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으로 꿈을 이루다_5화

반전적 변화, 실화냐?

by 권리연


잘 몰랐는데, 난 일생 쭉- [빨간머리 앤] 같았다.

현실에 완전히 발닿지 못하고 쬐끔 부웅- 떠 이상적인 것들을 꿈꾸며 살아왔다.


앤.jpg 난 꿈꾸는 소녀 같다

그래서였을까?

밤마다 꿈을 참 많이 꿨다.

어떤 땐 꿈과 현실이 헷갈려서 실수 할 만큼.

덕분에 자도 잔 것 같지 않은 몽롱한 일상을 살아와, 결국 얼마 전부턴 불면증으로 좀 힘들긴 하지만. ^^

내 꿈은 참 다채로웠다.

심리 상담사 선생님들과 3여 년의 꿈 분석 살롱(모임)을 했었는데, 내 꿈을 씬 별로 적어 공유하는 날 보며 선생님들은 항상 입을 떡 벌렸다.


그걸 다 직접 꿨냐고?

그걸 다 기억하냐고?

그렇게 알록달록 천연색이냐고?

그렇게 다이나믹하냐고?

작가라 상상력이 뛰어나 그런가....? 꿈도 기승전결 구성지고 창의적이라고!


다들 나처럼 그렇게 꿈을 꾸고 사는 줄 알았는데, 선생님들 꿈을 공유받고 보니, 내가 참 특이하긴 하다 싶었다.

현실과 완전히 다른 꿈인데도, 현실을 고스란히 반영하고 있는 게 언제나 참 신기했다.

주로 우울했지만 그 속에서 언제나 희망과 잠재력의 씨앗을 무럭무럭 키워내고 있었는데...

최근 12.3 계엄 사태를 겪으며 내 꿈의 결이 확연히 달라졌다.

스스로 내 무의식이란 녀석이 무서울 정도로.

내가 드디어 미쳐가는 건가?

인간에 대한 근본적인 혐오와 염증 속에서 결국 나의 의식이 망가지고 있는 것일까?

걱정됐다.

사실 고민했다.

꿈을 공유할 때마다 느끼는 건, 마치 내 글을 다른 사람들에게 내놓는 것만큼이나 발가벗기는 것 같다.

그래서 날 잘 모르는 사람들이 어설피 적혀 내려간 내 글을 보고 날 오해하는 건 아닐지 적잖이 걱정했다.

그래서 최근 2주간의 꿈을 기록해야 할까? 아니 기록해 사람들과 공유하는 게 맞을까? 고민했다.

하지만 오픈하기로 했다.

너무나 대조적인 꿈을 꾸었기에.

스스로 구제불능은 아니라 판단했기에.





[ 꿈 1. 여혐 개새끼의 역습 ]


한 남자가 세련된 여자에게 놀림을 심하게 당한다. 다들 20대인 것 같다.

여자는 남자를 개무시하는 발언을 한다.


“내가 너한테 어떤 언행을 하든 넌 무조건 참아야 해! 이렇게 해도 참고 저렇게 해도 참고 내가 뭘하든 다 참아야 해. 알겠어?! 적어도 20일은 기본으로...!”


뭐 이런 식의 싸가지 없는 말투의 말.

남자가 어눌하게 묻는다.


“참고 나면?”


남자는 느낌상 여자를 짝사랑하는 것 같다. 혹시라도 참고 나면 상으로 사귀어줄까 하는 기대를 하는 듯했다.


“병신! 또 참는 거야. 너 같은 찐따는...”


여자는 또래 여자들 몇몇을 모아놓고 공개적으로 남자를 망신 준다.

여자들의 감정 쓰레기통이었던 남자.

장면이 바뀌고-, 어느 순간 여혐에 찌들어 여자들을 상대로 학살을 시작한다.


마치 아우슈비츠 수용소 같다.

