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25일 - 조용한 크리스마스

by 셀린느

우리집 식구는 셋이다.

나, 남편, 아들.

INFJ에 강박형(TCI, 고양이)인 나 : 내가 F라고 하면 다들 허걱 놀란다. 작가님이요?

INFP라고 우기는 연극성(강아지) 남편 : 난 사실 T발놈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INTP에 강박형인 아들.


어딘가 비슷한 것 같기도 하고, 비슷한 것 같다가도 너무 다른 셋.

아들은 초등학생 때까지는 아빠 판박이었다가,

사춘기 이후 변태, 탈피하여 나를 닮아간다는 주변의 의견들을 듣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족은 반골 기질이 있고, 따뜻함을 시니컬로 포장하며 살아가는 공통점이 있다.

그리하여...

산타 할아버지가 '아빠'라는 현장을 들켰던 초등 3학년 이후로,

우리집 크리스마스는 시니컬함 속에서 항상 분주했다.


크리스천도 아닌데 굳이 예수의 생일을 챙겨야 하냐?


산타 없는 거 알면서 왜 선물 타령이냐?


SPC 불매하려면 신용산역 뚜레쥬르까지 가야하는데, 꼭 케이크를 해야겠냐?

어떻게 몇 년째 크리스마스 때 킹크랩 먹자는...
얘기만 하냐? 비싸서 못 먹을 거면서...


아무리 크리스마스가 의미없다 해도 선물 하나가 없냐?


다들 투덜거리면서도...

바쁜 와중에 어떻게든 크리스마스 저녁은 가족끼리 보내야 한다며 기를 쓰고 귀가를 했고,

뚜레쥬르까지 가서 제일 작고 싼 케이크를 샀으며,

크리스마스엔 치킨에 피자가 국룰이라며 맛있게 배두드리며 먹었고,

비록 지각이라도 항상 서로의 선물을 챙겼다.


그런데,

이번 크리스마스는 아무것도 못했다.


누가 특별히 아무것도 하지 말자고 한 것도 아닌데, 다들 조용했다.

아들은 재수를 계획하며 숨고르기를 했고,

나는 '힘들지 않는 상태에 대한 고찰'을 시작했고,

남편은 말은 안 했지만 아내가 잘못될까 전전긍긍했다.


아니,

지금 상황에 '파티'라는 단어를 아예 떠올리지 못했었을지도 모르겠다.

그렇다고 정말 선물까지 생략할 것까지 없었는데...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선물'이라는 걸 새삼 알게 됐는지도 모른다.


그래도... 내가 한 마디 했어야 했나? 싶다.


때문에 이렇게 뒤늦게라도 한 마디 하고 싶다.


2026년 12월 25일엔 뻑쩍지근하게 파티하자~
작년에 못 했던 것까지 싹 다-

미리,,, 해피 크리스마스~!!!


크리스마스약속.jpg


수, 토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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