_212615.jpg 상비약가방


예전엔 여행상비약이라 하면 종합감기약, 진통제, 항생제 연고, 밴드 정도만 챙겼는데

약국에서 일하며 일반의약품을 공부하다 보니, 조금 더 세심하게 챙기게 되네요.

사람마다 필요한 약이 다릅니다.

특히 본인에게 꼭 맞는 약은 반드시 챙겨야 합니다.

병원에서 미리 처방을 받아가야 할 약도 있을 테고요.


이번엔 1년간 영국 교환학생으로 떠나는 딸을 위해 상비약을 준비했습니다.

낯선 환경, 기숙사 생활, 영어로 하는 모든 일상 — 쉽지 않을 겁니다.

저 역시 20대 초반, 처음 서울에 올라와 혼자 살기 시작했을 때를 떠올려 봅니다.

3월의 관악산은 유난히 추웠습니다.

처음엔 감기에 심하게 걸려 아무것도 못 먹다가, 누군가 준 바나나로 기운을 회복했던 기억도 나네요.

소화가 안 되어 일주일 동안 고생하다가 결국 동네 약사님께 손 따달라 부탁드렸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런 과정을 거치며 어른이 되어갔겠지요.


하지만 이제 엄마가 약사니, 아플 때 어떤 약을 먹고, 어떻게 조치를 하라고 알려주려고 했더니 엑셀로 정리해 달랍니다.

그래요, 정리하니 깔끔하게 보이긴 하네요. 필요할 때 잘 찾아서 도움 받길 바래봅니다.

상비약표1.png
상비약표2.png

초기 감기에는 생약 일반의약품인 갈근탕이나 맥문동탕을 먼저 복용하고

충분히 쉬며 잘 먹는 것이 기본입니다.

감기가 심해져서 코가 막히고 기침이 계속된다면 종합감기약으로 증상을 완화해야겠지요.

두통, 생리통도 예상됩니다. 진통제는 여러 종류로 준비했습니다.

새로운 환경에서 공부하고, 친구들과 교류하면서 받게 될 스트레스 때문에

위경련이나 소화불량도 있을 겁니다.

그래서 위장약도 꼼꼼히 챙겨 넣었습니다.

위통이나 생리통이 있을 때 사용할 수 있는 온찜질팩(탕파)도 챙겨주고 싶었는데,

짐 무게 때문에 결국 포기했네요. 그곳에서도 구할 수 있겠죠?

음식이 맞지 않아 두드러기가 날 수도 있으니 알러지약,

물갈이를 대비한 정장제도 꼭 필요합니다.

무엇보다 아프기 전에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그래서 비타민 C와 유산균 2개월분, 그리고 기운이 떨어질 때 힘낼 수 있도록 비타민 B도 겔타입으로 몇 개 챙겨줬습니다.

이제 다 먹으면, 본인이 알아서 챙기겠지요.

요리를 하다 보면 작은 상처도 날 테니 항생제 연고와 밴드도 필수입니다.

영국에서는 학생은 병원비가 무료라니 정말 다행입니다.

하지만 약은 한국에서 미리 준비하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항생제는 현지에서 쉽게 구하기 어렵다고 하네요.

필요한 건 미리 처방받아 챙겼습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그녀의 심장약도 잊지 않았습니다.

몇 년 전 심전도 검사에서 이제 괜찮다고 했지만, 걱정 많은 아이인지라 속으로는 여전히 마음이 쓰입니다.

만일을 위한 약으로 챙겨줄 생각이었는데, 이번에 스스로 병원 가서 처방받고 챙기는 걸 보니, 많이 자랐구나 싶네요.

20250913_160954.jpg 상비약 사진

이제 가서 한동안은 엄마가 챙겨준 상비약을 쓸 테지만,

곧 스스로 관리하고, 필요하면 병원에도 다니며 자기 몸을 잘 돌보는 법을 배워가겠지요.

“건강 잘 챙기고, 넓은 세상 많이 배우고 와라.”


20250918_212645.jpg


1달 후 후기

감기에 걸려서 갈근탕과 따뜻한 물 계속 먹으니 많이 괜찮아졌다네요.

그런데, 이제 콧물은 어떻게 하냐네요.

흠…잘 먹고, 잘 자고 운동 꾸준히 하면서 면역을 키우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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