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rfing is my life

내가 이렇게 운동을 못하다니

by Song Gidae


어릴적 부터 운동을 하거나 새로운 일을 배울때는 보통 사람들보다 금방 배우고 익히고 또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서 빨리 익숙해지는 사람이었다.


아마도 어릴 적 부모님이 운동을 많이 시켜주신 덕일까 싶다. 초등학교 때 검도도 꽤 오랫동안 했었고, 스피드 스케이팅도 했었는데, 당시에 반에서 제일 잘 해서 교장선생님에게 허락을 받아 대회를 나갈 준비를 하기도 했었다. 농구는 제일 좋아하는 구기종목으로 중고등교때 좀 뜸해졌지만 초등학교때는 전교에서 한 손가락안에 들 정도로 잘했다.


그랬던 내가 처음 호주에서 와서 서핑이라는 스포츠를 너무 얕잡아봤다.


별로 어렵지 않겠지라고 생각하곤 시티에서 $300달러 정도의 초보용 보드를 사고 집에 한 시간을 걸어서 집에 왔던 기억이 난다. 그리고는 다음날부터 오토바이 옆에 보드를 싣고 당시 일했던 카페 근처에 출근하기 전, 퇴근길에 왁스도 바르지 않은채로(왁스는 안 바르면 미끄러지기 때문에 보드마다 다르지만 거의 필수로 발라야 한다.) 매일매일 여기저기를 다쳐가며 혼자 연습을 했다. 당시에 유튜브도 보면서집에서 혼자 업드렸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면서 연습을 하곤 왠지 다음 날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으로 바다에 들어갔지만 생각만큼 좀처럼 늘지는 않았다. 그리고 지금 2024년 말 나는 오늘 아침에도 서핑을 하고 카페에 앉아있는데 내가 이렇게 한심할수가 없다.


사실 핑계를 대자면 오늘은 파도를 타기에 좋은 날은 아니었다. 바람도 쌔고 파도도 너무 많이 쳐서 가만히 보드 위에 앉아있기도 힘든 날이었고 여기저기서 치는 파도 떄문에 침착하게 다음 파도를 기다릴 수가 없었다. 하지만 좋은 날은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해왔던 노력과 시간에 비해 너무 못탄다. 누군가가 그랬다, 서핑은 Most humbling Sports라고. 나는 매번 내 부족함을 또 느끼고만다.


한국사람들에게는 서핑이 익숙한 스포츠가 아니기 때문에, 취미로 서핑을 한다고 하면 대부분은 멋지게 파도를 타고 가르며 미끄러져가는 나를 생각하겠지만 실제로는 조금 다르긴 하다.


보통 서핑을 타면 3할은 파도에 맞고 구르고 뒹굴고 6할은 가만히 바다에 앉아서 먼 바다를 바라보며 파도를 기다리고 0.5할은 패들질을 하면서 위치를 잡는다. 그리고 0.4할은 앉아서 중심을 잡으려고 애를 쓰고 0.1할 정도 잠깐 보드위에 서게 되거나 잠깐이나마 두다리를 붙이는 정도다.


아마 잘하는 사람들은 그 비율이 많이 다르겠지만 적어도 나는 그렇다.


그럼 도대체 나는 왜 계속 서핑을 하려고 하고 영상을 보고 레슨을 받는것일까? 이렇게 못하는 사실이 너무 분하고 답답하다. 그리고 원래 운동 잘하는데 왜이렇게 못하는건지 싶은 마음이 들어 더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계속 서핑을 하려고 하는 이유는 바로 단순히 나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라 파도와, 바다와, 걸리적 거림 없이 바라보는 넓은 하늘과 그 자연 속에 조그만 존재인 내가 조금이지만 소통을 하고 배우면서 덕을 보는 느낌이다. 그리고 물 속에서 방해없이 집중하고 있는 게 너무 좋다. 그러다가 운이라도 좋으면 비가 와서 비를 맞으며 물속에 있기도 하고, 해질녘에 물에 비치는 노란 노을을 보기도 한다. 그리고 가~끔 돌고래도 볼 수 있다. 물론 무섭기도 하지만.


두번째로는 서핑을 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너무 멋있고 더 솔직히 말하면 서핑을 하는 내가 너무 멋지다. 이렇게 글로 쓰고나니 정말 웃기지만 사실이 그렇다. 차를 주차하고 트렁크에서 서핑보드를 들고 바다로 걸어가는 그 순간은 마치 휴가를 떠나기 전 설레이는 그 마음과도 비슷하다.


호주에서 태어나서 자라지 않아서 아쉽고 부러운 것중에 하나가 서핑이다. 물론 여기에서 태어나고 자라도 서핑을 안하는 사람이 더 많지만 기회가 없었다는 게 아쉽다는 것이다.


아마 나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보면 영화에서나 보는 서퍼들의 모습을 상상할텐데 사실은 너무 다르다.


어쨋든 서핑을 하면서 배우는 것들이 몇가지 있다.


먼저 파도는 너무 급하게 잡으려 하지 않을 것, 분명 다음 파도가 있다. 그리고 그 다음 파도가 보통은 더 괜찮다. 또, 한 번 파도를 타거나 놓쳐서 힘이 빠졌을 때, 바로 다시 잡으려 하지 않을 것(늘 그러려고 하지만) 결국을 대부분 체력만 낭비하게 된다. 경험과 실력이 쌓이면 단순히 기다리지 않고 빨리 움직여서 기회를 잡을 수 있다.


이런 것들은 분명 내 인생에도 도움이 되는 교훈이다. 그리고 그래서 서핑이 좋은 것 같다. 나에게 가르침을 주는 스포츠다.


앞으로 남은 인생은 서핑을 잘 할 수 있게 될까? 현실적으로 생각했을 때 아마 내가 생각하는 잘 하는 정도가 될 지는 모르겠다, 아마 어려울 것 같다. 그럼 서핑을 계속 할까? 그렇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늘넘어지고 물을 먹고 끝나고 나서 내 의지와 상관없이 코에서 물이 뚝뚝 떨어져서 비염에 좋을 것 같은 일들도 계속 될 것이다.


살면서 무언가를 잘해지는 것도 좋은 일이지만 잘 하려고 해도 잘 안되고 어렵지만 또 즐거운 일이 있다는 건 좋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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