여자에게 무시당하던 남자가 군대를 이끌고 여자 학살을 시작했다.

여자들을 무작위로 잡아다 때리고 살을 포 뜨고 발톱을 뽑는 등 반 죽였다가 쓸모없게 되면 가져다 버린다.

세상 여자들을 죄다 무력을 이용해 수용소에 데리고 와 폭력으로 제압하고 쓰레기처럼 버리는 생지옥을 만들었다.


나도 수용소에 갇혀 있는데, 이미 엄지발톱이 뽑히는 고문을 당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버려지거나 죽지 않은 난 또 고문을 당해야 한다. 견디다 못한 난 그 남자에게 몸을 내주기로 마음먹는다. 그럼 괴롭힘을 안 당하고 살 수 있으리라 나름의 꼼수를 쓴 것이다.

그에게 끌려가 몸을 내어준다.

근데 그의 물건이 작고 상태가 좋지 않아 잘 안 들어가니, 그가 엄청 짜증낸다.

무섭고 역겹다. 나도, 그도.

그러다 어찌어찌 섹스를 하게 됐는데, 금세 재밌게 못 하냐고 지랄한다.

정신적 충격으로 난 그대로 기절한다.


수용소.jpg 수용소에 갇혀 고문당하다


깨어보니, 그 사이 몇 달이 지났다. 상황상 열 달이 지났나보다.

주변 사람들이 내가 좀 전에 출산을 했다고 한다.

내 몸 상태를 보니, 임신했던 배가 얼추 꺼져 있다. 완전히는 아니고.

사람들이 옆방에 아이가 있으니 가보라고 하는데, 난 거부한다.


괴물의 새끼를 볼 필요가 없으니까!

잠시 후, 다른 여자가 섹파로 그 남자 방에 들어간다.


내 탓이다!

내가 잘못 생각해 여자들에게 몸까지 팔게 만들었다.

내가 시작이었던 것 같다.

당장 괴롭지 않으려 내가 상황을 더 엉망으로 만들어버린 것이다.


수용소 복도를 걷는데, 사람들이 포스트 잇 같은 테이프형 방향제를 등 뒤와 사타구니 사이에 붙이고 있다.

이 냄새를 그 새끼가 싫어해서 이걸 붙이면 선택 안 될 거라는 걸 알아냈고, 그 후로 이걸 붙이고 다닌다고 한다.

나도 얼른 붙인다.


상황이 바뀌어, 난 방송국 부조에 서 있다.

어떤 여자(피디인지 작가인지 모르겠다)와 대화를 한다.


"대체 언제까지 토욜마다 이런 드라마를 겪어야 하는 거야?!"


여자가 답답함을 토로한다.


"당분간 안 바뀔 거야. 알잖아. 이쪽,,, 엔터쪽 사람들... 조금 먹히나 싶으면, 그래서 돈 되면 끝까지 우려먹는 거! 절대로 새로운 뭔가를 선뜻 도전하지 않아. "


끔찍한 일을 한동간 계속해야 한다는 듯 내가 시니컬하게 답한다.


꿈속의 내가 시니컬한 나를 보면 순간 느낀다.

아, 개새끼의 역습은 체험형 드라마인가?

세상이 바뀌어 드라마도 사람들이 시나리오 대로 체험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는 건가?

대반전에,,, 온 몸에 소름이 돋아난다.


(*참고로 전 이 꿈을 바탕으로 시나리오를 써보려 합니다. )



[ 꿈2. 조국과의 키스 ]


나는 어느 대학 교수 연구실에 조국(조국혁신당 대표)과 함께 있다.

우리 옆엔 50대 남자 교수 한 명이 더 있다.

세상을 위한 거사(巨事)를 도모하는 것 같다.

연구실 공기가 진중하지만 희망차다.


내가 자료를 보며 뭔가를 더 구상하는데, 조국 대표가 날 보는 느낌이 들어 고개를 든다.

그 순간.

조국이 내 입술에 키스를 한다.

꿈인데도 키스하는 느낌이 리얼하다.

난 놀라기도 하고 좋기도 해 얼굴을 붉히며 고개를 숙이고 있다.


후회하지 않아. 아니, 솔직히 내가 지끔까지 해 본 키스 중에 최고였어!

그의 말뜻을 이해하려 내가 한참을 내 입술을 만지고 있다.





꿈에 담긴 의미를 다 아는 건 불가능하다.

너무나 다른 느낌의 두 꿈을 꾸고 난 혼란스러웠다.

나에게 무슨 변화가 있었던 걸까?


상담 선생님은 [꿈1. 개새끼의 역습]을 읽고 한 마디 하셨다.


최근 힘들어했던 그 작업이 작가님에겐 강간과도 같은 느낌이었을까요?
그렇게 억지로 해낸 작업물이 괴물의 자식 같았을까요?

그리고 [꿈2. 조국 대표와의 키스]를 들으시곤 물었다.

작가님께 조국 대표는 어떤 사람이죠? 상징적으로요.

난 시기에 따른 그의 상징적 의미를 심플하게 답했다.


제가 처음 서울대 교수였던 조국을 알았을 땐, 그는 [다 가진 남자] 였고,
문재인 시절, 법무부장관을 하면서 멸문지화를 당했을 땐, [희생의 아이콘],
윤석렬 시대, 조국혁신당 대표인 그는 [부활의 아이콘]

내 답을 들은 상담사 선생님은 하얗게 웃으며 말씀했다.


내가 아는 작가님과 닮았네요.
30대 작가님은 [다 가진 여자] 같고,
40대 초반 시댁으로부터 독립 운동을 하던 작가님은 [희생의 아이콘],
그 어려운 시절을 겪어내고 자유를 쟁취한 지금은 [부활의 아이콘] 같아요.

그리고 이제 작가님 생각을 마음껏 표현하실 때인 것 같네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모든 요소요소 동의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긴 해도, 그와 내 삶의 궤적이 닮은 면이 있어 보였다.

감히,,, 내가 뭐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

내가 대단한 그의 삶과 닮아서 감동인 건 아니다.

우여곡절을 겪고 결국은 일면 부활했고, 여전히 부활을 꿈꾸고 있다는 게, 감동적이다.

이제 내 입으로 내 의견을 말 할 때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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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본포스터(최종).jfif 동화지만 청불입니다


꿈1과 꿈2 사이에 이 영화가 있다.

극장에 나오는 대부분의 영화가 우여곡절이 있기에, 굳이 이 영화의 탄생 비화에 대해 언급하진 않으련다.

다만.

이 영화는 나에게 다음 5가지의 상징성을 지닌다.


첫째, 내 것인 듯 내 거 아닌,,, 내 작품.

둘째, 힘 다 빼고, 놀 듯 집필한 작품.

셋째, 어떤 비난에도 이미 방어기제가 구축된 작품.

넷째, 어떤 칭찬에도 으쓱하지 않을 작품.

다섯째, 내 부활에 불을 지펴준 감사한 작품.


솔직히 이렇게 데뷔하는 건 좀 반칙 같다.

영혼을 갈아넣으며 주력하던 글들은 제작사 대표나 피디의 몇 마디에 하루아침에 수백 장의 이면지가 되었는데...

놀 듯 힘 빼고 남의 글 첨삭하듯 쓴 내 것 아닌 내 글이 나를 구원한다.

현재까지는.


그런데 지난 2주.

내 무의식이 천국과 지옥을 오가며 수면 위로 떠오른 의식 하나는,

다들 이렇게 어찌 어찌 뭔가가 되어 간다는 것이다.

그렇게 인생사 별 것 인 듯 별 게 아니라는 것이다!



* 저의 꿈 분석은 친애하는 유재인 상담 선생님과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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